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함’ 뒤엔 ‘욕심’도… 中道 삶 상징
‘영리함’ 뒤엔 ‘욕심’도… 中道 삶 상징
  • 김지원 기자
  • 승인 2018.12.31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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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불교와 돼지
경주 불국사 복돼지 황동상 사진.
불기 2563년 기해년은 돼지의 해이다. 불교서도 돼지는 지략을 갖춘 영물, 혹은 욕망에 빠져 있지만 이를 극복해 내는 중생으로 표현했다. 경주 불국사 복돼지 황동상 사진.

불교 속 돼지 이야기
불기 2563년 기해년은 돼지의 해이다. 돼지는 예로부터 영특함으로 널리 알려져있다. 영리함을 바탕으로 먹을 것을 잘 찾거나 재산을 늘려 복을 상징한다. 하지만 이러한 영리함이 과해 탐욕스러운 이미지도 갖고 있다.

불교서도 돼지는 지략을 갖춘 영물, 혹은 욕망에 빠져 있지만 이를 극복해 내는 중생으로 표현했다.

지략으로 포식동물 이겨
영특하지만 욕심도 많아
'수행 통한 극복'도 상징


부처님 전생 이야기인 〈자타카〉에서는 지략으로 포식동물을 이긴 돼지 이야기가 나온다. 한 목수가 숲속에서 함정에 빠진 돼지를 구했고 이 돼지는 숲에서 호랑이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돼지는 동물들을 모아 훈련시키고 함정을 판다. 결국 돼지의 지략으로 호랑이를 죽여 동물들의 괴로움이 해결된다는 이야기다.

〈중아함경〉에서도 지략으로 호랑이를 이긴 돼지왕 이야기가 전해진다. 500마리의 돼지를 데리고 여행을 떠난 돼지왕이 호랑이를 만났고, 호랑이가 길을 비키지 않자 배설물을 온몸에 바르고 호랑이에게 맞선 내용이다. 호랑이가 더러움에 피하고 결국 돼지왕 일행이 갈 길을 가게 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돼지는 그 지략이 넘쳐 탐욕까지 이어지는 모습도 보인다. 불교적 내용을 담고 있는 〈서유기〉에서 저팔계는 지략이 넘치는 천상의 장군이었지만 여색을 밝혀 돼지의 몸으로 다시 태어난다. 이후 현장법사와 함께 수행해가며 각종 탐욕을 결국 극복해 가는 모습을 보인다. 저팔계의 팔계는 여덟 가지 대중이 지닐 계이며, 각각 공(空)과 청정심(淨)을 깨달아가는 손오공, 사오정과 함께 수행하는 이를 상징한다.

부처님께서는 이런 돼지에 대해 거래와 축산을 금했다. 〈대승열반경〉 〈범망경〉에는 오계 가운데 불살생과 관련하여 돼지를 기르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범망경〉에서 부처님은 “만고양이·살쾡이·돼지·개 따위를 기르지 말아야 한다. 만약 짐짓 그러한 일을 하면 가벼운 죄가 된다”고 하며 돼지를 비롯한 동물을 기르는 일을 금지시켰다.

불교는 돼지의 존재를 통해 중도적 삶의 필요성을 말한다. 영리함을 바탕으로 방일하거나 혹은 탐욕을 부리는 것을 경계하는 존재다.

〈법구경〉 ‘상유품’에서는 ‘모든 악행에 빠져 있는 사람은 항상 탐욕으로써 스스로 잡아매어 살찐 돼지처럼 떠날 줄 몰라 몇 번이고 포이(胞貽)로 드나든다’고 전한다.

새해 영리함을 바탕으로 재물과 행복을 찾는 이가 될지, 혹은 이에 안주해 게으르거나 욕심을 부리는 이가 될지는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사찰마다 돼지 조각상

돼지해 가운데 기해년은 유난히 더 기다려온황금돼지의 해. 돼지상과 관련된 사찰들을 소개한다.

경주 불국사에는 복돼지 두 마리가 있다. 극락전 앞과 현판 뒤에 있는 돼지들이다.

불국사 참배객 위해 모형 조성
대산사, 성주사 등 풍수 따라
사찰 조성시 돼지조각상 세워


20072, 불국사 극락전 처마 아래서 돼지 목조 조각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이후 MBC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소개되면서 처마 밑에 숨겨진 나무 돼지상은 더욱 유명해졌다.

극락전 목조 돼지상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불국사를 창건한 김대성이 토함산에 자주 사냥을 다녔는데, 그가 곰을 사냥한 밤에 그 곰이 나타나 항의하는 꿈을 꿨다. 그는 이후 살생을 삼가고 불가에 입문했다. 그가 불국사를 창건하면서 불살생을 맹세하기 위해 몰래 처마 밑에 돼지형상을 만들어 숨겼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나머지 한 마리는 목조 조각 이후에 만든 극락전 복()돼지상이다. 편액 뒤에 있는 목조 돼지상은 높아서 만져볼 수 없기 때문에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황동으로 모형을 만든 것이다.

복돼지상 안내문에는 세간에는 돼지는 풍족함을 상징하며 복을 가져다주는 길한 동물로 알려져있다. 부와 귀가 함께하는 곳에 착한 지혜의 근본이 있다면 그곳이 극락정토라고 써있다.

청도 대산사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신라 흥덕왕 5(830)에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대산사 원통전 앞에 놓인 삼층석탑 아래에도 돼지가 있다. 석탑을 받치고 있는 지대석 한쪽 모서리에 새겨진 멧돼지형상 이야기다. 조각된 멧돼지는 부릅뜬 눈과 툭 튀어나온 주둥이가 해학적이다.

대산사가 있는 월은산(月隱山)은 풍수지리학적으로 제비가 알을 품는 형국으로 많은 새들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산사로 오르는 산길이 뱀의 모양과 흡사해 제비알을 훔쳐가지 않도록 돼지를 새겼다는 설이 전해진다.

창원 성주사도 이와 비슷한 사례다. 성주사 돌계단을 오르면 두 마리의 돼지석상과 만나게 된다. 성주사 돼지상의 조성배경은 대산사와 거의 같다. 성주사 절터의 형상이 제비집 모양이고 절 앞산이 제비를 노리는 뱀의 머리 격이라, 뱀으로 상징되는 사이한 기운을 누르기 위해 두었다고 한다.

기해는 육십간지 중 36번째 해로, ‘()’가 노란색을 나타내는 천간이어서 2019년은 황금돼지 해로 여겨진다. 다음 차례의 기해년은 60년 뒤인 2079년에 찾아온다. 새해에는 황금돼지의 기운을 받아 희망과 길운을 기대해보자.
 

2007년 2월, 불국사 극락전 처마 아래서 돼지 목조 조각이 뒤늦게 발견되면서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이후 MBC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소개되면서 처마 밑에 숨겨진 나무 돼지상은 더욱 유명해졌다.
창원 성주사 돌계단을 오르면 두 마리의 돼지석상과 만나게 된다. 성주사 절터의 형상이 제비집 모양이고 절 앞산이 제비를 노리는 뱀의 머리 격이라, 뱀으로 상징되는 ‘사이’한 기운을 누르기 위해 두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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