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매일 매일이 정면 승부”
“삶의 매일 매일이 정면 승부”
  • 김주일 기자
  • 승인 2019.10.31 19: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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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원제 지음/불광 펴냄/1만 6천원

“제 글은 일상적 경험과 수행 생활을 쓴 것이 많습니다. 현상과 세계는 누구나에게 똑같지만 그것을 경험하고 보는 사람의 안목과 마음가짐이 다른 것이지요. 또한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다보니 그만의 삶으로 펼쳐지는 모습이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수행자로서 갖게 되는 다른 관점과 안목을 통해서 세상의 이치를 풀어내고 싶었죠.”

2년여 동안 5대륙 45개국 여행
붙잡고 있는 것 없애는 것 ‘킬링’
‘킬링’은 선수행의 가풍과 같아

2006년 대학 졸업 후 뒤늦게 출가해 2011년부터 틈틈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수행기를 올리며 신선한 반향과 공감을 일으켜 온 선방 수좌, 원제 스님〈사진 오른쪽〉이 책을 펴냈다. 제목은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이다. 저자는 종교학을 전공한 대학 시절, 세상이 가짜 같아 삶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자해를 할 만큼 극심하게 방황하다 불교 수행자의 길을 택했다. 엄격한 자기 절제와 치열한 선원 생활은 수많은 물음을 열어젖히는 과정이었다. 그 질문의 끝에서 저자는 어떤 답을 구했을까. 삶은 자기가 아는 만큼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아는 것을 끝없이 넓히려 애쓴다. 그러나 그 아는 것이 오히려 삶을 가로막는다. 삶에 대한 모든 의문을 꿰뚫는 본질적인 것에 대한 앎, 이 책은 그것에 대한 저자의 공부 기록이다. 수행 과정서 겪은 갈등과 성찰, 그리고 깨달음의 순간을 통해 ‘알 수 없는 삶’에 대한 이해와 온전한 받아들임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저자는 책 속에서 “고정된 실체란 없습니다. 실체화라는 망념의 감옥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나로 향한 편중된 집착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렇게 그릇된 질문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사람과 세상은 이미 그대로 답입니다. 질문한다면 고민이지만, 답이기에 누리는 것입니다. 답은 펼쳐진 것이고, 확인하는 것이고, 누리는 것이고, 써먹는 것입니다. 답은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잘못된 질문이 멈춰지는 것입니다. 그러할 때 답으로서 살게 되는 것입니다.”

따듯한 위로에도 고통은 사라지지 않나

인생서 만나는 수많은 문제들 앞에서, 우리를 위로하는 따듯한 힐링의 말과 소소한 지혜를 ‘치트키(cheat key)’에 비교한다면, 저자의 말과 글은 무사의 정공법을 닮았다. 이를테면 덮어두지 말고 똑바로 바라보라, 삶의 공포 속으로 들어가라, 지금 내가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눈앞의 그것, 지금까지 믿고 의지해 온 모든 것을 몽땅 의심하라고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 속는 것보다 우리 자신에게 더 잘 속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불행과 문제에 대한 원인을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 받은 탓으로 돌리기를 반복하는 이에게 저자는 ‘자기 상처로 현실을 피하는 도구를 삼지 말라’고 직언한다. 자신을 주연으로 한 드라마틱한 삶과 의미 있는 삶에 대한 지나친 추구가 오히려 자유로운 삶을 구속한다며, ‘당장 내가 쓰는 이야기에서 벗어나라’고도 한다.

그래서 저자의 말과 글은 종종 ‘힐링(healing) 법문이 아니라, 킬링(killing) 법문’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킬링은 죽인다는 뜻이다. 내가 아는 것, 알고 있다는 믿는 그것, 내가 지금 애지중지하며 붙잡고 있는 것을 없애는 것이다. 그것이 완전히 멈춰지고 사라질 때 비로소 진짜 나, 진짜 가야 할 길이 보인다. 마치 어두운 밤 내가 들고 있는 등불을 껐을 때 달빛이 환하게 드러나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킬링 법문의 의미에 대해 “요즈음 대세는 힐링입니다. 그러나 저는 존재와 대상에 대한 의심은 그것을 살려내고 복돋워 주는 것이 아니라 근원을 파헤치는 작업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보면 대상의 근거나 믿음, 고정관념, 실체 등이 사라지게 돼 있죠. 즉 킬링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수행의 방법론이고, 일상 속 생활서 진리를 인식하게 하는 방편이라고 생각합니다. 킬링은 어찌보면 선의 한 가풍입니다.” 라고 말한다. 이어 저자는 “사람은 ‘지 생겨먹은 대로만 살아도 문제없다’라고 말한 편이기도 하지만, 제가 힐링보다 킬링을 주로 하게 된 이유에는 ‘선(禪)’이라는 공부 방식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선은 ‘의심’의 수행입니다. 눈앞의 감각 대상과 경험들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하는 것이며, 거리를 두는 것이고 속지 않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인다.

