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봉은사가 510일 거사림회를 창립했다. 모집 공고 결과 150여 명의 신청자가 몰려 인선위원회를 거쳐 130명으로 출범했다.

인도 불교에서 거사는 부유한 자산가를 의미한다. 평민 계층 중 자산을 일군 이들로 불교 외호와 재가 중심의 신행문화를 이끈 존재들이었다.

근현대 한국불교계에서도 훌륭한 거사들이 많았지만 조직화는 더뎠다. 하나 둘씩 언제부터인가 불교계에서는 거사림회로 대표되는 남성 불자 조직이 사라지거나 유명무실한 사찰이 부쩍 많아졌다.

불자 감소와 노령화, 신행 패턴 변화 등의 이유가 복합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사불교를 구축하겠다는 사찰의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거사들은 신행활동과 함께 사찰의 행사마다 적극적인 활동을 담당한다. 국내 최대 규모인 한마음선원 법형제회의 경우 지원 환경 조성을 비롯해 수련회와 합창단 활동 등을 통해 도반 간의 법연을 나누고 있다.

거사림회 조직은 여성신도 일변도의 한국불교에서 신도 조직화를 일구기 위한 시작이다. 이를 위해선 사찰 측의 관심과 기존 신도회와의 유기적인 관계 형성 등이 필요하다.

대승불교의 대표적인 경전인 유마경에서 유마거사는 형식적인 부파불교를 거부하고 수행과 실천의 대승불교 요체를 드러냈다. 한국불교가 다시금 살아나기 위한 길도 이러한 이 시대 유마거사들을 배출하는 데 있다.

봉은사의 거사림회 창립이 서울 강남의 남성불자들의 결집을 넘어 한국불교 전반적인 거사불교의 새로운 장을 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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