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이해의 길 18

해인사에 있는 팔만대장경이 모두 석가모니 붓다의 말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거기에는 붓다뿐만 아니라 인도와 중국, 한국 승려의 작품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붓다가 45년 동안 설한 가르침도 많은데, 여러 인물들의 저술도 포함되어 있어서 경전의 양이 방대한 것이다. 불교의 경전을 가리키는 명칭도 불경(佛經), 니까야(Nikaya), 아함경(阿含經), 삼장(三藏), 대장경(大藏經) 등 다양하다. 그렇다면 경전은 어떤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졌으며, 이름이 서로 다른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붓다의 입멸 당시 교단의 2인자인 가섭 존자는 스승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그는 제자들과 함께 쿠시나가라로 향하던 도중 붓다의 열반 소식을 듣고 깊은 슬픔에 잠겼다. 그런데 한 비구는 태도가 많이 달랐다. 이제 더 이상 잔소리할 사람이 없어졌다며 오히려 좋아하는 것이었다. 가섭은 위기감을 느꼈다. 스승이 방금 돌아가셨어도 이런 모습인데, 시간이 흐르면 교단이 어떻게 될지 걱정되었던 것이다. 그는 교단을 지켜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붓다가 남긴 가르침과 계율을 온전히 전승하는 일이었다.

붓다의 장례식이 끝나고 3개월 후 마가다국의 왕사성 칠엽굴(七葉窟)에서 첫 번째 편집회의가 열렸다. 처음 모임이 열렸다 해서 이를 제 1결집(結集)이라 부른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모임이 이루어지는데, 순서대로 제 2결집, 제 3결집이라고 한다. 제 1결집에는 교단을 대표하는 5백 명의 비구들이 모였다. 의장은 당연히 가섭 존자가 맡았다. 평생 붓다의 곁을 지켰던 다문제일(多聞第一) 아난 존자가 앞으로 나와 붓다께서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어떤 내용을 설했는지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如是我聞).’고 보고하였다. 그러면 5백 명이 내용을 확인한 다음 모두 함께 외웠다. 함께 외운다고 해서 이를 합송(合誦, Samghiti)이라 한다. 이 작업이 끝나고 나면, 지계제일(持戒第一)이라 불린 우바리 존자가 앞으로 나와서 같은 방식으로 붓다가 제정한 계율을 함께 외웠다.

이처럼 제 1결집에서는 붓다의 말씀인 경(經)과 승가의 생활규범인 율(律)이 완성되었다. 불교의 모든 경전이 ‘여시아문(如是我聞)’으로 시작하는 것도 붓다의 말씀을 편집하는 전통에서 비롯된 것이다. 불교의 경전은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외우면서 탄생하였다. 500명이 모여 붓다의 말씀을 합송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저 ‘장엄하다.’는 표현 외에는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이러한 합송의 전통은 수백 년 동안 이어지다가 문자로 된 경전이 만들어진다.

경전은 보통 경율론(經律論) 3장(藏)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제 1결집에서는 경장과 율장만 갖추어졌고 경의 주석서인 논장(論藏)은 부파불교에 이르러 확립되었다. 논(論)은 범어로 ‘아비달마(Abhidharma)’라고 하는데, ‘법(法)에 대한 연구’라는 의미다. 논장은 20여 개의 부파가 각자 자신들의 입장에 맞게 붓다의 말씀인 경을 해석한 것이다. 부파불교가 중생구제의 이념은 외면한 채 개인의 깨달음만 추구하는 소승불교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논장을 확립하여 삼장을 완성한 것은 중요한 공헌으로 인정해야 한다.

본래 3장은 범어로 ‘트리-피타카(tri-pitaka)’라고 하는데, 3개의 바구니 혹은 창고라는 뜻이다. 붓다의 가르침과 계율, 주석서를 담고 있는 바구니, 그것들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라는 것이다. 대승불교에 이르러 <금강경>이나 <화엄경> 등을 비롯한 수많은 대승경전과 이에 대한 주석서들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보관하기에 3개의 창고가 너무 비좁아서 커다란 새 건물이 필요했다. 그것이 다름 아닌 대장경(大藏經)이다. 글자 그대로 근본경전, 대승경전뿐만 아니라 여러 인물들의 작품들도 보관할 수 있는 아주 큰(大) 창고(藏), 대형 도서관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리고 빠알리어로 된 근본경전을 니까야(Nikaya)라고 부르며, 한역(漢譯)된 것은 아함경이라 한다. 그것들이 만들어진 배경과 명칭은 달라도 모두 붓다의 생생한 가르침이 담긴 소중한 유산이자 우리들 삶의 나침반이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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