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나가와현 ‘쭈어 비엣남 사원’ 이민자 위로

2012년 베트남 전통양식 건립
정기법회에만 수십 명씩 몰려
월남 보트피플 난민도 찾아와
330만 베트남인 위한 공동체

베트남 이주민들의 구심점이 되고 있는 일본 내 베트남 사찰 쭈어 비엣남. 사진출처=교도통신

일본에서 세 번째로 큰 외국인 공동체인 베트남인들이 불교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문화와 이주민간의 유대를 이어나가고 있어 화제다. 99일 일본의 교도통신은 영문판을 통해 베트남 이주민들과 불교의 이야기를 특별 보도했다.

도쿄 남쪽에 위치한 카나가와현, 아이카와 마을에 소재한 쭈어 비엣남(Chua Vietnam)’은 베트남 이주 공동체가 세운 베트남불교 사찰이다. 2012년 완공된 쭈어 비엣남 사원은 붉은 유리기와에 황금빛 용으로 장식한 베트남 전통사찰의 외관으로 지어졌다. 외진 위치에도 불구하고 사원은 베트남 이민자들의 정신적인 구심점이 되고 있다.

매주 일요일 정기법회에 수십 명의 베트남 신도들이 참석하고, 큰 법회나 특별한 날에는 수 백 명의 이주민들이 모인다. 이들 중 일부는 일부러 먼 지역에서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월남에서 보트피플로 탈출한 난민들도 이 사찰을 찾아온다.

카나가와 현에서 기술연수생으로 거주중인 우티 트랑 씨는 절에 오면 베트남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항상 즐겁다. 바쁜 일상 속에 쉴 수 있는 장소라고 기쁘게 말했다. 트랑 씨와 함께 법회에 참석한 응우옌 둥히우 씨도 절에 오면 직장의 스트레스를 떠날 수 있다며 트랑 씨의 말에 공감했다. 두 사람은 모두 다른 베트남 이주민들의 소개를 통해 사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주지를 맡고 있는 누한 안 스님은 불교는 베트남의 주요 종교로 언제나 베트남 인들과 함께 한다고 설명했다. 공식통계에 따르면 베트남 국민의 12%가 불교도로 집계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스님은 베트남 노동이민자들이 직장에서 차별을 받거나, 고향을 그리는 등의 힘든 시간을 보낸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사원이 그들을 위로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본에서 태어난 베트남 2세들이 베트남어를 구사하지 못하면서 내적갈등은 물론, 일본과 베트남 두 나라의 문화 속에서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문제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누한 안 스님은 젊은이들이 사원을 찾고 다른 베트남인들과 만나 베트남어를 연습하면서 자신들의 뿌리인 베트남문화를 접하는 긍정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며 베트남 불교와 사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스님은 많은 베트남인들이 이곳을 찾기 바라는 마음에 SNS 등을 운영하면서 젊은 신자들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베트남 전쟁 말, 월남에서 망명한 베트남 보트피플 난민들도 이 사찰을 찾아 향수를 달래고 있다. 월남에서 경찰로 일하다 탈출한 한 난민은 현재 일본으로 귀화해 타케후미라는 일본이름을 쓰지만 가족들과 함께 사원을 찾았다.

타케후미 씨는 쭈어 비엣남 사원이 세워지기 전엔 일본사찰을 빌려 법회를 모셨다. 다른 국가 이주민들에 비해 일본에 베트남인들이 모일 장소가 적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 전국에 거주하는 베트남인들은 330만 명이 넘지만 베트남 불교사찰은 단 10여 곳뿐이다.

타케후미 씨는 “3명의 아들 중 오직 장남만이 어설픈 베트남어를 구사한다. 자식들의 뿌리가 베트남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며 정기법회는 물론, 베트남 전통축제에 항상 참가한다고 말했다.

세계화 시대 속에서 수많은 문화들이 융합되는 가운데, 불교를 통해 문화정체성을 지키는 베트남 이주 공동체의 행보에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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