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넘어 대안을… 녹색사찰, 新실천 운동”

바야흐로 ‘필(必)환경 시대’다. 친환경이 아닌 환경이 필수인 시대가 됐다. 이는 소비문화에도 그대로 이어져 하나의 현상이 됐다. 그간 환경 친화적 소비가 자신의 개념을 드러내는 것이었다면 필환경 시대에 환경은 살아남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최근 세계적인 소비문화도 ‘필환경’으로 전환되고 있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를 바탕으로 한 포장재를 최소화 하는 문화와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소비 트렌드를 비롯해 ‘비거니즘(Veganism)’을 바탕으로 한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동물실험 및 어떤 동물성분도 포함하지 않은 제품)’ 화장품 등이 이를 보여준다.

필환경 시대 ‘녹색불교’는 화두
사찰의 녹색화, 필수선결 과제
종단·불자 녹색화 교두보 역할
불교환경연대 ‘녹색사찰’ 운동
9곳 지정… 향후 확대 방침

‘제로 웨이스트’와 ‘비거니즘’은 특징은 소비자 개개인이 주체적으로 운동을 주도하며 높은 실천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제로 웨이스트’는 2030세대에게는 일종의 힙(Hip, 새로운 것을 지향하고 개성이 강한 것이란 신조어)한 행위다. 관심사가 되고 있다. SNS를 중심으로 ‘일회용품을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네이버 카페 ‘제로웨이스트홈’과 소모임 누리집 빠띠의 커뮤니티 ‘쓰레기 덕질’ 등도 같은 유형의 온라인 모임체다.

필환경 시대의 ‘제로 웨이스트’와 ‘비거니즘’ 같은 사회 현상은 불교와 깊은 연관성을 갖는다. 소욕하며 순환적인 삶을 강조하는 불교사상은 ‘제로 웨이스트’와 그대로 연결된다. 유정, 무정 모든 것에는 ‘불성(佛性)’이 있다는 특유의 생명사상은 ‘비거니즘’과 맞닿는다.  

이에 대해 유정길 에코붓다 대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모두 경제와 개발을 바탕으로 한다. 이를 벗어난 것이 ‘녹색운동’”이라며 “필환경 시대에 맞춰 불교는 ‘녹색불교’라는 화두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 불교환경연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녹색사찰 지정 캠페인’은 주목할만하다.

지난 2018년부터 시작된 캠페인은 녹색사찰 유형 개발을 비롯해 △녹색 모델 사찰 발굴 △환경 법회와 환경 교육 실시 △사찰림을 통한 지역사회 공헌 △환경보존활동 등 실천사업 추진을 목표로 한다.

현재는 제1호 사찰인 고양 금륜사(주지 본각)를 비롯해 △언양 백련사(주지 천도) △은평 열린선원(주지 법현) △장성 천진암(주지 정관) △의정부 석림사(주지 능인) △울산 여여선원(선원장 효암) △서울 법장사(주지 퇴휴) △서울 반야정사(주지 효진) △천안 성불사(주지 원묵) 9곳이 불교환경연대 지정 ‘녹색사찰’로 활동 중이다.

이 사찰들은 자발적으로 1회용품과 비닐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텀블러와 다회용기를 사용하며 쓰레기 줄이기와 분리수거, 신재생에너지 사용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더욱 눈길이 가는 것은 녹색사찰들 간의 ‘정보 연대’다. 녹색사찰 10곳의 주지 스님과 불교환경연대 실무자는 단체 모바일 채팅방을 만들고, 각자 사찰에서 이뤄진 녹색 실천 사례를 공유한다. 이는 서로에게 자극과 정보 공유로 작용하고 있다.  

한주영 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은 “주로 연등회, 부처님오신날 법회, 성지순례 등 사찰 행사가 있으면 각 사찰 실천 사례들이 채팅방에서 공유된다”면서 “소소한 팁도 있고, 무릎을 치는 좋은 아이디어도 나온다. 이런 사례들이 모여 사찰의 녹색화가 완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실 ‘녹색사찰’은 ‘녹색불교’로 가는 교두보다. ‘녹색불교’는 ‘종단·사찰·불자의 녹색화’라는 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위로는 환경 종책이 이뤄지고 아래로는 신도들의 실천, 그리고 이를 펼칠 수 있는 도량이 구성돼야 한다.

그래서 사찰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경교육·법회 등을 통해 신도들의 생활 습관 변화를 유도하며, 일선 모범 사례들은 종단 환경 종책 입안에도 실질적 도움과 영향을 줄 수 있다.

한주영 사무처장은 “기존 환경운동은 이슈와 사안에 대응하는 데 중점을 뒀지만, 지금의 녹색운동은 문제의 근본 원인을 살피고 대안을 찾아 개선하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사찰 내에도 자본주의가 들어와 쉽게 쓰고 버리는 게 일상이 됐다. 녹색사찰 캠페인은 우리를 돌아보고 대안을 찾는 새로운 실천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녹색불교운동 핵심은 ‘녹색사찰’

인터뷰-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법만 스님

Q 녹색사찰 지정 운동 시작 계기는
A 이제 환경문제는 누구도 피해갈 수 없는 인류 전체의 생존이 걸린 문제가 됐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은 대량생산 대량소비라는 산업사회의 패러다임을 벗어나서 덜 쓰고 덜 버리는 소박한 삶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순환의 세계관과 단순 소박한 삶은 불교의 핵심 사상인 연기사상과 승가공동체의 생활양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지만 불교에도 언제부터인가 비닐, 1회용 컵, 화학세제 등 순환하지 않고 썩지 않는 쓰레기들이 늘어가고 있고, 공동체 문화의 가치가 퇴색하고 있다. 녹색사찰 운동을 통해 불교의 생태적 가치와 전통을 회복하고 실현함으로써지구의 지속 가능한 생명력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Q 사찰의 녹색화 의미는
A 녹색불교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사찰의 녹색화’가 가장 핵심적이다. 사찰의 녹색화는 사찰의 의식주와 종무행정·포교·교육·수행 등 일상의 모든 것이 녹색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종단은 녹색사찰의 확산과 녹색사찰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하고, 신도들은 사찰에서 배운 생태적 가치와 삶의 방식을 가정에서 실천하고 이웃에 전해야 한다. 이것이 녹색불교운동에서 녹색사찰이 중심이 되는 까닭이다.

Q 일선 사찰은 어떤 노력 필요하나
A 사찰 일상의 모든 것들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고 성찰해 계승할 것과 버릴 것, 혁신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이와 함께 1회용품 안쓰기, 에너지 절약 및 재생에너지 사용, 빈그릇 운동, 생태 방생, 환경교육, 환경법회, 숲생태교육 등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도들과 지역주민들이 함께 지금 우리에게 닥친 환경문제가 무엇이고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과 지역사회와 지자체와 국가가 해야 할 바는 무엇인지를 찾고 함께 실천해 나가도록 허브 역할을 해줘야 한다.

Q 녹색사찰 운동 향후 추진 계획은
A 전국 사찰을 순례하며 녹색사찰의 의미와 필요성, 실천방법을 제안하고 실행 의지가 있는 사찰들과의 협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또한 기존 녹색사찰들이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녹색사찰들끼리 서로의 경험과 정보를 공유하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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