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자광 스님(학교법인 동국대 이사장)

자광 스님은… 1959년 구례 화엄사에 입산해 경산 스님을 은사로 사미계를 받고, 1963년 자운 스님을 계사로 비구계를 받았다. 해인사승가대학을 거쳐 동국대 종비생 1기로 졸업하고 1970년 군승 중위로 임관했다. 월남전에 참가하기도 한 스님은 귀국 후 3군 선봉사와 육군사관학교 호국선원을 창건했다. 1981년 육해공군 군승단장을 역임했으며, 1987년 대령으로 승진, 3군 군종참모와 국방부 군종실장을 지냈다. 1995년 대령으로 예편하고 다시 종단으로 돌아가서 비구 수행자가 됐다. 이후 조계종 제2대 군종특별교구장과 호계원장을 역임했다.

2016년 동국대는 안팎으로 펼쳐진 갈등에 몸살을 앓고 있었다. 18대 총장 선거 당시 ‘종단 개입’ 구호 아래 불거졌던 일련의 사태들로 2015년 11월 동국대 이사들이 순차적 사퇴를 결의했고, 12월에는 일면 스님이 이사장직을 내려놨다. 이사장 직무대행 체제로 6개월여. 2016년 6월 20일 열린 제304회 이사회에서 제39대 이사장으로 자광 스님을 선출했다.

자광 스님은 여러 가지로 감회가 새로웠다. 은사인 경산 스님이 1963년 동국대 이사장으로 취임하며 종비생 제도를 만들었고, 자광 스님 자신도 종비생 1기로 동국대에서 수학했다.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한 자광 스님은 “학내 사안을 풀어나가는 데 있어 화합과 대화를 최우선에 두겠다”며 취임 일성을 내보였다.

군승서 교육자로 변신
2016년 6월 동국대 이사장 선출
학교식당 이용·법당 예불 생활화
솔선수범하며 주인 의식 일깨워 
‘불교 종립’ 정체성 세우기 위해
매년 법인 산하 수계법회 봉행

‘원융회통의 리더십’ 보이다
미화원 사태 당시 대타협 이끌어
올해 직고용… 상생 관점서 해결
초파일·명절 오찬하며 소통 행보
19대 총장 선거, ‘축제’로 유도해

올해 1월 30일에 열린 동국대 직접고용 미화근로자 직원증 수여식. 2018년 대타협 당시 약속을 이행한 것으로 이사장 자광 스님의 노력이 담겼다.

화합·자비심으로 달려온 3년
그로부터 3년. 현재 동국대의 학내 분위기는 편안하다. 사회적으로 뛰어난 성과도 잇달아 내고 있다. 최근 발표된 대한민국 창업우수대학에서 동국대는 창업 지원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동국대는 지난해에는 순위권에 들지 못했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1위를 차지했다. 지난 4월에는 교육부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 2단계 사업에 최종 선정돼 2021년까지 약 110억 원의 국고를 지원받게 됐다.

이밖에도 고교교육기여대학사업(10억원), 평생교육체제 지원(30.5억원), 혁신성장 청년인재 양성(24억원), 초기창업패키지(19.4억원) 등 주요 연구사업들이 선정되며 2년 연속 700억 원대 연구비를 수주하기도 했다.

동국대의 이 같은 성과의 기저에는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학내 화합을 위해 동분서주한 이사장 자광 스님의 노력이 있었다.

자광 스님이 보여준 3년 간 행보에는 ‘화합의 리더십’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소노동자들과의 대타협이다.    

지난 2018년 1월 29일부터 동국대는 청소노동자 파업 사태로 내홍을 겪었다. 청소를 하지 못한 학교는 쓰레기가 넘쳐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갔다. 파업 시작 후 86일인 4월 24일 동국대와 청소노동자들은 그해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점을 도출했다. 이런 극적인 타결에는 이사장 자광 스님의 제안이 있었다.

“2018년 초부터 수개월 간 지속된 미화원 파업 장기화 문제를 ‘상생’ 관점에서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때마침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더군요. 부처님의 넓은 자비심으로 학내구성원인 청소노동자들을 안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학교와 노조 모두 서로 어려운 입장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참회·화합·상생’을 도모하자는데 합의점을 찾은 것이죠. 물론 미화원 전원을 직고용 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 증가는 매우 큰 고민거리입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약자인 미화원들의 애환을 외면하는 것은 부처님의 뜻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이에 따라 결단을 내리게 됐습니다.”

당시 노조에게 한 ‘직접 고용’ 약속은 올해 2월 1일자로 이뤄졌다. 관련 노동자 97명 전원을 직접 고용했고, 앞선 1월 30일에는 이사장 자광 스님과 前 총장 보광 스님이 직접 단주와 직원증을 수여하는 조그마한 행사도 열리기도 했다.

