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숲이야기 - 전영우 국민대 명예교수

봉은사는 매월 다섯째주 일요일마다 사회의 권위 있는 재가자를 초청해 일요법회를 진행하고 있다. 6월 30일에는 소나무 박사로 유명한 전영우 국민대 명예교수가 강사로 나섰다. 이날 전 교수는 불교의 숲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사찰림에 대한 입장을 대중에게 전했다.

한편, 전 명예교수는 산림청 임목육종연구소에서 5년간 근무한 후,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에서 산림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20여 년 동안 숲 해설 활동의 전개와 제도화에 많은 기여를 하였고, 현재 국민대 산림자원학과 명예교수로 있다. 정리=노덕현 기자

전영우 명예교수가 봉은사 법왕루에서 열린 일요법회서 불교의 숲 관리와 활용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

 

사찰이 숲을 갖고 있는데, 이 숲을 어떻게 보고, 이 숲이 어디서 유래됐고, 이 숲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것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 불교는 1700여 년의 역사가 있다고 하는데, 숲은 어디서 유래가 됐을까는 사람들 간에 주장이 많습니다. 사찰이 보유하고 있던 모든 자료들이 전쟁 등을 겪으며 망실됐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숲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불교계에서는 숲이 당연히 있는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귀한 보물을 갖고 있는지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주머니 속의 귀한 보물이 있는데도 얼마나 갚진 것인가를 알려고 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요즘 인기 연예인을 위한 숲을 팬클럽이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요즘 세대들이 숲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영평해전 희생자를 기리는 숲도 조성되고 있고 사찰 최고지도자 경영과정에서도 숲 관련 강좌가 열릴 예정입니다. 숲이 무엇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런 사회적 현상을 어떻게 바라볼 수 있을까요.

한국 산림 복원 100년사는
세계서 독일과 유이한 자랑
불교계 보유 숲 활용 필요
사회 기여, 위상 증대 나서야

최근에는 숲살림, 숲경영 등의 개념이 새롭게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좋아합니다. 독일 연방공화국 초대 대통령 테오도어 호이스가 한 말입니다. ‘숲(Wald)은 한 음절이다. 그러나 그 속에는 동화와 경이가 숨어 있다.’ 동화와 경이는 셀 수 없는 것입니다. 질적 개념이기 때문에 우리 눈에 보이는 나무로만 숲을 생각하는데, 숲을 이루고 있는 속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다는 것입니다.

숲서 자연의 영성 느껴져

산림의 유래는 산림천택에서 유래됐습니다. 어떤 생명체일까요. 가장 오래 사는 생명체, 가장 큰 생명체는 무엇일까요. 바로 나무입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브리스톨 소나무는 5000년을 삽니다. 이런 나무 앞에서는 인간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이 나무의 1mm 속에는 7년 동안 산 나이테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1년에 5.4mm 자라기 때문에 이 나무가 얼마나 천천히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이언트 세콰이어는 3000년 묵은 나무인데 3차선 도로의 밑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나무들이 자라는 숲을 새벽에 거닐어 본 적이 있습니다. 부처님을 뵙는 것과 같은 자연의 영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숲이란 쉽게 우리가 정의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습니다.

우리 숲은 세계적인 성과

우리 숲은 전 세계적으로 파괴가 심한 곳 중 하나입니다. 세계에서 숲이 파괴되었던 곳이 두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독일과 우리나라입니다. 독일의 경우 200년 전에 숲이 망가져서 200년에 걸쳐 복구해 세계에서 가장 숲을 잘 가꾸는 나라이자 산림기술이 발전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도 전쟁으로 숲이 심각하게 파괴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젊은 세대들은 우리 숲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앞선 세대가 만든 숲입니다. 전 세계는 한국을 본받으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한국 사람들은 알려고도 하지 않고 감흥이 없습니다.

중학교 교과서에 숲은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실어야 하며, 한국이 세계에 내놓을 만한 성과임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흔히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산림이 수탈됐다고 생각하지만 조선 후기부터 숲은 황폐화되고 있었습니다. 병탄이 되기 전부터 숲이 있는 곳은 개마고원과 태백산맥 일대뿐이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910~20년대 두만강 원시림을 일제가 벌목 했습니다. 1930년대 경기도 모습을 보면 이란의 사막지대를 보는 듯합니다. 민둥산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1950년대만 해도 북한산이 온통 헐벗은 모습이었습니다.

1973년도부터 100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이는 공식적인 발표일 뿐이고 사실 시행착오를 많이 겪어 200억 그루 이상의 나무가 심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말, 소, 지게 등을 이용해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아기를 업은 어머니들이 구호물자를 받고 나무를 심으러 다니기도 했습니다. 숲이 차츰 변했는데, 해안가 주변에는 산에서 흙을 파와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70년대를 거쳐 80년대, 90년대 많은 숲을 갖게 됐습니다. 국민 소득은 100배가량 늘어났는데 숲의 규모가 늘어난 것은 12~3배만 늘어났습니다. 소득이 늘어난 것보다 자연환경이 그만큼 좋아진 것도 기적과도 같은 업적인데, 사람들은 이에 대해 무관심 합니다.

