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우담 대표 〈덧말 불화엄경〉 역경 불사

탄허 현토 〈불화엄경〉 음 달아
원고지 1만3천 장 3년간 작업
잘못 알려진 한자음 수정키도
출판제작비 독지가 스님 후원

탄허 〈불화엄경〉 5종류 출간
육성 강설 유튜브에 남기고파

서우담 대표가 발간한 〈덧말 대방광 불화엄경〉

서울 낙원동 인근 자리한 교림출판사. 몇 명의 스님이 서우담 대표를 찾아왔다. 스님들은 출가 시절 근현대 대강백 탄허 스님을 시봉했던 서 대표에게 부탁을 했다. “중 된지 30년이 됐는데 무식해 한자를 몰라서 경전 한 줄을 못 읽었다. 경전을 읽고 독송하고 싶다.”

스님들의 부탁을 듣는 순간 서 대표는 50여 년 전 춘성 스님의 당부가 떠올랐다. “선방 수좌를 위해 〈화엄경〉에 우리말 덧말을 붙여라.”

시절 인연이 왔다고 생각한 서 대표는 곧바로 〈화엄경〉에 한글 음을 다는 작업에 착수했다. 3년 후 서 대표는 〈덧말 대방광 불화엄경〉을 세상에 선보였다.

서 대표는 10월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방광 불화엄경〉에 덧말을 달아 남녀노소 누구나 한번쯤 읽어볼 수 있게 단락을 달아 〈덧말 대방광 불화엄경〉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그가 덧말을 단 〈화엄경〉은 탄허 스님이 현토(懸吐, 한문 구절 사이에 우리말 조사나 어미를 붙이는 것)한 〈대방광 불화엄경〉이다.

서우담 교림출판사 대표. 3년 동안 작업한 〈덧말 대방광 불화엄경〉을 세상에 선보였다.

스승의 현토본 〈대방광 불화엄경〉 40품 59만4000여 자에 서 대표는 일일이 우리말 음을 달았다. 200자 원고지로 1만3000여 장 분량이며 총 페이지만 3200쪽에 달할 정도로 그 양이 방대하다. 경전은 5권으로 나눠 제작됐으며 전체 금장으로 대를 이어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서 대표는 우리말 음을 달며 잘못 읽히고 있는 한자음을 수정·집필했다.

이 같은 불사가 이뤄질 수 있던 데에는 독지가의 도움이 크다. 〈덧말 불화엄경〉이 완성됐다는 소식을 들은 한 스님이 출판사로 찾아와서 “금생에는 내 이름 석자 들을 생각말라”며 출판 제작비를 보시했다. 서 대표는 “‘아직도 이런 스님이 있구나’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스님의 도움으로 우리말을 입힌 〈대방광 불화엄경〉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술회했다.

서 대표가 이끄는 교림출판사는 〈화엄경〉을 총 5종류로 출간했다. 첫 〈화엄경〉 역경은 탄허 스님으로부터 시작했다. 탄허 스님은 1956년부터 오대산 수도원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화엄경〉 번역에 착수해 10여 년에 걸쳐 역경을 완료했다. 이후 탄허 스님은 1974년 화엄학연구소를 만들고 〈신화엄경합론〉 47권을 출간했다. 탄허 스님의 〈신화엄경합론〉은 △〈화엄경〉 80권 △〈통현론〉 40권 △〈청량국사 화엄소초〉 △〈회석〉 △〈현담〉 △계환선사의 〈화엄요해〉 등 287권의 화엄 관련 경·론·소가 집대성돼 있다. 교림출판사는 〈신화엄경합론〉을 3차례에 걸쳐 다시 출간했다.

2009년에는 가로쓰기 80화엄원문 현토 5권을 간행해 전 세계 약 500여 곳의 동양학연구소에 기증했다. 2011년에는 세로쓰기 법공양본을 간행해 국공립도서관과 전국 사찰 강원에 기증했다. 그리고 2018년 화엄게송 현토역해 탄허본을 출간했으며 올해에는 〈덧말 불화엄경〉을 발간했다.

올해로 82세가 된 서 대표는 더 이상 역경불사를 하지 않을 생각이다. 〈덧글 불화엄경〉이 마지막 인연이라는 것이다. 다만, “여력이 된다면 유튜브에 탄허 스님 육성 강설을 편집해서 올리고 싶다”는 계획을 조심스럽게 밝혔다.

탄허의 아난, 서우담은 아직 스승의 가르침을 전하겠다는 원력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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