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도 이익도 요인과 조건이 만든다
손실도 이익도 요인과 조건이 만든다
  • 윤성식 고려대 교수
  • 승인 2018.12.1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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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경제학

 

어떤 사업가가 젊었을 때 장사가 너무 잘되어 하루 종일 일하고 잠이 부족해도 피곤한 줄을 몰랐다. 집에 들어와서 번 돈을 세면 ‘이렇게 돈을 많이 벌다니…’하고 좋아하면서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세월이 지나고 자신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데 언젠가부터 사업이 안되기 시작했고 그렇게 건강하던 몸도 병이 났다. 자신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지만 사업의 외부 요인과 조건이 달라졌기에 장사가 안되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 현상은 연기로 구성돼
경제 관계도 동일한 구성
연기 보면 손·수익 진단 가능

처님은 연기 사상을 불교교리 중 가장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부처님은 또 연기란 쉽게 알 수 없다고 경고하셨기에 우리는 연기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경전에는 워낙 여러가지로 설명될 수 있는 연기 개념이 설해져 있지만 가장 유명한 구절은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니 이것이 있다. 이것이 생기니 저것이 생기고 저것이 소멸하니 이것이 소멸한다”는 부처님의 말씀이다. 이렇게 보면 연기란 상호의존적인 현상을 설명한다고 보여지지만 상호의존성 이상의 원칙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다보면 모든 현상이 연기적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막상 생각하고 행동할 때는 연기적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예를 들어 모든 부모를 힘들게 하는 사교육비 문제는 독립되어 존재하는 문제가 아니고 여러 가지 요인이 얽혀서 상호의존적으로 일어나는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사교육비 문제를 다른 현상과 분리하여 생각하다보니 단편적으로 접근한다. 예를 들어 입시제도를 고치면 사교육비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여 입시제도 해결에만 매달리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이런 식의 사고는 우리 사회를 아직도 지배한다. ‘X가 있으면 Y가 된다’라는 단편적이고 선형적인 사고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빠져 있다. 막상 해보면 세상에 쉬운 일이 없고 한 두가지만 해서 되는 일이 없다.

돈 버는 일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요인과 조건이 필요한데도 자본만 있으면 다 된다고 생각하거나 정부가 승인만 해주면 만사형통이라고 생각한다. 경제도 모든 현상과 마찬가지로 연기적이므로 경제문제를 해결할 때는 연기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이익의 발생도 연기적인 현상에 틀림없다. 이익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요인이 개입된다. 자본이 있어야 사업을 할 수 있고 유능한 경영인도 필요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근로자도 있어야 한다. 정부가 각종 제도와 법으로 시장을 창조해야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고 팔 수 있다. 대학에서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논문에서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정부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무상으로 가져다 사용하기도 한다. 수출하는 기업은 환율이 오르면 이익을 보고 환율이 떨어지면 손해를 본다. 반대로 수입하는 기업은 환율이 오르면 손해를 보고 환율이 떨어지면 이익을 본다. 메르스가 한국을 공포에 몰아 넣었을 때 손 씻는 세정제 제조 기업은 많은 돈을 벌었다. 게다가 국산품 사주는 애국심 있는 국민이 있으면 수입품에 비해 국내 제품이 유리하다. 이처럼 이익의 창출에는 수 많은 사람, 기술, 물품, 제도 등이 개입된다.

따라서 이익이 생기면 자본가 혼자만이 독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정부는 이익에 세금을 부과하여 일부를 회수한 뒤에 다양한 공공부문 서비스를 국민과 기업에게 제공한다. 기업이 세금을 내고 남은 이익은 누구의 것일까?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법적으로 자본을 투자한 자본가의 소유이다. 문제는 자본가가 남는 모든 이익을 독식한다는 데 있다. 만약 이익이 연기적이라고 생각한다면 자본가가 이익을 모두 독점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익의 창출에 기여한 모든 관련자들이 이익을 나누어야 한다. 어떻게 나누어야할 것인가는 다음의 문제이고 자본가가 독식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시장자본주의는 소수의 강자에게 돈을 몰아주는 제도다. 소수의 승자가 세금을 내고 남은 이익이 자기 능력과 노력 때문이라고 착각하면 대화가 더 이상 진전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익이 수많은 요인과 조건으로 인하여 생긴다는 참으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사실이다. 이익의 연기적 현상을 이해하지 않으면 세상의 부에 대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

한국은 빈부격차가 큰 나라다. 행복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빈부격차가 큰 사회는 빈부격차가 작은 사회보다 행복도가 낮다. 빈부격차가 크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도 크다. 과거에는 부자가 돈을 벌어야 중산층과 가난한 사람이 덕을 본다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가 경제학에서 주류 이론이었다. 지난 몇 십년 동안 낙수효과가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경제학에서는 이제 낙수효과의 반대가 맞다는 이론이 힘을 얻었다. 세계은행, IMF, OECD 등에서도 낙수효과가 틀렸다고 이야기한다. 중산층과 서민은 소득이 생기면 거의 대부분을 소비하기에 경제가 활성화되지만 부자가 돈을 벌면 이미 충분히 소비했기에 더 이상 소비하지 않고 쌓아둔다. 따라서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

내가 미국에서 공부할 때 중국 유학생이 매우 많았다. 언젠가 중국 학생들과 대화를 하다가 그들이 한국 사람을 아주 잘 생겼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중국사람은 특히 한국 여성의 피부가 좋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그런 연유로 한국 화장품은 중국 사람에게 매우 인기가 좋고 덕분에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주식 보유에 있어서 이건희 회장과 쌍벽을 이룬다. 화장품 회사는 한국사람 특히 한국여성 때문에 이익을 많이 냈지만 한국 여성을 위해 이익을 분배하지는 않는다. 이제 불교의 연기적 관점에서 한 번 고민해봐야 한다.

