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애’의 치료 방법 ‘사성제’
‘갈애’의 치료 방법 ‘사성제’
  • 남혜경 전문코치
  • 승인 2019.03.25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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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애의 다른 선택

금연 세 달째, 경섭씨의 애타는 갈망
금연은 코칭의 단골 이슈다. 작심삼일이 되고 마는 신년 계획 중 하나이기도 하다.

두 번째 금연에 도전하는 강섭씨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3월 첫 주 리마인드 코칭을 가졌다. 지난해 12월 나누었던 코칭 대화는 이랬다.

- 담배를 피우면 어떤 점이 좋은가요?

- 마음이 편안해지죠, 마음이 어수선할 때 연기를 뿜고 있으면 차분해집니다. 특히 분노가 갑자기 솟아오를 때 상대를 멀리 하고 혼자서 담배를 물고 있으면 이상하게 여유가 생깁니다. 오래 되고 보니 시간마다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이 너무 익숙해서 밥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워 졌어요, 담배는 수시로 찾는 친구예요.

- 그렇군요. 그런데도 담배를 끊겠다는 결심을 하셨는데,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 아무래도 건강에 해로우니까요. 늘 잔기침이 나고 목이 자주 아파요. 아이들과 아내도 담배 피는 모습을 싫어하고요. 또 돈도 많이 들지요. 용돈 중 가장 큰 부분이 담배 값입니다.

- 지금 하신 말씀을, 금연 후의 변화로 바꿔 보시면?

- 우선 건강이 좋아질 것이고요. 가족들도 반기겠지요. 용돈도 넉넉해지니 다른 취미활동을 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제 몸에서 냄새도 덜 나고 주변이 깔끔해지고. 또… 끊어야 할 이유가 굉장히 많네요.

인간 고통 ‘갈애’서 시작
집착·애탐 등으로 이어져
붓다 말씀 들고 수행을

섭씨가 금연을 위해 실천하기로 한 과제는 4가지였다.

1. 차차 줄여나가는 금연은 효과를 못 보았으므로 단번에 확 끊는다.

2. 사무실에서 담배를 함께 피는 동료들을 당분간 멀리 한다. 특히 술자리!

3. 식후 끽연의 욕구를 참기 위해 차 마시기를 생활화 한다.

4. 무료할 때 담배 피우는 습관을 버리기 위해 퇴근 후 한 시간 단위로 할 일을 만들어 시간표를 짠다.

리마인드 코칭에서 강섭씨는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로 2번을 꼽았는데, 오래 격의 없이 지내온 끽연 동지들을 멀리 하려니 마치 왕따가 된 기분이라고 했다,

“그거야 이해를 구하면 되지만 사실 괴로움은 다른 데 있습니다.”

불안하고 짜증나고 집중이 안 되는 금단 증상은 알고 있었다. 강섭씨가 예상 못한 고통은 결박된 자신의 영혼을 느끼는 일이다.

“신체의 이상보다도 정신의 금욕 상태가 더 견디기 어렵습니다. 금연 중, 이라는 말이 떠오를 때마다 마치 팔다리가 묶여 있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납니다. 누워 있다가도 발작할 것 같은 충동을 느끼기도 해요”

강섭씨가 금연 상태에서 끽연을 욕망하는 이 마음이 갈애다. 담배를 피우고 있을 때의 편안함을 그리워하고 그걸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초조하고 목이 마르고 가슴이 타는 것 같은 금지된 욕망을 갖게 된다.

담배를 한 개비 꺼낼 때의 작은 설렘, 손에 꽂고 입에 물었을 때의 감촉, 한 모금 내뿜을 때의 해방감. 그 즐거움을 이제는 누리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잃어버린 쾌락의 크기는 더욱 증폭되고 온 몸과 마음이 그 욕망에 휘둘린다. 한 번만 해보아도 지금 갑갑하게 억눌리고 목마르는 감정이 씻은 듯이 해소될 것 같다.

술 마시고 수십 통의 전화를 해대는 수창씨

금연이나 금주보다 한 단계 깊은 욕망이 남녀 사이의 집착이다. 상대가 주는 상실감까지 보태지면 더 절실한 갈망이 된다.

많이 해보고, 들어봤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번만 만나줘, 꼭 할 말이 있어.”

그대의 화사한 미소와 따뜻한 손길, 그 좋았던 순간을 절대로 잊을 수 없고 다시 못 보고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간절해진다. 그렇게 다정했던 그대가 돌아선다니 믿을 수가 없다.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졌다고 말해도 다시 애쓰면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은 집착은 사라지지 않는다. 사랑하고 사랑받던 환희의 순간을 되찾고 싶은 갈애다.

이 갈애가 어찌나 지독한지 수많은 노랫말이나 소설의 스토리가 말해준다. 변심한 연인을 찾아가고 스토킹 하고 신체에 위해를 가하기도 한다.

수창씨는 지난해 여름을 이런 지옥에서 보냈다.

- 술만 마시면 그녀에게 전화를 합니다. 아침에 깨어나서 수십 통의 발신 번호와 문자가 기록된 전화기를 보면 너무 비참해서 돌아버릴 것 같습니다. 기껏 잘 잊고 지낸다 싶다가도 이런 밤을 보내고 나면 다시 달려가는 마음을 붙잡느라 또 고생을 합니다.

