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수행법인 간화선이 다양한 수행법들과 경쟁해 살아남아야 조계종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는 도발적인 주장이 나왔다. 백성호 중앙일보 종교전문기자가 조계종 화합과혁신위원회 토론회서 밝힌 이 같은 견해는 조계종 내부가 아닌 외부인사의 객관적인 시각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간 한국불교는 간화선을 가장 수승한 불교수행법으로 평가하면서도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가보(家寶)처럼 여겨왔다. 2000년대에 들어서기 전까지, 분명 간화선을 대하는 이 같은 자세는 일종의 신비주의로 작용해 대중에게 비범한 수행법처럼 느껴지게 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이런 자세는 더 이상 대중에게 통용되지 않는다. 도리어 고루하거나 어려운 수행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과거 전국의 선방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커피가 이제는 차()를 제치고 스님들의 중요한 기호식품이 됐듯이, 요즘 선방에는 간화선이 아닌 위빠사나 등의 수행을 하는 스님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조계종의 현실이다. 한국불교의 세계화를 위해 서양과 동남아 등을 찾아다니며 외국인들에게 전한 것도 간화선이 아닌 템플스테이와 사찰음식이었다.

간화선의 위기는 곧 조계종의 위기다. 육조 혜능의 조사선이 해동 초조 도의국사에 의해 한반도에 전해지고, 이는 긴 세월을 거쳐 간화선이라는 독특한 한국불교만의 수행법으로 변모했다. 이제는 다시 한 번 변화를 꾀할 때다.

간화선을 현대적으로 풀어내 대중이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유도하지 못하면 조계종의 백년대계는 역사 속 박제로 끝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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