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마주하는 임제록

성윤갑 지음/조계종출판사 펴냄/2만원

임제 의현 스님은 달마 조사의 정통 법맥을 이은 6조 혜능 선사의 5대손으로, 임제로부터 시작된 임제종은 선종 중에서 실질적으로 천하를 다스려왔다. 그의 법어와 언행을 전한 <임제록>은 모든 선서 가운데 왕이자, 진서(珍書) 중의 진서로 평가받았다. <임제록>은 당대(唐代) 임제 사후에 그의 제자인 삼성 혜연이 엮었고, 이후 1120년 원각 종연에 의해 재간행됐다. <임제록>은 그 전체 내용을 압축한 서문, 임제 스님이 법좌에 올라서 법문하는 내용을 다룬 상당(上堂), 격식서 벗어나 대중들에게 자유로이 가르침을 설하는 시중(示衆), 선승 상호 간에 이뤄지는 선문답이인 감변(勘辨), 스님의 구도 여정인 행록(行錄), 임제 스님의 탑을 세우면서 후세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쓴 전기인 탑기(塔記)로 구성돼 임제 스님의 사상을 전한다.

임제 스님의 참나 찾고 이해하는 길
“도 배우는 사람은 자신 믿는 것이 중요”

<임제록>은 우리가 ‘삶과 자신의 근본’을 찾고 ‘진정한 나는 누구인지’ 밝히는 데 훌륭한 길잡이가 돼준다. 이 책의 저자가 10여 년간 마음공부를 하면서 몸소 체험한 바로, <임제록>을 강설하게 된 이유다. 임제 스님은 자신의 참모습을 자기 마음속에서 찾지 않고 문자나 언어 등 외상이나 타인에게서 찾고 구하는 것을 강력히 반대했다.

그래서 불수인혹(不受人惑)이라 하여 다른 사람의 유혹이나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라고 경고 했다. 우리의 참모습은 자신에게 있고, 우리는 타고날 때부터 이를 찾을 능력을 이미 지닌다는 것이다. 이 말은, 우리가 자신의 참모습, 즉 자아 정체성을 찾을 수 있도록 바른길을 제시한다.

임제 스님은 개념적·추상적 부처라는 존재를 ‘활발발한 용(用)’으로, 즉 눈앞서 작용하는 살아 있는 부처로서 바라보았다.

“마음의 법은 형상이 없어서 온 시방법계를 관통하며 눈앞에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핵심 사상이다. ‘있는 그대로의 내가 본래 부처’라는 믿음이 확고하면 분주하게 바깥의 일체 경계에 휘둘리지 않고 모든 경계에 있어 자유롭다. 만상이 가상공체임을 통달해 서로 원융무애함을 안다. 사유를 떠난 자리서 말씀 밖의 깊은 뜻을 깨달아, 천하거나 귀하거나 더럽거나 소중하다는 분별의 망념을 넘어 비로소 눈앞에 작용하는 ‘마음의 성품’인 진여일심을 볼 수 있다. 진여자성이 발하는 빛을 보는 순간, 삼세육추의 번뇌는 찰나에 멸각하고 팔만사천 번뇌가 소멸한다. 그래서 끝내 말 밖의 현지(玄旨)라는 그윽한 뜻에 다다를 수 있다. 어디를 가든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곳마다 그대로가 진리의 드러남이다. 임제 스님은 “어디를 가든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곳마다 그대로가 진리의 드러남”이라고 했다. 깨친 자는 어느 곳에 가더라도 물들지 않고, 가고 오는 것에 구애됨이 없이 인연 따라 걸림 없이 산다.

이것이 임제 스님이 강조한 무의도인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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