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원 연구관, 〈미술자료〉서 둔황 ‘행각승도’ 재해석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중국 둔황석굴 ‘행각승도.’ 10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둔황 석굴에서 출토된 ‘행각승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담은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김혜원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 학예연구관은 국립중앙박물관 정기학술지 〈미술자료〉 제94호에 게재한 ‘보승여래, 행도승, 구름 - 둔황 장래 행각승도 다시 읽기’에서 “중국 둔황 ‘행각승도’가 걷는 모습의 승려 도상을 통해 불교 전법·구법했던 스님들을 표현했다”고 주장했다.

'움직이는 모습 아이콘'으로 분석
보승여래 개념, 후대에 추가돼


김혜원 연구관이 분석한 ‘행각승도’는 여러 경전을 짊어지고 여행하는 승려를 묘사한 그림으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전 세계에 12점이 남아있는 귀중한 도상이다. 

일반적으로 ‘행각승도’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현장법사(602?~664)나 티베트 18나한 가운데 한명인 달마다라, 방제인 보승여래의 화신으로 분석돼 왔다. 김혜원 연구관은 기존 연구와 더불어 ‘움직이는 모습의 아이콘’으로서의 도상의 의미를 밀도있게 분석했다.

그는 우선적으로 당대(唐代) ‘행도승(行道僧)’ ‘행승(行僧)’과 관련해 ‘행각승도’에 표현된 ‘걸어가는 모습’에 주목했다. 특히 〈고승전〉 〈속고승전〉에서 산야를 두루 돌아다니며 중생을 제도하는 승려들이 ‘행도’라는 표현과 함께 빈번히 등장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김혜원 연구관은 “행도승, 행승 도상 형성에는 불교 전래 이래 중국 전역을 다니며 수행하고 불법을 전하는 승려들과 이들에 대한 전승, 기록이 중요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며 “현존 시각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승려들의 걷는 모습은 이들의 역할과 활동을 설득력있게 전달하기 위한 표현상의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행각승이 타고 있는 구름은 중생 구제를 목적으로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추가된 시각적 요소”라고 해석했으며 “‘행각승도’의 방제인 ‘보승여래’는 본래 그림 속 행각승 위에 표현된 작은 부처를 가리키는 것이었으나, 나중에 행각승을 보승여래로 보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추정했다.

이와 함께 〈미술자료〉 제94호에는 △최성은의 ‘고려중기 법상종 사원의 불교조각’ △김규훈의 ‘1695년 태종 헌릉 신도비의 재건 연구’ △오다연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독락원도, 임모와 창작의 변주’ 등이 함께 수록됐다. 해당 논문들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한편, 〈미술자료〉는 1960년 창간된 국내 최초의 미술사 전문 학술지다. 매년 두 차례(6월, 12월) 발간되며, 학술논문 외에도 박물관의 미공개 소장품을 비롯한 새로운 자료를 게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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