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집, 자동차, 고기, 마늘, 파의 소비

쥐를 좁은 공간에 집어 넣고, 넓은 공간에 집어 넣고 살게 한 경우와 비교하니 각종 이상행동을 보였다. 군대에서는 과거에 너무 좁은 공간에서 많은 군인이 잘 때 천정을 보면서 누워서 잘 수가 없었다.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모두 옆으로 누워서 자면 더 많은 사람이 잘 수 있었다. 이러한 취침을 칼잠이라고 불렀다. 과연 인간에겐 어느 정도의 공간이 적절할까?

모든 소유는 중도·분수 맞게
목적 기능 고려한 합리적 판단
계율도 합리성 근간해 탄생

간에겐 옆으로의 공간도 중요하지만 위로의 공간도 중요하다. 천정이 높으면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기획 업무에 적합하고 천정이 낮으면 구체적인 분석이나 계산 업무에 적합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요즘 아파트는 천정이 낮다보니 가끔 천정이 높은 분양 정보가 광고에 등장하기도 한다. 내가 아는 어떤 사람은 자기가 두 개의 아파트를 놓고 고민했는데 천정이 더 높은 아파트를 선택했다고 한다. 나도 같은 조건이라면 천정이 높은 집에서 살고 싶다. 꼼꼼한 업무를 해야 한다면 다락방의 낮은 지붕 아래서 해보는 것도 좋으리라. 결국 이런 환경은 아파트보다는 단독 주택에서만 가능하다.

집은 그저 잠을 자고 밥을 먹는 공간 이상의 기능을 한다. 집은 생각하고 느끼는 공간이기에 지나치게 좁으면 곤란하고 지나치게 넓으면 불교가 말하는 중도에 벗어난다. 옆으로는 얼마나 넓어야 하고 위로는 얼마나 높아야할까? 과연 어느 정도가 불교적일까?

한 때 큰 주택을 좋아하던 대한민국도 이제는 작은 주택으로 급격하게 선호가 이동하고 있다. 수도권에 건축되었던 대형 아파트의 가격은 중형 아파트의 가격에 비해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폭락했다. 작은 주택 선호 현상은 전세계적이다. 미국에서도 주로 젊은이를 중심으로 소형 주택 바람이 불고 있다.

불교는 지나치게 크거나 지나치게 작은 집이 아닌 중도적 규모의 집을 바람직하게 생각한다. 주택 소유에 있어서 중도적이란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 모든 소유에 적용되는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주택은 분수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 불교는 부자는 더 큰 집에 살아도 된다고 허용한다. 모두가 소형 주택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주택은 목적과 기능에 비추어 적정해야 한다. 아무리 부자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큰 주택을 소유해서는 안 된다. 수 십개의 방은 주택의 목적과 기능에 비추어 적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 든 사람은 ‘요즘 젊은이들...’하고 비판하지만 고대 이집트의 피라미드 시대에 파피루스에 적힌 글을 보면 그때에도 ‘요즘 젊은 것들은...’하는 한탄이 있었다고 한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거의 없고 공부도 집에서 나와 근처 커피숍에서 한다. 집은 정말 잠만 자고 물건을 보관하는 역할만 한다. 불교는 어떤 경우에도 획일적 기준을 강요하지 않는다. 요즘 젊은이의 생활패턴에는 구태여 큰 집이 필요 없다.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집이라는 공간은 사무실이나 마찬가지여서 넓은 집이 필요하다. 남편이 출근하고 혼자 남겨진 주부에게도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마당이 넓은 단독주택은 거실이 작아도 답답하지 않으니 집이 작아도 될 것 같다. 마당이 아파트의 거실 일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아파트인가 단독주택인가에 따라, 생활패턴이 어떤가에 따라 주택의 규모도 달라져야 불교적이다.

집은 없어도 자동차는 있어야 한다는 사람이 증가했다. 집은 월세에 살면서 좋은 자동차를 구매하는 사람도 많다. 남자가 차가 없으면 데이트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좋은 외제차를 압구정동 거리에 정차 해 놓고 멋진 여자에게 타라고 유혹하는 ‘야타족’도 있다. 여자가 집착하는 물건이 있듯이 남자가 집착하는 물건이 있다. 명품 자동차는 남자의 로망이다. 여성이 옷과 백에 꽂이듯이 남자는 자동차에 꽂힌다. 일본에서는 온 재산을 비싼 스포츠카인 페라리 구입에 쓰고 집도 없이 차에서 자고 공원 화장실에서 세면을 하고 식사는 편의점에서 해결하며 자동차 유지비는 알바로 충당하는 페라리 거지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한국에서도 집도 없고 능력도 없으면서 비싼 수입차를 타고 다니면서 가난해진 사람의 경제 상태를 지칭하는 ‘카푸어’라는 단어가 나왔다.

