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중심엔 불교사가 있다”


韓불교사 3부작 중 마지막
1500쪽 걸쳐 통사적 탐구
시대별 불교 변화 등 담아
“역사 알아야 불교 바로 서”

궁구.(窮究) ‘속속들이 파고들어 깊게 연구하다’는 의미를 가진 단어다. 17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한국불교는 역사학적으로 무한한 광맥을 지녔다.

고영섭 동국대 불교학과 교수<사진>가 최근 내놓은 연구저작물 <한국불교사 궁구>는 1700년 한국불교사를 시대와 주제별로 분류해 심층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는 고 교수의 전작 <한국불교사 연구> <한국불교사 탐구>를 잇는 한국불교사 3부작의 마지막이기도 하다. 

총 2권으로 이뤄진 <한국불교사 궁구>는 총 1500페이지라는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 저자는 △고대불교, 전래와 수용 및 공인과 유통 시대 △고려불교, 심화와 확장 및 내화와 외화시대 △조선불교, 자립과 자생 및 선지와 교문시대 △대한불교, 국난과 법난 및 재구와 부흥시대 등 4부로 나눠 한국불교사를 살핀다. 

한국 고대불교의 전래와 수용을 조명한 1부 ‘고대불교, 전래와 수용 및 공인과 유통시대’에는 8편의 논문이 수록됐다. ‘한국 고대불교의 형성과 지형’에서는 실크로드를 거쳐 전해진 고대불교가 어떠한 지형도를 그렸고 어떤 인물들에 의해 주도돼 왔는지를 검토했다.

‘가야 명칭의 어원과 가야불교의 시원’에서는 가야의 명칭이 붓다의 오도처인 부다가야에서 기원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고구려 혜관이 일본 삼론학에 미친 영향’에서는 고구려 출신 혜관이 수나라 유학 이후 일본 삼론종 2조로서 일본 삼론학에 미친 영향에 대해 구명했다.

‘신라 원측이 중국불교에 미친 영향’과 ‘정중무상의 무념관’, ‘구화 지정이 중국불교에 미친 영향’은 신라 왕손 원측과 왕자 무상, 지장 스님이 중국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영향력을 가졌는지를 조명하고 있다.

2부 ‘고려불교, 심화와 확장 및 내화와 외화시대’는 고려불교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룬다. 8편의 논문 중에서는 ‘<삼국유사> 흥법편 아도기라 조의 고찰’을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해당 논문을 통해 고구려불교 재전자인 아도와 신라불교 초전자인 아도를 구분하고 아굴마의 아들 아도가 신라불교의 초전자였음을 밝혔다.

또한 ‘한국 승군의 역사와 성격’에서는 승군이 세계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불교 특유의 것이라는 사실과 고구려 안시성 전투로 시작된 승군이 고려·조선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를 조명했다.

조선시대 전반을 조명한 3부는 자생적 불교를 보였던 조선불교의 특징을 조망한 연구 논문들이 수록됐다. ‘조선 후기 불학의 실학적 성격’에서는 유교 성리학 재편과정에서 시작된 실학의 개념을 불교의 중도 실제학의 개념으로 풀어감으로서 조선 후기 실학시대에 불학이 자기 정체성을 모색했는지를 검토했다.

조선 후기 불교계 지성인들이 어떻게 역사와 시대를 바라봤고 불교사상이 개화사상과 어떻게 접목됐는지를 살핀 논문 ‘조선후기 불교계의 지성인 형성 기반’도 눈길을 끈다.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격동의 시대를 다룬 4부에서는 국난과 법난을 극복하고 교단을 재건하는 일련의 과정을 조망했다.     

고 교수는 “한국불교사는 한국사의 마중물”이라며 “한국불교가 시대 주류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자기 정체성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사를 바로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연구, 탐구와 다른 궁구라고 해서 마지막이란 종결의 의미가 아니라 ‘끝까지 파고든다’는 자세로 나아가겠다”면서 “앞으로도 한국불교사에 대한 나의 ‘궁구’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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