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 일본 남장원 주지

일본 후쿠오카 남장원서 열린 하야시 스님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세계 최대의 청동 열반상 앞에서 기념 촬영한 삼중 스님과 하야시 스님(사진 오른쪽).

일본 후쿠오카현 고야산 신곤슈에 위치한 남장원은 전장 40미터에 이르는 세계 최대 청동 열반상이 세워져 있는 사찰로 유명하다. 발바닥 높이만 약 4미터에 이르는 청동 열반상이 건립된 것은 지난 1995년 10월의 일이었다.

이때 아시아 각국 승려 1300여명이 모여 독경 하면서 천승공양을 했다. 지난 752년 이후 1200년 만에 일본서 천승공양이 열반상 건립 기념으로 이뤄진 것이다.

복권 당첨금 전액 봉사 단체 기부해
모범 소년원생 20명 일본으로 초청
헌창탑에 스님이 준 불보살 사리 봉헌

더군다나 당시 일본서는 흔치 않게 미얀마로부터 받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해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다. 남장원 주지 하야시 스님이 미얀마의 어려운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준 덕분이다.

사실 전장 40미터라는 길이가 직접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실감나지 않겠지만, 청소하는데에도 엄청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탓에 1년에 네 번 밖에 청소할 수 없을 정도로 웅장한 규모이다. 그러나 남장원이 일본인에게 유명해 진 것은 기도하면 소원 성취를 해주고 행운을 가져다 주는 곳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유인 즉 당시 40대인 하야시 주지 스님이 드림 복권 1등에 당첨되면서 부터이다. 하지만 하야시 스님이 처음부터 돈 욕심으로 일확천금을 기대하고 복권 구입을 한 것은 아니었다.

드림 복권은 일본 후쿠오카서 열린 유니버시아드 대회 협찬을 위한 것으로 판매 수익금중 일부를 대회 운영 경비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상외로 판매 실적이 저조하자 하야시 스님의 거래 은행인 다이이치 간교 은행이 주최측 부탁으로 스님에게 요청해 구입한 것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뉴스거리인데, 하야시 스님의 다음 행동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스님은 상금 전액을 ‘후쿠오카 생명의 전화’에 전액 기부했다. 이외에도 다른 사회 봉사 단체에도 많은 돈을 보시했다.

하야시 스님의 봉사 활동은 복권 당첨금을 기부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스님은 첨단 장비를 갖춘 구급차를 구입해 소방서에 기증했다. 또한 태국 실링턴 소년원을 방문해 학용품과 운동기구 등을 보시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의 사회복지 시설에 수용된 어려운 환우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말 그대로 부처님의 대자대비 사상을 온몸으로 실천했다.

기껏해야 주변의 불행한 처지에 놓인 몇 사람과 재소자 교화 활동이 고작인 내게 하야시 스님의 보살 행각은 그저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일 뿐이었다. 하야시 스님은 대사찰 주지로서 찾아오는 신도들만 맞는 것이 아니라, 후쿠오카를 비롯해 일본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불법과 자비 정신을 설파한다. 하야시 스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자신을 성장시키는 것은 오직 자신뿐입니다. 아무리 간절히 빌어도 부처님이 시험을 대신 봐주거나 안전 운전을 해주지 않습니다. 받기만을 바라면서 기도한다면 그것은 부질없는 행동입니다. 그보다는 먼저 어떤 고난과 역경이라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강인한 자신이 될 수 있도록 기원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것입니다. 그리고 교단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일반 대중들과 정서가 멀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소박한 이웃들과 함께 불교의 가르침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나는 하야시 스님의 말에서 참종교인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종교관과 삶의 방향이 일치하는 도반을 만나기가 싶지 않지만, 하야시 스님과는 너무 잘 맞았다. 하야시 스님과 나와의 첫 인연은 1997년 9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내가 주지로 있던 자비사 신도 700명이 남장원을 방문해 자매결연을 맺고 기념 식수를 했다. 그 이후 일본서 재소자 포교에 관심 많던 하야시 스님은 내가 교화위원으로 있던 부산 소년원을 자주 방문했다. 그리고 전국 소년원생 중 모범수 2명씩을 선발해서 3박 4일동안 일본으로 초청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범죄자 신분인 청소년들을 더군다나 외국으로 데려가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행히 당시 강금실 법무부장관의 큰 배려로 총 20명의 원생들과 일본을 아무 사고없이 무탈하게 다녀왔다. 또한 스님은 2000년 초에 자신이 미얀마서 기증받은 불보살 사리 15과를 나에게 기증했다. 계속 보관만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내가 1년전 둥지를 튼 토굴인 경주 자비사서 11월 17일 열리는 가끼루마 스님 헌창비 및 탑신에 고히 모실 예정이다.

이 말을 전해 들은 하야시 스님도 기꺼이 가끼루마 헌창탑을 빠른 시간내에 꼭 친견하기 위해 경주를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하야시 스님의 방문이 어느때보다도 몹시 기다려 진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