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닉 성보 문화재 환수 ‘청신호’ 켜졌다
은닉 성보 문화재 환수 ‘청신호’ 켜졌다
  • 신성민 기자
  • 승인 2019.11.01 10: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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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문화재 은닉 사건에 ‘몰수’ 명령

前사립박물관장 A씨에게
형량 같으나 ‘몰수’ 선고
“문화재 전문가인 A씨가
불법 장물 모를 리 없어”
도난성보 판결 중요 선례
지난 2016년 사립박물관장 A씨에 의해 은닉했다가 발각돼 압류된 성보문화재들. 1심에서는 은닉죄를 인정했으나 몰수 선고를 내리지 않아 제자리에 가지 못하고 불교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고 있었다. 또한 A씨에게 반환될 수 있는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이 10월 25일 ‘몰수’ 명령을 내리면서 은닉 성보들에 대한 환지본처의 길이 열리게 됐다.
지난 2016년 사립박물관장 A씨에 의해 은닉했다가 발각돼 압류된 성보문화재들. 1심에서는 은닉죄를 인정했으나 몰수 선고를 내리지 않아 제자리에 가지 못하고 불교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고 있었다. 또한 A씨에게 반환될 수 있는 위험도 있었다. 하지만 서울고등법원이 10월 25일 ‘몰수’ 명령을 내리면서 은닉 성보들에 대한 환지본처의 길이 열리게 됐다.

불법 유통된 불교 성보 문화재를 수십 년 동안 은닉해온 전직 사립박물관장에게 유죄 선고와 함께 법원이 ‘몰수’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도난당해 제자리에 갈 수 없었던 불교 성보들이 ‘환지본처’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서울고등법원 형사4부는 10월 25일 선고 공판에서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립박물관장 A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아들 B씨에게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판결했다. 또한 은닉 불교문화재들에 대해서는 ‘몰수’ 명령을 내렸다.

지난 1993년부터 서올 종로에서 사립박물관을 운영한 A씨는 종로구 소재 무허가 주택과 창고에서 불교문화재 39점을 은닉해왔다. 이들 범행에 꼬리가 잡힌 것은 지난 2016년 B씨가 은닉해오던 불교문화재 11점을 사찰 등에 처분하려다 발각되면서부터다. 당시 그들의 범행은 교계 언론과 일반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됐으며 은닉 불교문화재 39점은 압류됐다.

이후 B씨의 문화재 알선 혐의는 A씨의 은닉 혐의와 함께 병합돼 형사재판이 진행됐으며, 2018년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1형사부는 A씨에 대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 B씨에 대해서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은 몰수 판결은 하지 않았다. “제출된 증거만으로 은닉 행위 이전에 도난 문화재라는 것을 알고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검찰 측은 항소했으며, A·B씨도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조계종 문화부 역시 재판부에 2차례에 걸쳐 “도난 성보가 원래 봉안처로 온전히 돌아가고 문화재의 불법적인 유통 근절을 위해서라도 압수물 몰수와 피고인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보냈다.

이번 서울고법의 판결 중 주목할 것은 양형이 아니라 ‘몰수’ 명령이다. 몰수 선고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한 문제는 적지 않았다. 우선 39점의 불교 성보들은 사찰로 돌아가지 못한 채 조계종 불교중앙박물관 내 수장고에 임시 보관돼 있다. A씨는 2017년 3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물건 인도 등 청구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자신의 ‘은닉’ 문화재를 되찾아 오겠다는 것이다. 

실제, A씨의 은닉 문화재를 몰수하기 위해서는 그가 해당 문화재를 선의로 취득하지 않았다는 점을 검사 측이 증명해야 하지만 이를 밝히기란 쉬운 작업이 아니다.

하지만 서울고법의 ‘몰수’ 명령은 이를 뒤집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유무죄 여부를 가릴 땐 검사의 증명이 필요하지만, 몰수 요건을 살필 땐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지 않다”며 몰수 선고를 내렸다.

또한 “불교문화재의 유통은 일반적이지 않다”면서 “수십년간 사립박물관장을 역임한 문화재 전문가인 A씨가 이를 인지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문화재들을 장기간 보관하고 있던 점도 문제가 됐다.  

은닉 문화재에 대한 몰수 선고는 극히 드문 사례로 은닉 성보 환수에 청신호가 켜졌다. A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담당했던 안상돈 법무법인 클라스 변호사는 “이번 판결로 불교 성보 유통이 전혀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향후 도난·은닉 성보 관련 판결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몰수 선고에 대해 피해 사찰도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1993년 주불 아미타불을 도난당한 전북 장수 팔성사 주지 법륜 스님은 “지난 25년간 부모 잃은 죄인으로 살았다. 이제 부처님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니 기쁜 마음뿐”이라며 “이번 판결이 선례가 돼 잃어버린 성보들이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A씨 측은 10월 30일 항소했으며 최종 판결은 대법원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대법원에서도 ‘몰수’ 판결이 이뤄지면 해당 문화재들은 우선 국가로 귀속된 후 원 주인을 확인하는 절차를 통해 사찰에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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