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삶의 애환 달래는 일본 신주쿠 ‘스님 BAR’

여러 종파 스님들 모여 개업
법당 인테리어 빌려와 ‘눈길’
손님들과 ‘독경’ ‘법문’ 명물
“어려운 속내 털어놓고 가길”

‘스님 바’에서 칵테일을 제조하는 후지오카 스님. 사진출처=TV 도쿄뉴스

새로운 포교를 위해 사찰이나 스님들이 카페나 이색적인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 늘 화제인 일본. 이제는 스님들이 운영하는 칵테일 바도 등장했다. 일본의 TV ‘도쿄뉴스66일 이색 바로 유명한 스님 바를 특별히 소개했다.

술집골목으로 유명한 신주쿠의 일각에 자리 잡은 칵테일 바 ‘VOWZ BAR(스님 바)’는 현역 스님들이 운영하기로 유명한 칵테일 바다. 음주를 금하는 스님들이 운영하는 칵테일 바라는 점이 모순적이지만, 휴일 저녁엔 항상 만석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스님 바의 점내에는 불단이 모셔져 있고, 불경이 쓰인 족자나 탱화가 벽에 걸려있다. 테이블이나 의자까지 사찰에서 사용하는 그대로 가져와 마치 법당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심지어 매일 자정을 넘긴 뒤 잠시 장사를 중단하고 손님들과 함께하는 독경과 법문은 바의 명물로 꼽힌다.

스님 바를 대표해 인터뷰에 응한 후지오카 스님은 바의 컨셉을 누구나 올 수 있는 사찰로 설정하고 인테리어를 구성했다. 현대의 많은 일본인들이 불교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장례나 제사뿐이라는 것이 현실이지만, 불교는 원래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바의 콘셉트를 설명했다.

또 다양한 불교용품이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많은 손님들이 불구들의 사용법이나 정체에 대해 물어오는 것에서 불교 이야기가 시작된다며 단순한 인테리어용이 아닌, 실제 사용되고 있는 불구로서의 가치를 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스님 바는 종파를 가리지 않고 스님들이 매일 번갈아 가며 가게를 지킨다. 후지오카 스님도 현재 도쿄도내의 모 사찰 주지로 활동하고 있다.

후지오카 스님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바라는 점은 집으로 가지고 돌아가기 어려운 속내를 털어놓았으면 하는 것이다. 그런 곳에서 모두가 편안해지는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려는 마음으로 업무에 임한다며 실제 바에서 상담이 많이 진행된다고 전했다. 손님들은 스님이 운영한다는 독특함과 한두 잔의 술에 긴장을 풀고 상담을 요청한다고 한다.

스님은 이어 상담을 받은 손님들 가운데 이런 방법이 불교에 있을 줄이야!’하고 놀라는 분들이 많다. 불교에 대한 선입관이 사라졌다는 피드백을 자주 듣게 된다며 상담으로 단골이 된 손님들도 있다고 말했다.

스님 바는 칵테일 바라는 특성상 스님들이 직접 칵테일을 개발하고,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다. 칵테일에는 극락정토’, ‘무간지옥과 같은 불교적인 이름이 붙어있다. 칵테일 외에 일본주도 판매하고 있다. 단 이 주류들은 모두 사찰에서 주조한 전통주다. 약용으로 사찰에서 주조하던 술을 구해 메뉴로 올린 것이다.

안주류도 사찰음식을 응용해 만들었다. 육류와 어패류, 오신채를 넣지 않은 안주를 개발해 내놓고 있다. 후지오카 스님은 금지된 식자재를 제외하고, 정갈한 사찰음식의 정신을 담은 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일하는 스님들에겐 수행의 일환이라며 웃어 보였다.

가게 안에 조성된 불단 및 만다라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출처=TV 도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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