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인문硏·신라문화硏
‘서구로 간 붓다’ 학술대회

니체·베버 불교 인식 조명
염세주의 등으로 규정하거나
‘지식인 구원론’ 비판 제기
문헌학·시대적 한계 ‘분명’
美불교 세속화 문제점 지적

현대 서구사회에서 불교는 종교이자 수행법으로 자리잡았다. 유럽과 미국에 선센터에서 서구인들은 명상을 하며, 동남아시아의 선원에서 수행하는 서구인을 보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서구사회가 어떻게 불교를 수용했는지를 논의하는 학술대회가 열렸다.

동국대 인문학연구소와 신라문화연구소는 10월 31일 동국대 경주캠퍼스 100주년기념관 5층 D501에서 ‘서구로 간 붓다’를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미국과 유럽권의 불교 수용사를 확인할 수 있는 논문들이 발표됐다. 김영진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와 박용희 동국대 국사학과 교수는 니체와 막스 베버의 불교 인식을 통해 근대 유럽의 불교 인식을 살폈다.

김영진 교수는 니체의 저서 <안티크리스트〉에서 나타난 니체의 불교 평가를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니체는 불교를 기독교 비판의 도구로 사용했다. 종교를 비판했던 니체에게 불교와 기독교 모두 ‘데카당스(decadence, 타락)’한 종교이지만, 그나마 불교에 대해서는 조금 호의적이었던 것은 불교를 통해 기독교를 비판할 수 있어서다.

니체가 접한 불교는 ‘초기불교’로, 그는 불교를 수백 년간 지속됐던 철학운동의 결과로 봤다. 이를 통해 니체는 불교를 ‘현실주의’이자 ‘현상론’이며, 선악을 규정 않는 ‘저편의 것’으로 인식했다.

김 교수는 “니체는 기독교는 ‘죄에 대한 싸움’을 설교하는 데 반해 불교는 ‘고(苦)에 대한 싸움’을 설교한다. 하나는 죄의 극복을 지향하고 다른 하나는 고의 극복을 지향하는 셈”이라면서 “니체는 바로 ‘죄’와 ‘고’에서 가상과 현실, 또는 형이상학과 실제의 대립을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니체에게 불교는 ‘타락’한 종교였다. 니체는 힘을 향한 의지가 결여될 때 인간은 타락한다고 봤다. 인간 타락의 요소가 기독교에서는 ‘신’이며, 불교에서는 ‘염세주의’였다.

김 교수는 “더 센 힘을 원하는 니체에게 무욕의 평정을 원하는 불교는 저급한 게 아니라 한가해 보였을 것”이라며 “그가 말한 ‘현실도피적 불교’는 염세주의나 비관주의와 통한다”고 봤다.

불교의 최고 경지인 ‘해탈’에 대해서도 니체는 ‘도피’나 ‘황홀경’ 정도로 인식했다. 김 교수는 “근대 유럽 학자들이 열반을 일종의 죽음 상태나 의지 제로 상태로 묘사했다”면서 “당시 신비주의적 해석들이 난무했는데 니체의 열반 이해도 이 같은 의심을 받을 만 하다”고 말했다.

이어 “니체의 눈에 보인 불교는 대단히 제한적이었지만 이러한 이유에서 니체의 불교 평가는 상당히 독창적이고 참신하다”며 “그래서 그의 평가는 불교 자체를 폭넓게 이해하는 데 또 하나의 참조점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박용희 교수는 독일 불교수용사 내에서 막스 베버의 불교 인식을 살폈다. 베버가 보여준 불교 인식은 유럽사회와 비유럽사회의 차이를 보여주는 데 활용됐다. ‘경제적 합리주의’의 발현이 화두였던 베버는 고대-소승-대승불교로 이어지는 불교사에서 나타나는 특징으로 ‘지식인의 구원론’을 꼽았다.

불교는 “특권층이나 지식인의 구원론이라는 특성을 가졌고, 평신도에게는 구원의 길이 봉쇄돼 있었다는 것”이 베버의 불교 인식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베버는 기독교의 경우 현실 거부가 도피로 연결되지 않고 관장이나 지배로 이어졌고, 이를 보여준 것이 칼뱅주의였음을 강조한다. 칼뱅주의는 서구 기독교 사회에서 작동한 경제적 합리주의를 낳았다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비유럽사회에서 불교가 이와 필적할 만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게 베버가 밝힌 연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베버는 초기불교를 넘어 세계종교로 발전한 불교를 연구대상으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발전을 이룬 불교의 문화적 측면을 밝히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이는 당시 아시아 불교문화권에 대한 연구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던 시대적 한계에 따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권 불교 수용의 단면을 살핀 연구도 발표됐다. 김희영 대구한의대 교수는 ‘미국 선불교의 어제와 오늘’을 통해 미국 선불교 역사를 되짚었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 선불교가 소개된 것은 19세기 말이나 대중화된 시기는 1950년대다. 그 계기는 스즈키 다이세츠가 마련했고, 이후 시마노 에이도·스즈키 순류·쑤안 후아·틱낫한 선사 등이 미국서 선을 가르치며 미국에 선불교를 전했다.

1950~60년대 미국 선불교는 비트세대와 반문화운동 등으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고 성장하나 상당히 왜곡된 형태였다. 1980년대 선센터에 벌어진 추문들로 위기를 겪었으나 이는 개혁을 통한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을 통해 극복했다. 이는 선의 미국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미국 선불교의 특징을 △선센터 중심 △현지인 수행 지도 비중 증가 △사회참여 불교 지향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미국 참여 선 수행은 프로테스탄티즘의 세속 지향성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결과”라면서 “참여 선은 재가자 위주의 선 단체들이 수행과 삶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시도일 뿐 아니라 현실적 삶의 의미를 강조하는 미국 프로테스탄티즘 문화와 융합돼가는 미국불교의 단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국 선불교운동이 불교를 현실 친화적으로 전환시켰지만 동시에 불교의 세속화를 초래했다”며 “이런 점에서 미국 선불교는 불교의 순수성을 파괴하고 종교의 도구화에 이르는 길을 열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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