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데 마음 간다는 그말

윤구병 지음/호미 펴냄/1만 3천원

이 책은 철학자이자 농부인 윤구병<사진>이 부처의 눈과 마음으로 바라본 이 세상이야기다. 오래 전에 불교 잡지 〈해인〉지와 최근에 〈불광〉지에 쓴 글 29편을 모아 함께 실었다. 꽤 시간 차가 있는 글을 함께 묶었지만, 윤구병의 불교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때나 지금이나 시대를 앞서가며 예리하다.

〈해인〉 〈불광〉에 쓴 글 29편 모아
‘영세중립 통일연방 코리아’ 염송
해학적 불교용어 풀이 재미 ‘솔솔’

사들의 화두가 끊임없이 의심하는 데서 출발하듯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도 새롭게 질문을 하곤 한다. 그 답들을 찾아야 만이 이 시대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구병이 곱씹으며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는 해학이 넘치면서도 세상에 대한 혜안과 중생들에 대한 연민이 가득하다. 중생을 향한 보살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아픈 데 마음이 갈 수밖에 없고 우리 모두가 앉은 자리를 되돌아보게 한다.

글은 격한 공감과 절묘함에 무릎을 치게 하기도 하고 유쾌하게 웃다가 때로는 이렇게 발칙할 수가 있나 싶을 만큼 통쾌하기도 하다. 유마의 방에서 벌어질 일에서는 유마 힐은 석가와 한 스승 밑에서 함께 배운 도반으로서 가르침을 베푸는 몫을 달리 맡았다는 설도 있다며 석가는 부드럽게, 유마는 날카롭게 찌르듯이 제자를 교화했다는 얘기를 무척 흥미롭게 묘사하고 있다. 또한 ‘남전의 고양이와 조주의 개’ 같은 글은 화두 남전참묘(南泉斬猫)와 조주두재초혁(趙州頭戴草鞋) 장면을 지금 당장 눈앞에서 펼쳐지는 광경인양 실감나면서도 절묘하게 그 뜻을 풀어낸다.

윤구병은 몇 년 전부터 ‘영세중립 통일연방 코리아’를 앞당기기 위한 평화 마을 만들기에 동참하며 왜 이 땅에 하루빨리 평화가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밝힌다. 어떻게 하면 함께 잘사는 세상으로 갈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고뇌하며, 윤구병은 오늘도 불국토를 꿈꾸며 ‘영세중립 통일연방 코리아’를 염불하듯 염송한다. 더불어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사회에 산적한 문제들과 특히 쓰레기 문제 해결과 마을 공동체를 살릴 방법을 모색하며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을 되짚어 본다.

우리말 지킴이로 우리말과 글을 사랑하는 윤구병이 지금 당장은 낯설지만 되살려야 할 우리말과 어려운 한자를 쉽게 풀어쓰기 위해 애쓴 흔적이 글 곳곳에 배어 있다. 처음에는 고개를 갸웃하지만 금방 익숙해지고 이런 말들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은 욕구가 마구 치솟기도 한다. 그러고 딴지를 거는 듯하지만 적확한 그만의 독특하고 해학이 넘치는 불교용어 풀이는 곱씹을수록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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