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자유’ 둘러싼 정치 지형 살피다

근현대사 內 종교문제 조망
초기 소수종교 선교 보장서
국가·종교권력 활용으로 이동


종교편향·종교평화법·훼불 등
불교VS보수개신교 대립 형국
갈등구도 속 정치권 눈치보기

2008년 8월 27일 열린 범불교도 대회의 모습

2008년 8월 27일 불교도 20만 명이 서울시청 앞 광장에 모였다. 스님과 불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종교편향을 규탄하며 종교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했다. 불교계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던 당시 이명박 정부는 공직자 종교편향센터를 설치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기실 2000년대 이후 유독 ‘종교자유’ 이슈들이 지속적으로 불거졌다. 불교 신자인 오태양은 자비 사상과 평화주의 신념을 내세워 병역을 거부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 논쟁에 불을 붙였고, 대광고 고등학생으로서 채플 자유화를 요구하면서 1인 시위와 단식투쟁을 벌인 강의석은 학교 안의 종교자유 문제에 불을 지폈으며,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은 기독교 집회에서 “서울시를 하나님께 바친다”는 내용의 봉헌서를 낭독해 이른바 ‘서울시 봉헌 사건’을 일으켰다. 

발단의 경위는 조금씩 다르지만 세 가지의 사건은 병역(군대), 교육(학교), 공직사회에서 종교자유가 여전히 뜨거운 쟁점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진구 한국종교문화연구소장의 〈한국 근현대사와 종교자유〉는 주목할 만하다. 한국 근현대사 안에서 종교자유 변화와 이와 얽힌 구조적 지형들을 통합적으로 조망하고 있어서다.

기실 종교자유는 매우 다양한 모습을 띠면서 주요 이슈로 등장하고 있지만 그동안 학계의 연구는 개별 사안 중심의 연구였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의 종교자유 문제의 전반적 성격과 특성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이 책에서는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 속에서 종교자유 문제를 조망하면서 종교자유의 시기별 특성과 함께 구조적 측면에도 주목했다. 시기적 측면에서는 개항기, 일제하, 군사정권기, 민주화 이후 시대 등 네 시기로 나누어 검토했다.

개항기의 종교자유 담론은 서구종교인 천주교와 개신교의 선교활동을 보장하는 교두보 역할을 주로 한 반면, 일제강점기에는 사립학교에서의 종교교육, 신사참배, 종교단체법의 제정을 둘러싼 식민권력과 선교권력의 대립 구도 속에서 종교자유 문제가 주로 부상했다.

군사정권 하에서는 진보적 개신교 진영의 선교 자유 담론과 정부 관료의 정교분리 담론의 충돌 과정에서 종교자유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지만, 양심적 병역거부 및 미션스쿨과 관련된 종교자유 문제는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었다. 민주화 이후에 비로소 양심적 병역거부와 미션스쿨의 종교자유가 공론의 장으로 떠올랐다.

이 시기부터 특히 공직자의 종교자유 문제를 비롯해 시민단체의 종교법인법 제정, 보수 개신교 진영의 해외선교 등이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 연장선상에서 최근에는 특정 종교의 배타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종교 활동 내지 종교적 신념표현을 ‘종교자유’로 포장하거나 강변함으로써, 종교자유라는 말의 오염이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재 한국사회 안에서 종교자유는 ‘살아있는’ 주제로 자리잡았다.

특히 이 책은 한국 근현대사에서 국가권력이 종교자유를 지배의 테크놀로지로 활용하는 방식과 종교권력이 자기 방어적 선교의 도구로 종교자유를 활용하는 방식에 주목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각 주체가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종교자유의 규범과 이상을 활용하는 ‘종교자유의 정치학’ 구조를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성시화와 템플스테이를 주제로 한 챕터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종교 갈등은 국가나 종교단체, 개인이 아닌 종교단체 간의 대립으로 나타나고 있다. 불교는 공직자의 종교편향을 문제 삼지만, 보수 개신교는 개인의 종교 자유로 방어한다. 반대로 보수 개신교는 템플스테이 예산 지원을 종교편향으로 지적하지만, 불교는 템플스테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임을 강조한다.

저자는 “한국 사회는 불교와 보수 개신교가 국가 권력을 매개로 대립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두 거대한 종교권력의 대립 구도 속에서 국가 권력이 종교계의 ‘표’를 의식하며 눈치를 보고있는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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