북한 지역은 현재도 숲이 없습니다. 외화벌이용 벌채와 식량을 위한 화전 등으로 인한 것입니다. 이로 인해 작은 비에도 물난리로 인해 농사가 망가지게 됩니다. 북한은 여전히 산림 벌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1910년과 2010년과의 100년 사이 남북한의 산림 현황이 이렇게 바뀝니다. 오늘날은 우리의 녹화기술을 제3세계에 전파하고 있습니다.

녹색이 없는 우리 사회

신문광고를 위해서는 3000만원가량이 듭니다. 학군 등의 광고 없이 나무 몇 그루 그려놓고 숲세권을 홍보합니다. 아파트는 숲과 같다고 홍보합니다. 도대체 숲이 무엇이기에 우리 사회가 이런 반응을 할까요. 손톱만큼도 녹색이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에서는 도시가 숲속에 있는지, 숲이 도시 속에 있는지 헷갈릴 정도입니다. 우리도 비슷한 곳이 있습니다. 평창동과 성북동입니다.

세계에서 숲과 건강 등 효과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숲이 있는 직장과 없는 직장간 비교분석, 숲이 있는 학교와 없는 학교의 비교분석 두 가지 연구사례가 있습니다. 업무집중도와 만족도, 이직률이 적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숲은 공동체를 결속 시키거나 자연에 대한 감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내용을 심리적 효과로 산림 치유 등의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습니다.

숲을 자주 접촉하면 삶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매주 2시간 자연에서 놀면 건강해진다는 것이 바로 숲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불자분들은 사찰을 찾음으로 인해 이런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숲은 불교가 지닌 최고 자산

저는 1993년도부터 사찰 숲과 인연이 닿았습니다. 대한민국 숲의 1%가 사찰 숲이며 종단 부동산의 97%가 사찰 숲입니다. 약 2조 원가량의 가치를 사찰 숲이 창출하고 있지만, 국립공원 입장료, 문화재 관람료로만 정부와 다투고 있습니다.

사찰 57개소가 100만평 이상의 숲을 갖고 있으면서도 잘 활용하고 있지 못합니다. 국민 학계, 불자신도들의 무관심 때문입니다.

사찰 숲이 오늘날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다가가고, 불교 가치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요?

사찰 숲은 절이 생기면 땔감숲을 신라시대부터 같이 묶어 줬습니다. 예를 들어 봉은사는 양근 월계 하류방향까지 땔감숲을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석촌호수 부근 삼전도 나루터까지 숲이 이어졌고, 송파벌과 분당까지의 벌판이 봉은사 수사지였습니다.

사찰 숲은 여러 가지 기능이 있었는데, 오늘날에는 종교적 위상에 활용이 되어야 하고, 한국적 가치를 높이는 경관으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여기에 명상이나 건강 정진과 휴양 등에 기여하는 공간으로서의 가치가 있습니다.

사찰 숲은 우리의 정체성을 드러냅니다. 금강산 신계사의 향토 솔밭길, 운문사 돌머리 소나무숲길, 극락암 소나무 숲길 등입니다. 겸재 정선의 해인사를 그린 그림을 보면 소나무가 나옵니다. 100년 전에도 있고, 지금도 그대로 있습니다. 아주 재밌는 것은 국토면적의 0.7%밖에 안 되지만 사찰이 천연기념물의 15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용문사 은행나무만 해도 사찰을 통해 나무 식수가 전파된 것을 알려줍니다. 1000년 이상 된 은행나무가 모두 사찰에 있는 이유입니다. 스님들이 불법을 배우러 당나라에 갔다가 귀중한 약재나무였던 은행나무를 사찰에 심은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럽으로, 북미로 퍼져나간 은행나무의 얘기도 있습니다.

낮은 사찰숲 인식, 활용 높여야

사찰의 숲과 그 속으로 난 길을 성속을 가르는 차폐공간 등의 의미인데 알려고 하는 이가 없습니다.

불교계가 의례히 있는 것으로 알고만 있습니다. 주머니에 보물이 있어도 진가를 모르고 있습니다. 불교계에서는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키워야 합니다. 숲해설사, 산림치유사 등을 키워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또 사찰숲과 관련된 순례길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톨릭계에서는 수녀님들이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한국에서 숲길에서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순례길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스페인 산티아고와 일본 구마노고도가 유네스코에서 종교적인 이유로 지정한 문화유산 순례길 두 곳입니다.

우리나라도 태백산 정암사에서 법흥사, 오대산 적멸보궁으로 하여, 설악산 봉정암 등을 거치는 순례코스를 만들어서 죽기 전에는 한번은 순례해야 될 길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싶습니다.

400년 이래 우리 숲은 가장 울창한 시기입니다. 앞선 세대들이 가꾼 결과입니다. 이제는 숲과 관련된 새로운 가치가 만들어 지고 있습니다. 불교계도 이에 맞춰 새로운 영역을 개발해야 합니다. 사찰 숲의 가치와 기능에 좀 더 관심을 갖고 확장해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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