진리는 찾는 것이 아니라 ‘되는’ 것

저자는 진리를 찾기 위해 불교 수행자의 길을 택했다. 경전과 어록 공부, 참선, 묵언 수행 그리고 2년 동안의 세계 일주 만행 등등. 많은 좌절과 갈등 속에서 바깥이 아닌 자신을 향한 수많은 질문과 대답을 거치며 온몸으로 불교적 진리를 체득했다. 그 진리의 끝은 ‘나’에 머물지 않고 ‘전체’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에고(ego)와 아상, 무상과 무아, 공, 불성, 참나…, 머리로만 알고 있는 이런 교리가 일상에서 어떻게 펼쳐져야 하는지, 저자는 선원 생활, 출가 전의 일, 만난 사람들, 책, 영화, 게임 등 자신의 모든 경험을 이용해 들려준다. 저자가 평소 자주 하는 말처럼 ‘전체’의 삶을 위해 자신을 ‘써먹는’ 것이다.

〈왜 문제를 극복하려고만 하는가〉에서 지도하던 행자가 절집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절을 나가겠다고 했을 때, 저자는 딱 보름만 참아보라고 한다. 보름 동안, 시간은 흐르고 상황과 문제도 변하고 그 문제를 대하는 행자의 마음도 변할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보름 뒤, 절을 뛰쳐나가고 싶을 만큼 심각한 관계의 문제는 대수롭지 않은 문제가 되었고, 행자는 다시 수행에 전념했다. 무상(無常), 즉 ‘모든 것은 변한다’는 것을 저자는 삶으로, 경험으로 상기시켜 준 것이다. 하루키의 소설 ‘세계의 끝’을 예로 든 〈벽을 넘는 용기〉에서는 벽과 숲으로 대비되는 안전한 삶과 불확실한 삶을 통해 우리가 만든 견고한 아상(我相)을 설명한다. 동료 스님을 죽이고 싶었을 만큼 들끓었던 분노를 ‘인내’로써 이겨내며 오직 견뎌야 하는 것임을, 그렇게 잘 무사히 지나가면 진정한 자유를 느낄 때가 온다며 응원한다.

‘당신’이라는 ‘판때기’ 놀이로서의 삶 권유

자신의 삶은 지금까지 보드판 위에서의 인생이라는 것이다. 서퍼의 삶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 사실 자기만의 판때기 위에서 살아간다. 흔히 인생을 고해(苦海)에 비유한다. 그리고 파도는 인생의 크고 작은 다양한 고통이라고 한다. 저자는 파도를 바라보며 분석하고 이런저런 의미를 넣어 규정하지 않겠다고, 곧장 바다로 뛰어들겠다고 한다. ‘원제’라는 판때기가 있고 말과 글, 생각이라는 기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판때기는 어떠한가. 우리가 직면하는 것은 매 순간일 뿐, 나에게 닥치는 상황마다 그때그때 ‘잘’ 보고, ‘잘’ 판단하고, ‘잘’ 대응하면 되는 것이다. 그 ‘잘’에 대한 리듬의 감(感)을 늘이는 데 이 책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의 당부이다. “절집에서 큰스님들이 종종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건 경전에 나오는 말이고…, 그거 말고 니 얘기를 해봐, 니 얘기. 저는 매일 매일이 정면승부입니다. 오늘도 눈 똑바로 뜨고 여지없이 정면승부를 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제 스님은 책 제목에 대해 말한다.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는 것은 마지막 과정입니다. 우리는 모두 답만 찾으려고 합니다. 수행에서 답이라는 것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질문의 근원자리가 무너지면서 모든 낱낱 하나의 소식들이 답으로 드러나는 것 입니다. 질문이 단지 멈춰질 뿐이고 분별하는 마음이 멈춰지면서 하나 하나의 소식들이 진실한 답으로 드러나게 되는 과정입이죠. 누구나 삶의 질문 과정을 거치게 돼 있지만, 종국에는 질문하는 그 근원마저도 사라지면서 낱낱 하나가 답으로 드러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원제 스님의 9가지 킬링 법문

“나와 세상에 속지 않고,

두려움 없이 사는 법”

1. 꼭 삶이 근사해야 할까=욕망의 악순환을 멈출 때 삶은 온전하게 펼쳐집니다.

2. 무엇이든 의심하기=제대로 의심하게 된다면, 열린 만큼 경험하게 돼있고, 깨어난 만큼 만나게 돼있습니다.

3. 자신이 의지하는 등불을 꺼라=등잔불을 끄면 본래 있던 달빛이 환하게 드러납니다.

4. 판단 중지=‘내가 모른다고, 혹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것이 틀렸다거나 그런 것은 없다고 하지 마십시오.

5. 자신의 상처를 이용하지 마라=고통과 상처를 보내는 연습을 하세요. 힘들지만 천천히 잘 보내는 연습을 하면 본래 있던 자유가 곧장 눈앞으로 찾아들 것입니다.

6. 문제는 없다. 상황이 있을 뿐=우리 삶에 고정된 문제는 없습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상황만이 있을 뿐.

7. ‘나’는 이겨야 할 대상 아니다=‘나’란 것도 알고 보면,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상황입니다.

8. 행복만을 선택하지 마라=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것들만 고르려는 선택을 멈추세요.

9. 진정한 용기, 나를 놓아버리는 것=아는 것도, 의지할 것도, 붙잡을 것도 없을 때 도리어 진정한 나로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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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라피뇨 2019-10-31 21:16:03
오랜만에 사서 읽고 싶은 책이네요.. 평소 굳게 믿고 있던 신념들과 정반대의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아 적잖이 충격이 크네요. 자신이 의지하는 등불을 끄면 오히려 환하게 드러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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