이후에도 자광 스님은 청소미화원을 비롯해 학교를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경비 근무자, 주차 관리근무자 등과의 만남을 주기적으로 갖고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열린 팔정도 광장 연등 점등식에서 이사장 자광 스님, 윤성이 총장을 비롯한 학내 인사들이 연등행렬을 진행하고 있다.

부처님오신날과 명절마다 청소미화원·경비·기능직 근무자 대상 오찬을 열어 노고를 치하하고 한아름 선물도 전달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경비·주차관리 근무자들에게 미세먼지 마스크를 제공하고 반드시 착용하고 근무할 수 있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자광 스님의 바람은 하나다. 모두 학내 구성원으로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며 ‘상생·화합’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요즘 말로 저도 흙수저 출신입니다. 스님으로 살다가 이사장이 된 것이죠. 그래서 청소미화원, 경비 근무자 등의 사정을 잘 압니다. 그래도 학교는 생활터전입니다. 이곳이 무너지면 서로 있을 곳이 없습니다. 직고용된 미화원 모두가 이제는 동국의 당당한 구성원으로서 주인의식을 갖고 일해주길 바랍니다.”

지난 제19대 총장 선거도 이사장 자광 스님의 리더십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다. 19대 총장 선거는 유례없는 개방형 선거로 10명이 출마했다. 4자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진행했고, 총장후보자추천위원회부터 토론회까지 모든 선거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됐다. 이 과정에서 이사장 자광 스님은 “학내 구성원 가운데 차기 총장을 선출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하는 등 원융회통의 선거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총장 선거는 학교를 이끌고 나갈 운영자를 선출하는 것인데 매번 이전투구를 왜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갔습니다. 19대 총장 선거를 앞두고 이 같은 상황이 관습으로 굳어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내 자신 스스로 슬로건을 ‘총장 선거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가장 민주적 방법으로’를 내세우고 화합 안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자유롭게 출마하고 자기 정견을 발표하고 이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한 19대 총장 선거는 분명 이전과는 달랐다고 자부합니다.”

2017년 동국대 의료원 사기 진작을 위한 피자 공양.

‘불교 종립’ 주인의식 고취
화합과 함께 자광 스님이 학내 구성원에게 강조한 것은 ‘불교정신’을 바탕으로 한 ‘주인의식’이다.

자광 스님이 강조하는 불교정신은 ‘지혜·자비·정진’이라는 동국대 교훈에 정립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학교 운영과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사로 동국대에 왔을 때 마치 주인이 없는 학교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비유하면 목표를 잃고 항해하는 배 같았습니다. 부처님의 팔만사천대장경이 학교의 상징이고 학문의 근거가 되는데 이를 무시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바꾸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불교 종립 대학으로서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자광 스님이 택한 방법은 ‘솔선수범’이었다.
매일 9시 30분 출근 후 첫 일과는 정각원에서 예불이었다.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며 학내 구성원들을 만났고, 외식은 일절하지 않았다. 법인 산하 초·중·고등학교와 유치원에서 매년 1회 수계법회를 열고 빠짐없이 참여했다.

“학내 대중들에게 수행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그러니 주위 사람부터 학교의 주인의식이 고취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학교와 종단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상호 발전의 상생 관계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수년 간 교내 갈등을 유발했던 이슈인 ‘종단 개입’이라는 구호는 우리 대학의 설립 주체를 부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조계종은 동국대를 설립한 주체입니다. 1906년 동국대의 전신인 명진학교는 조계종단 주요 사찰들이 정재를 출연해 설립했기 때문입니다. 종단의 발전이 동국대의 발전이며, 동국대의 발전이 종단의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종단과 동국대는 상호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가야 합니다.”

“이사장, 명예·권력직 아닌 무한책임 직책”

‘1세대 군승’ 전설이 되다
은사 경산 스님 뜻에 따라 입대해
25년 군포교… 전역 후 승단 복귀
2009년 2대 군종특별교구장 선출
논산훈련소 호국연무사 불사 완료

가진 것 환원하며 이젠 회향 준비
“학교 아는 사람 이사장돼야” 충언

지난해 열린 호국 연무사 자광 스님 공덕비 제막식.

나의 수행처 군포교 현장
자광 스님은 동국대 이사장 이전에는 1세대 군승으로서 더욱 이름이 알려졌었다. 스님을 군포교의 길로 이끈 것은 은사 경산 스님이었고, 사문으로 이끈 것은 유년의 부침때문이었다.

자광 스님은 3남 4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6·25한국전쟁 당시 희생됐고, 어머니는 9살에 돌아가셨다. 이후 경찰이었던 형님 집에서 학교를 다녔다. 유년시절 생겨난 외로움으로 청소년기 심한 가슴앓이를 했다. 어느 날 전주에서 만행 중이던 스님을 만나 마음 속 고민을 털어놨다. 스님은 청소년 자광에게 수행자가 될 것을 권유했다.

