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문수암 제3회 산사음악회
대중 익숙한 클래식으로 준비

해가 져 어둑한 지리산 골짜기에 비가 고요히 내렸다. 사찰에서 귀에 익숙한 엘가 사랑의 인사가 연주되고 세레나데가 연이어 흘러나왔다. 비가 내리자 대중은 우산을 펼쳐들었고, 우산에 부딪히는 빗소리마저 화음이 됐다.

지리산 산청 문수암(주지 기영)이 제3회 문수암 산사음악회를 727일 경내 마당에서 진행했다.

문수암 주지 기영 스님은 산사음악회에 불교음악을 고집하지 않았다. 종교를 초월해 자연에서 쉼을 얻고 음악을 통해 힐링을 선사하는 것, 그 자체도 불교 정신이란 뜻에서다. 익숙한 곡을 선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산사음악회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와 세레나데로 시작했다. 첫 번째 무대는 꼬니-니꼬 체임버앙상블이 장식했으며, 신화수 바리톤이 헨델의 그리운 나무 그늘이여와 그리운 마음을 불러 지리산 자락에 중저음의 멋진 목소리를 선사했다. 꼬니-니꼬 체임버앙상블의 아리아와 루마니안 춤곡이 이어졌고, 창원남성합창단이 내 마음 그 깊은 곳에와 광야에서를 불러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 무대는 임동창 피아니스트가 ‘1300년의 사랑이야기시리즈 중 4월의 신부, 효재의 꿈, 달하를 연주했다.

문수암 산사음악회는 작지만 알찬 것으로 이미 입소문이 났다. 처음 시작 당시 50여 명의 청중이 자리했지만 횟수를 거듭하며, 문수암 마당에는 400여 대중으로 가득 찼다. 또 지리산 깊은 곳 산청 시천면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음악회 당일 문수암을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들로 줄을 이었다.

공연팀이 곡을 마칠 때마다 환호하는 앵콜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비가 계속 내려도 사람들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대중은 작은 사찰에서 이렇게 좋은 음악회를 마련했다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장종해(부산·46) 씨는 생각보다 사찰 규모는 작은데 50여 명의 합창단과 연주를 이끄는 오케스트라까지 부족함이 없었다수준 높은 음악회를 마련해 보여준 스님께 감사드리며 임동창 씨의 자유로운 곡 연주를 들으면서 전율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주지 기영 스님은 문수암은 우화루라는 전각, 꽃비 마당이 있다. 그래서인지 음악회만 하면 비가 내린다며 웃어보였다. 이어 스님은 와주신 모든 대중에게 감사드리며 아름다운 음악을 준비했으니 감상하시고 좋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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