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 스님 측 청사 진입, 편백운 스님과 대화

전국종무원장들, 호명 스님에
종단 안정 최우선 노력 당부
편백운 스님 직선제 도입 전제
직책서 물러나겠다는 뜻 밝혀

9월 2일 태고종 총무원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교구 종무원장 회의.

태고종 제27대 총무원장 호명 스님이 91일 서울 사간동 총무원 청사에 들어가면서 제26대 총무원장인 편백운 스님과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두 스님은 여러 차례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서로의 입장을 밝혔지만 입장 차이는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측은 대화의 여지를 남겨둔 채 사회법 결과를 중심으로 문제해결에 나설 모양새다.

먼저 호명 스님은 92일 태고종 한국불교전통문화전승관에서 전국 시도교구 종무원장 회의를 열고, 총무원사 진입 후 후속대책을 논의했다. 호명 스님 측에 따르면 제27대 집행부는 91일 총무원사에서 열린 법회가 끝난 뒤 신도들이 나오는 과정에서 스님들이 진입했다. 당시 편백운 스님 측은 청사를 비워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명 스님은 그동안 임시총무원에서 업무를 보다 집행부로부터 편백운 스님 측과 물리적 충돌 없이 청사에 들어왔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이 자리에 나왔다종단 안정이 최우선이다. 전국 종무원장스님들의 고견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 자리서 한 관계자는 편백운 스님이 과거의 일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총무원사에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대부분의 종무원장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면서도, 협상의 가능성은 열어둔 채 대화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선암사 주지 시각 스님은 종단의 명예와 종도들의 자존감이 바닥에 떨어졌는데 편백운 스님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상대방과의 대화는 필요하겠지만 무리한 협상은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호명 스님은 “27대 집행부의 정상적인 행정업무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이 끝나야 가능할 것 같다면서 원만한 해결을 위해 전국 종무원에서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셨으면 한다. 당분간 총무원사 내에서도 양분된 형국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후 회의서는 총무원장과 중앙종회의장, 호법원장, 전국종무원장협의회장 명의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직위 사칭 등 해종행위로 간주 불법적으로 허비한 종단 재정과 발전기금 환수 한국불교신문의 명예훼손 행위 중단 등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종단은 그동안 중단된 각종 종무를 신속하게 정상화하고, 대내외적인 신뢰회복을 위해 참회하고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제26대 총무원장 편백운 스님은 전국종무원장 회의 직후 기자들을 만나 호명 스님 측을 향해 불법침입·업무방해로 고발했다고 전했다. 편백운 스님은 호명 스님 측의 총무원사 출입 후 세 차례에 걸쳐 퇴거를 구두와 서면으로 통고했으나 불응했다만일 무력 충돌에 의한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종단은 파국을 면치 못하고 치명상을 입을 것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편백운 스님은 이어 상대방에게 과거 일을 묻어두면 물러나겠다고 얘기한 적이 없다면서 앞서 내년 1월 민주적인 직선제를 도입할 시 물러나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직도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태고종 제26·27대 집행부가 총무원사 내에서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면서 세간의 이목은 사회법 결과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측은 총무원장 불신임 무효 확인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건물 명도소송 등의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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