화장품 회사의 이익에 수많은 요인과 조건이 공헌했지만 세금으로 환수되는 금액은 매우 적다. 연구에 의하면 중산층과 서민의 소득 증가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정도가 부자의 소득 증가가 경제를 발전시키는 정도에 비해 몇 배나 된다. 이익이 연기적이라면 어떻게 이익을 나누어야할까? 분배도 불교적 관점에서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이익을 나눈다고 하면 사회주의적 사고가 아닌가 반발할 수도 있지만 불교의 연기적 관점에서 보면 자본가가 독점하는 것은 불공정하며 ‘분배는 사회주의, 독점은 자본주의’라는 이분법적 흑백논리도 불교적인 주장은 아니다. 세금을 조금 더 거두어서 국민을 위해서 써야하지 않을까? 21세기에 불교가 시장자본주의가 처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 수 있으려면 연기적 관점으로 경제를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외환위기는 대한민국 국민에게는 악몽이나 다름 없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우리는 지금도 생생하게 많은 기업이 무너지고 실업자가 생기고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여러 개의 은행이 인수합병으로 없어졌던 당시를 기억한다. 금융권은 저금리로 엄청난 돈을 외국에서 빌려와 다시 기업에게 빌려주는 돈장사로 재미를 짭잘하게 보았는데 이들이 망하자 국민의 세금으로 구제금융이 제공되었다. 도산하는 기업에게도 국민의 세금이 퍼부어졌다. 알고보면 기가 막힌 일이다. 교과서에 쓰여져 있는 자유시장경제의 장점은 부실기업은 도산하고 우수기업은 이익이 증가하여 시장에서 자발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로 시장에서는 부실기업은 정부가 구제해주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자유시장경제와는 거리가 먼 사회주의경제 같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세계경제 위기가 발발했을 때 미국의 금융기관과 기업도 정부의 막대한 예산지원으로 회생되었다. 미국의 자랑이었던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GM의 회장은 디트로이트에서 워싱턴 의회에 정부지원을 요청하러 가면서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갔다. 미국 국민은 정부지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자가용 비행기가 웬말이냐며 맹 비난했고 급기야 다음 번에는 조심스럽게 직접 승용차를 타고 갔했다. 기업 뿐만이 아니다. 천문학적인 손실 때문에 정부가 막대한 자금으로 금융기관을 지원하여 도산을 막았는데 막상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금융기관은 보너스 잔치를 벌이고 임원 개인의 지출에 기업의 돈을 사용하다가 발각되어 또 다시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급기야 뉴욕의 월스트리트에서 미국 국민이 모여 잘못된 시장경제를 비판하는 시위까지 벌렸다.

기업은 이익이 발생하면 자기들이 독점하면서 막상 손실이 나면 정부가 지원해서 메꾸어주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이익은 독점하고 손실은 공유하는 시장경제가 무슨 시장경제냐 사회주의 경제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모든 기업의 손실을 보전해주면 공정하기라도 할텐데 중소기업에는 전혀 재정지원이 제공되지 않고 대기업에만 제공되니 대마불사라는 말이 나온다. 대기업이 망하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고 특히 실업자의 증가로 민심이 흉흉해져서 정치권이 불이익을 당할 수가 있다는 우려에서 정부가 개입하는 것인데 자유시장경제논리에 어긋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불자는 부처님 말씀대로 경전에 쓰인 대로 생각하고 행동해야한다. 부처님 말씀과 경전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교를 떠나서 다른 종교를 믿거나 무종교가 되어야 한다. 불자로서 불교교리에 어긋나게 행동한다면 오히려 불교교단에 해를 끼치게 된다. 불교교리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내용은 “이것이 있으니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으니 이것이 있다. 이것이 생기니 저것이 생기고 저것이 소멸하니 이것이 소멸한다.”는 부처님의 말씀에 근거한 연기법이다. 만약 모든 것이 연기적이라면 이익도 손실도 연기적이다. 이익이 수많은 요인에 의해 발생하듯이 손실도 수많은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사실 열심히 일하고 능력도 있는 정직한 기업인도 어느날 자신의 잘못이 아닌 외부요인에 의해 하루 아침에 파산하기도 한다. 이익이 기업인의 능력과 노력에 의해서만 발생하지 않듯이 손실도 기업인의 능력과 노력 부족에 의해서만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익은 기업인이 독점하면서 손실만 국민과 공유한다면 공정하지 못한 일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얄미운 기업인 때문에 기업인 개인 재산을 환수하기도 하지만 아주 극소수의 시늉에 그칠 뿐이다.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손실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므로 이익의 발생에 대해서 우리의 관점을 다시 바꿀 필요가 있다. 기업은 물론 법인세를 납부하기 때문에 이익을 독점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손실이 발생하여 기업이 망하면 손실을 국민 세금으로 독점적 보전을 해주기 때문에 법인세를 납부한다고 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결국 추가적으로 법인세를 인상하거나 이익금이 발생하면 이익금의 혜택을 받는 주주의 소득이나 재산의 일부를 정부가 환수해서 경제위기에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세금인상이라고 하면 온 국민이 싫어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할 일이지만 국민의 세금을 퍼붓는 것보다는 국민의 거부반응이 적을 것이다. 물론 다른 방법도 있겠지만 추후 연구해볼 일이다. 당분간은 무엇보다도 기업이익의 증가로 인하여 이익을 얻는 주주가 자신의 소득이나 재산을 기업의 이익창출에 기여한 사람과 나누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두가 공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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