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 교수 '퇴계학논집' 논문서 주장

1939년 다솔사 공문 발굴·분석
친일 아닌 학술대회 성격 강해

1939년 8월 경남 사천 다솔사에서 열린 하안거 법회가 친일이 아닌 학술대회 성격이 강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사진>는 〈퇴계학논집〉 24권에 기고한 논문 ‘다솔사 안거 법회(1939), 개요와 성격’서 이 같이 주장했다.

논문에서 김광식 교수는 다솔사가 행사 개최 20일 전인 1939년 7월 21일자로 선리참구원(현 선학원)에 보낸 공문인 ‘소화 14년도(1939) 방장산 다솔사 하안거 개요’를 발굴·분석했다.

공문은 일본 천태종서 다솔사에 보낸 일종의 법회 기획서로 주최·후원·취지·장소·일시·행사 내용 등 법회의 구체적인 개요와 내용이 담겼다.

하안거 법회 행사는 ‘조선문화 친선수행’을 목적으로 〈법화경〉에 의거해 죄업을 참회하는 법화 삼매 수행과 상행삼매 수행, 법화팔강 수행, 학술·문화 연구 등이 이뤄졌다.

1939년 8월 21~26일 열린 법회는 당시에는 봉행되기 어려운 대형 행사였다. 국내에서는 율사이자 밀교의식의 권위자였던 영암 스님을 대표로 쌍계사 범해, 통도사 구하, 범어사 경산, 해인사의 경하·고경·환경 스님 등 선지식 40명이 대거 참석했고, 일본 측에서도 유명 불교학자와 스님 35명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범술 스님의 주도로 열린 다솔사 법회는 2000년대 중후반 친일 논란에 휩싸였고, 불교계 내부 논쟁으로 이어졌다.

김광식 교수는 당시 다솔사의 문화적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회였음을 주목했다. 식민지 시설 대형 법회, 행사를 기획·추진할 수 있었던 다솔사의 문화적 능력을 재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다솔사 법회에 나타난 한국불교 문화적 자신감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대형 안거 법회라는 문화적 행사를 식민지 통치국인 일본불교와 대등하게 진행한 실력은 간단치 않았다는 것이다.

김광식 교수는 “다솔사 하안거 법회는 친일 행사와는 관련이 없는 순수한 학술대회 성격이 강했다”며 “오히려 식민지 통치국인 일본불교와 대등하게 진행한 다솔사의 문화적 능력은 물론 당시 한국불교의 문화적 자신감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식민지 통치가 심화되던 시절, 식민지국과 피식민지국의 스님들이 함께 모여 학술행사를 벌인 것은 의미가 크다”며 “일제하 양국의 감정이 극단으로 치닫던 시절 경남 오지의 사찰인 다솔사에서 있었던 한일 불교문화 행사의 의미에 대해 새롭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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