21. 입동(入冬)
김장김치·무전 배추전·동치미 도토리묵

선방의 일주문마다 걸망 하나씩 메고 걸어 들어가는 운수납자들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입동이다.

겨울철 방부는 김장을 해야 해서 일찍 산문에 들어가야 했다. 용상방을 짜기 전에 모두 모여 본방식구들과 더불어 한 철 지낼 겨울준비를 같이 하던 시절이다. 밭에서 옮겨온 배추를 함께 절이고 양념을 만들고 무말랭이도 썰어 널고, 시래기까지 엮어 말리면 동안거가 시작된다.

지금이야 배추농사도 흔하고 물질이 많은 시절이지만 과거에는 강원 학인이나 선방 수좌들이나 수중에 돈 한 푼 지닐 겨를도 없이 앞만 보고 살던 시절이었다. 김장김치 양념도 사찰의 형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워낙 많은 김장을 준비하는 탓에 모두 갖추어 담기보다 간은 좀 세고 고춧가루는 덜 넣은 국물 많은 김치가 대부분이었다.

절집의 김장은 산중마다 이야깃거리를 품어낸다. 몇 만 포기씩 하던 그 많던 김장문화가 점점 간소화되고, 쉽게 조달되는 채소덕분에 굳이 먹을거리가 흔한 시절에 많은 김치를 한꺼번에 할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 마을사람들과 달리 채식김치를 만드는 우리네 김치양념은 늙은 호박과 통찹쌀을 푹 고아서 표고버섯과 다시마 우린 물을 넣고, 사찰 간장으로 담그는 김치로 장김치라 부르기도 한다. 장맛이 좋으니 김치맛도 세속김치와 견주어 단연 빠지지 않는다. 김치가 발효되는 것은 쌀풀인 전분이 그 기전이다. 전분이 없으면 김치 유산균의 확산을 돕지 못하여 김치가 제대로 숙성된 맛을 내지 못한다.

동치미도 지금 담가두어야 동지 때 팥죽과 더불어 맛볼 수 있는 별미다. 동치미무는 한 뼘 크기 무를 이용하여 담그는데, 무를 씻어서 물기가 있을 때 천일염에 굴린 다음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이틀 지난 다음 소금물을 끓여서 붓는데 이때 생강과 청각, 배와 더불어 찰밥 한 공기를 베주머니에 담아 넣어두며 한 달 동안 숙성이 잘 되면 톡 쏘는 맛의 동치미를 맛볼 수 있다.

겨우내 자주 먹는 도토리묵 역시 사찰마다 묵 쑤는 분이 계실정도로 흔하게 만드는 음식이다. 도토리묵과 동치미무를 꼬치에 꽃아 행사음식으로 내어보니 반응이 좋았다. 묵은 간장양념과 항상 같이해왔기에 간장 없는 도토리묵이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막상 묵을 쑬 때 소금간을 하기 때문에 그리 싱겁지는 않다. 동치미무와 국물을 곁들인 도토리묵을 한번 해보기를 권한다.

두부장도 이때 담그는데 두부의 물기를 짜 베주머니에 넣은 다음 된장독에 박아두었다가 3개월이 지나는 2월쯤 꺼내면 서양의 치즈처럼 매끈한 두부장이 된다. 그 짭조름한 맛은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다. 아무리 짠 두부장도 상온에 나오면 삭아서 맛이 없어진다. 1년 이상 두고 먹기보다 해마다 담아서 먹는 것이 좋다. 사실 두부장은 항아리 한독 된장을 변질시켜서 한 번 담글 때 작은 항아리에 두부주머니를 된장으로 봉합해서 넣어두는 것이 경제적이다. 김장김치를 담글 때마다 새참을 만드는데 무와 배추전을 해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배추는 배춧대를 방망이로 살살 두드려서 부드럽게 한 다음 풀국을 묻혀 전을 지지면 된다. 무는 생무를 지지기보다 간장이 들어간 채수에 조린 다음 풀국을 만들어 지진다. 굳이 양념간장을 곁들이지 않아도 들기름과 집간장, 표고와 다시마물인 채수만으로도 맛 좋은 전이 된다.

김장김치

배추김장김치

재료: 배추 1, 100g, 늙은호박 100g, 고춧가루 1, 건고추 10, 통찹쌀 ½, 건표고 10, 다시마 20g, 청각 10g, 집간장 ½, 100g, 생강 반쪽, 소금 1T, 절임용 소금 1

1. 배추 밑동에 칼집을 내고 반으로 갈라 소금물에 적신 후 줄기 부분에 소금을 뿌려 알맞게 절여지면 씻어서 물기를 뺀다.

2. 찹쌀은 미리 씻어 물에 불린다.

3. 7컵에 표고와 다시마를 5분정도 끓이다가 건져내고 호박과 찹쌀이 퍼지도록 끓인다.

4. 건고추는 가위로 잘라 물에 불려 놓는다.

5. 무는 채썰어 놓는다.

6. 삶아놓은 호박물에 배, 건고추, 집간장, 고춧가루, 생강을 믹서에 넣고 간 다음 청각을 다져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춰 김치 속 양념을 만든다.

6. 버무린 김치 양념 속을 배춧잎 사이사이에 펴서 넣고 겉잎으로 감싼 후 담는다.

무전 배추전.

무전·배추전

재료: 다발무() 1, 배춧잎 8, 집간장 1T, 들기름 1T, 부침유(들기름2T+식용유2T), 부침옷(밀가루 1, 쌀가루 2T, 전분 1T, ¾, 집간장 1T)

1. 무는 납작하게 썰어 냄비에 물 ½, 들기름과 집간장을 넣고 무를 차곡차곡 담는다.

2. 무가 익으면 수분이 나오므로 무가 덜 잠길 정도까지만 물을 붓고 중간불에서 뚜껑을 덮고 조린다.

3. 배춧잎은 방망이로 뻣뻣하고 두꺼운 심부분을 살살 두드려 부드럽게 만들고 너무 크면 세로로 2~3등분한다.

4. 부침옷 재료대로 부침반죽을 만든다.

5. 무와 배추에 부침옷을 입힌 뒤 팬에 부침용 기름을 두르고 부친다.

동치미와 도토리묵

동치미

재료: 동치미무 10, 천일염 2, 청각 30g, 생강 100g, 2, 찰밥 한 공기, 무청속 약간

1. 무를 씻어 물기 있을 때 천일염에 굴린 다음 항아리에 담는다.

2. 30L 분량에 소금을 1을 넣고 소금을 녹인다.

3. 청각, 생강, (씨를 잘라낸다), 찰밥, 무청 속을 넣고 무가 떠오르지 않도록 산죽가지를 넣어 고정한다. 일주일후 간을 본 후 싱거우면 소금물을 더 끓여 붓는다. 짤 경우에는 맹물만 끓여서 식힌 다음 더 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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