- 그녀와 어떠한 상태가 되기를 원하나요?

라고 하면 그는 이제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그녀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다.

- 이제 그녀를 추억하는 시간은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어딘가에 붙들려 있는 이 마음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다정했던 그 세월 속에 잠겨 있던 마음이 이제는 뭔지 모르는 집착과 갈망에 완전히 먹혀버린 것 같습니다.

수창씨의 대답처럼 갈애를 잘 설명해주는 말이 있을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마음이 마음을 먹는 상태.

금연과 실연은 금지된 욕망이라는 점에서 그 절실함과 애탐이 닮았다. 또한 그 갈망이 한번 채워진다고 해서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강섭씨는 한번 담배를 피워 물면, 그것으로 끝나지 않으리란 것을 알고 있다. 다시 하루에 한 갑을 태우는 헤비스모커가 되리라.

수창씨 역시 그녀가 마지막으로 만나준다 해도 애타는 마음이 해소되지 않는다. 그녀를 보아서 확인했기 때문에 더 목마르고 한 번 더 만나면 그녀가 마음을 돌릴 것도 같고 다시 사랑이 시작될 것 같은 갈망은 여전하다.

인간의 고통은 딴하에서 시작된다

붓다는 인간의 모든 고통은 딴하(tanha)로 시작된다고 보았다. 딴하는 욕망이나 갈망, 갈애로 번역된다.

금연과 실연을 되돌리고 싶은 갈망은 극단의 경우지만, 일상의 욕망에서도 인간은 만족을 모른다. 특정한 욕망이 채워지면 또 다른 욕망, 더 깊은 욕구가 생겨난다. 이런 상태가 곧 갈애다. 갈애는 고통을 가져온다. 불편하고 불만족스러운 상황을 없애고 안락하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삶을 지탱해 나가는 인간은 끝없는 욕망의 고(苦)에 시달리게 된다. 붓다가 깨달은 후에 거룩한 발견이라고 한 첫 번째 선언이 바로 인생은 고의 세계라는 것이며, 그 고통의 원인과 치료가 사성제의 진리에 집약되어 있다.

“태어남도 괴로움이다. 늙음도 괴로움이다. 병도 괴로움이다. 죽음도 괴로움이다. 근심, 탄식, 육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 절망도 괴로움이다. 싫어하는 대상을 만나는 것도 괴로움이다. 좋아하는 대상들과 헤어지는 것도 괴로움이다.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도 괴로움이다.”

〈초전법륜경〉

두 남자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금지된 욕망에 시달리는 고통을 호소하던 강섭씨는 그 갈망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는 길을 선택했다.

“담배를 피우지 못하는 금지된 욕망이 끽연의 즐거움을 갖지 못하는 괴로움이 아니라, 니코틴 중독에서 벗어나 진정한 안정을 찾는 과정이라고 관점을 바꾸었습니다. 금연의 괴로움이 몸과 마음에 올 때마다 이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과거로 돌아가지 말고 이 상태를 견디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항상 다짐을 합니다.”

그는 금연클리닉에 등록했으며, 자신의 니코틴 중독지수를 측정해보고 금단증상을 이겨나가는 실천 방법을 적극적으로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옛 애인을 향한 애타는 마음이 조금 수그러들자 수창씨는 새로운 연인을 만들기로 했다. 다른 만족으로 대체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그가 그토록 괴로웠던 것은 헤어진 연인을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약이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시간은 그 상처를 무디게 하고 실연의 아픔보다 뜨거운 사랑의 단맛만 기억하도록 만들었다.

갈애가 욕망을 곧바로 취하는 한편으로 불만족을 버리는 것이기도 하다면 수창씨의 새로운 사랑은 지나간 갈애의 해결이며 또 다른 갈애의 시작이다.

끝없는 욕망의 굴레서 벗어나는, 진정한 갈애의 극복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숙제라는 수창씨와는 이런 대화로 코칭을 마무리했다.

- 붓다의 가르침대로라면 모든 중생이 이성에 대한 욕망을 끊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 글쎄요. 더 이상 애타게 하지 않는 충족된 사랑을 찾는다면 갈애의 고통에서 해방되지 않을까요? 저도 수행 중입니다.

지난 회에 이어 인간의 감정을 진화라는 관점에서 분석한다면 탐미, 탐식, 탐욕은 모두 생존하고 번식하려는 자연의 선택이다. 특정한 만족감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고 사라져야만 인간은 계속해서 새로운 욕망의 대상을 찾으며 진화하고 발전한다. 우리 주변의 모든 자극과 흥미거리는 인간의 이런 끝없는 갈망을 자극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속절없이 사라지는 만족감을 우리는 한탄하며 그 느낌을 지속시키려 애쓰는 과정이 곧 삶이다. 그러나 이런 삶의 본능만을 쫓아서는 진정한 평안이 올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욕망의 쳇바퀴를 넘어서야 갈애의 고통에서 해방된다니 우리는 평생 갈등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늘도 붓다의 말씀을 붙들고 수행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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