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우도

백금남 지음/무한 펴냄/1만 5천원

‘한 개인의 정신적 발전 과정을 불교적 관점으로 추적한 역작이다’ 〈이청준 선생〉

‘갖춰진 소설로서의 틀과 문장력, 우선 재미있게 이끄는 힘이 있다’ 〈정규웅 문학평론가〉

‘무거운 주제를 택해 성실히 밀고 나가는 탁월한 역량이 엿보인다’ 〈서정기 교수〉

출간되자마자 문단에서 찬사가 쏟아졌다. 소설가 백금남<사진>이 소를 통해 인간 본성을 들여다 본 신작 장편 〈십우도〉가 그 주인공이다. 이번 소설은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본성을 어떻게 찾아와 이 세상에서 눈빛 좋게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도살을 업으로 삼고 있는 백정의 삶은 눈물겹다. 하지만 그게 곧 우리들의 삶이라는 사실을 이 소설은 문학적으로 펼쳐 보여준다. 저자 백금남은 책 속에서 일제 강점기와 6.25라는 민족의 수난. 그 과정 속에서 지난히 살 수밖에 없었던 민초들의 삶 그 자체가 오늘 우리들의 삶이며, 그것이 바로 도임을 처절하고 지극하게 버무렸다. 백정의 일상사인 소의 도살과 그 수행의 길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들의 일상 또한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잃어버린 자아를 찾고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 소설은 여실히 보여준다.

이번 소설 〈십우도〉는 한마디로 백정의 일상사인 소의 도살을 통해 깨달음의 길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며, 진여와 실상의 체득이 또한 지난한 것임을 쉽게 이야기로 풀어냈다. 김선학 교수(문학평론가)는 “그 이야기는 언어를 잘 꿰어 갈무리한 문체의 특성 및 백정의 한과 사무친 설움의 응어리를 불교적 사유와 순환의 구조 속에서 감동으로 말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평했다.

소를 통해 인간 본성을 내다본 이 소설은 2014년 대종상을 수상한 영화 〈관상〉의 작가 백금남이 그려낸 거대한 한 폭의 구도화와 같다.

줄거리는 이렇다. 칼잡이 정산우는 어느 날 한 마리의 소를 잡다 놓쳐 버린다. 그는 소를 찾아 나서게 되고 지난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본성을 되돌아본다. 정산우의 고조부는 본시 백정 가문의 칼잡이 흰고무래다. 그는 흰고무래의 대를 잇기 위해 눈뜬 사람도 하기 힘든 백정짓을 눈먼 아들에게 대물림한다. 눈먼 백정 정풍정은 엄숙하고 장렬하게 백정으로서의 삶을 살다간다. 이후 그의 자손들은 세상의 괄시와 홀대를 온몸으로 받으며 정산우 대에 이른다. 자신이 놓친 소를 찾아 산으로 든 정산우는 눈물겨운 조상들의 지난한 삶을 되돌아보면서 자신의 자성에 눈 떠간다. 자신이 잃어버린 소가 곧 자신의 본성이며, 그 본성을 찾기 위해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는 도(道) 그러면 먼저 어렵다고 생각한다. 도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생활 자체가 도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 백금남 작가는 그 사실을 이 작품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우리의 일상 자체가 도이기에 잡다한 생활을 떼놓고 도를 따로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도 그러면 산중절간이나 중생계와 격리된 심신산골로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의 일상 자체가 생활선(生活禪)임을 설명하기 위해 한 마리의 소를 등장시켰다. 본질의 현현으로서 소의 등장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선불교에서는 인간 본성을 소에 비유해 왔다. 소를 곧 우리의 본성으로 본 것이다. 그 본성을 찾아가는 여정이 바로 이 소설 〈십우도〉이다.

▲저자 백금남 작가는?
1985년 제15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본격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87년 KBS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이후 신비한 상징과 목가적 서정으로 백정 집안의 기묘한 운명을 다룬 장편소설 〈십우도〉와 〈탄트라〉가 잇따라 히트하면서 90년대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중 한 명이 되었다. 2003년에는 〈사자의 서를 쓴 티베트의 영혼 파드마삼바바〉로 민음사 제정 올해의 논픽션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일본의 화신(畵神)으로 불리는 도슈샤이 샤라쿠가 바로 한국의 김홍도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추적한 소설 〈샤라쿠 김홍도의 비밀〉을 발표해 세간의 화제를 모았다. 소설 〈관상〉은 영화와 함께 ‘관상 신드롬’을 일으키며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궁합〉 〈명당〉과 함께 역학 3부작으로 꼽힌다.

 

십우도란?

1단계 심우 | 놓친 소를 찾아 나선다. 우거진 수풀을 헤치고 소의 자취를 찾아 헤맨다. 잃어버린 참 자아를 찾아 나섬을 상징한다.

2단계 견적 | 소를 찾아 실마리가 되는 발자국을 발견한 것은 깨달음의 서광이 비춤을 뜻한다.

3단계 견우 | 멀리서 야생의 사나운 소를 발견한다. 이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으나 아직 완전하지 않음을 상징한다.

4단계 득우 | 정신을 집중해 소를 붙잡았으나 날뛰는 소를 뜻대로 다루지 못한다. 이는 득오의 경지에 이르렀으나 아직 더 닦아야 함을 상징한다.

5단계 목우 | 붙들었던 소를 길들이다. 이제 뜻대로 얻었으나 다시 잃지 않기 위해 수신해야 함을 상징한다.

6단계 기우귀가 | 길들인 소를 타고 피리를 불면서 집으로 돌아온다. 이는 참자아가 자기 밖에 있는 것이 아님을 상징한다.

7단계 망우존인 | 소를 타고 집에 돌아오니 세상은 그대로다. 대상 자체가 그대로 본래면목임을 상징한다.

8단계 인우구망 | 집에 돌아와 찾던 소와 찾은 나도 잊는다. 만물 일체가 공(空)임을 나타낸다.

9단계 반본환원 | 인간의 본성이 원래 청정한 것임을 나타낸다.

10단계 입전수수 | 이타행을 위해 다시 세속적으로 돌아옴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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