자광 스님은 곧장 화엄사로 찾아가 출가했고, 당시 화엄사 주지 최진여 스님의 소개로 경산 스님의 문도가 됐다. 자광이라는 법명은 경산 스님에게 받은 것이다.

종비생 1기로 동국대 인도철학과에 입학한 자광 스님은 1970년 군승 중위로 임관했다. 군포교 일선에 뛰어든 것은 장병들을 포교하라는 스승 경산 스님의 명을 받든 것이다.

“대학을 마치고 선방에 들어가려는데, 군승으로 갈 스님이 부족하다며 입대를 요청받았습니다. 사병으로 군대를 갔다 왔는데 또 군대를 가라니 난감했어요.”

1970년 임관한 자광 스님은 1995년 국방부 군종실장(대령)을 끝으로 전역하기까지 25년 동안 군 포교에 매진했다. 군승으로서 자광 스님이 남긴 성과는 대단하다. 군종실장 시절 장병들의 종교 현황에 맞춰, 기존 불균형했던 군승과 군목의 비율을 조정했다. 이를 통해 군승법사 정원을 100여명으로 확대했다.

전역 후 군인연금을 받으며 세속에서 편안하게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광 스님은 다시 삭발염의하고 비구로 승단에 돌아갔다.

“주위에서 연금받으면서 사회에서 불교활동을 하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처음도 스님이었고, 지금도 스님이고, 앞으로도 스님입니다. ‘환귀본처(還歸本處)’는 당연했습니다.”

종단에 복귀한 자광 스님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제2대 군종특별교구장을 역임했다. 여기서도 군포교사에 한 획을 긋는 대작불사인 논산 육군훈련소 법당 ‘호국 연무사’를 건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정부지원금 없이 오로지 불자들의 성금으로 130억 원을 모연해 불사를 완성했다.

“28년 전 결혼식 때 받은 예물을 그대로 보내준 분과 아이 돌반지 상자를 보내준 분, 또 불편한 몸으로 장애 수당을 받으면서 그 수당을 모아 보내준 분, 요양원에서 용돈을 모아 보내준 분 등 불사동참 때마다 이 불사는 반드시 성취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게 했습니다.”

이 같은 스님의 노력에 감사한 조계종 군종특별교구는 지난 2018년 호국 연무사 경내에 공덕비를 세우기도 했다. 

지난해 동국대 112주년 개교기념식에서 진행된 로터스관 기공식.

동국대에 새로운 랜드마크를
최근 자광 스님은 동국대 숙원사업인 로터스관 건립 불사에 관심이 높다. 동국대 중문(혜화문) 일대에 연면적 2만5341m²지상 3층, 지하 6층 규모로 건립되는‘ 로터스관’은 동국대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전망이다.

동국대가 로터스관 건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어서다. 재학생과 교수, 직원 등 총 1만8000여 명이 상주하는 동국내는 좁은 부지로 인해 교육·연구 인프라 확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동국대는 지난 2012년부터 중문 일대에 건물 신축을 추진하며 건립 예정지 공원구역 해제, 중문 일대 주택 및 국유지 매입, 기획 설계 용역 및 지질조사 등을 순차적으로 완료했다.

2018년 3월에는 신축건물 명칭 공모를 통해‘ 로터스관’으로 명칭을 확정하고 5월 112주년 개교기념식에서 기공식을 개최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현재 십시일반 모연된 금액은 84억원으로 불자와 동문들의 관심이 절실하다.

“로터스관 건립은 동국대 발전을 위한 중요한 사업입니다. 725억 원에 달하는 건축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부채를 일으킬 수는 없습니다. 이제 동국대를 사랑하는 불자와 동문들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합니다.”

이제 한 달 뒤 자광 스님은 제39대 이사장 소임을 마무리한다. 후임 이사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을 제언해달라고 하자 곧장 “이사장은 권력과 명예직이 아니다”라고 즉답했다. 그러면서 “이사장은 무한책임이 있는 직책으로 학교를 아는 사람이(이사장을) 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책임감 있는 후임이 왔으면 하는 자광 스님의 바람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마지막 향후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이제는 죽을 준비하러가야지. 아름답게”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내 스님은 말을 이어갔다. “내 두 손에 쥐고 있는 거 다 내려놓고, 가진 것 다 환원하고 이제는 회향하러 가야지요.”

평소 자광 스님은 교내 안팎 행사에서 “여러분이 있으니 제가 있고, 제가 있으니 여러분이 있다”며 인연법을 강조했다. 자광 스님이 계획하는 ‘아름다운 회향’이라는 인연이 어떻게 나타날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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