주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동차도 불교적인 소유의 관점에서 구매해야 한다. 아무리 중도ㆍ절제의 단순 소박한 불교적 삶을 살더라도 안전도가 낮은 자동차의 구입은 망설이게 된다. 안전도가 높은 차는 비싸고 낮은 차는 싸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는 트럭 같은 자동차인데 도로의 황제라고 불리울 정도로 크기가 어마어마하다. 대형 트럭과 충돌 사고가 났는데도 아무런 부상이 없을 정도로 단단한 차로 알려져 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부인이 남편의 외도를 알고 골프채를 휘두르며 쫓아가자 타이거 우즈가 피하려고 자신의 차인 에스컬레이드를 몰고 도망가다가 가로수를 들이 받았는데 멀쩡한 이유가 바로 이 차를 운전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의 가격은 1억2천만원 정도 한다. 이런 차들은 대개 크고 연료를 많이 소비하며 비싸다. 서양에서는 지구 환경을 걱정하는 환경운동가들이 SUV 앞에서 SUV를 타지 말자는 시위를 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UV는 안전도가 높다는 이유, 운전대가 높아서 넓은 시야가 확보된다는 이유 등으로 요즘 선풍적 인기다. SUV의 매출이 급증하자 전통적으로 고급 승용차만 생산하던 자동차회사도 SUV 생산에 눈을 돌리고 있다. SUV는 사륜구동이 보편적이지만 승용차는 사륜구동이 아주 예외적이고 오직 고급브랜드나 고급모델에만 있다. 지금 한국에서 생산되는 사륜구동 승용차는 체어맨W와 제네시스인데 과거에는 체어맨W뿐이었다. 체어맨W나 제네시스는 모두 비싼 승용차이다. 게다가 사륜구동은 눈길이나 빗길에서 상대적으로 더 안전하지만 만들기 어렵고 무게가 더 나가며 따라서 연비가 안 좋다. 자동차의 목적과 기능을 ‘안전’으로 본다면 사륜구동 승용차가 비싸다고 하더라도 사륜구동의 선택을 비불교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몇 년 전에 한국에서 철수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인 스바루의 레거시는 체어맨W나 제네시스보다 훨씬 싼 3천만원 후반대 가격에 판매되었다. 이 정도의 가격대면 결코 비싼차가 아닌데 이차는 놀랍게도 사륜구동이다. 스바루는 세계 최초의 4륜구동 세단이다. 스바루는 미국에서 최근 연평균 두자리 숫자의 판매증가량을 10년 이상 기록한 유일한 브랜드이며 2008년발 경제위기에 모든 자동차 업체들이 고전할 때도 두자리 숫자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다. 각종 충돌테스트에서 최고점수를 얻으며 내구성도 최고 수준이다. 세계 1위의 자동차기업인 도요타가 투자할 정도면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기업이다.

누구나 스바루를 보면 외모에 실망한다. 스바루를 설명할 때는 항상 실용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간다. 촌스러운 디자인과 평범한 내부인테리어로 인하여 한국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해 결국 철수했다. 미국에서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스바루를 구입하는 교포가 거의 없는 것을 보면 한국 사람들이 브랜드와 이미지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좌우되는 민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프리미엄 대형 럭셔리 세단 시장은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이다.

모든 소유는 불교적 관점에서 볼 때 분수에 맞고 적정해야 한다. 자동차 구입도 첫째 분수에 맞고 둘째 적정해야 한다. 사륜구동 수준의 안전도를 원한다면 체어맨W나 제네시스를 구입하는 것이 적정한데 문제는 비싸기 때문에 분수에 맞지 않게 된다. 스바루 같은 수입차를 사면 돈이 절약되기는 하는데 수입차는 사치스럽다는 사회적 인식이 있다. 국산차 SUV는 대부분 모노코크 방식인데 기아의 모하비와 쌍용의 렉스턴 G4만 프레임 방식이다. 프레임에 기반한 차량은 용접하지 않고 차량의 뼈대를 하나의 강철로 만들었기에 훨씬 견고하고 차체가 변하지 않는 장점이 있다. 모하비나 렉스턴 G4는 차량 가격이 4천만원을 넘는데도 매니아들이 많아 중고가격도 만만치 않다. 모하비와 렉스턴 G4는 일부 수입차보다 비싸지만 비포장도로를 운행하는 사람에겐 목적과 기능에 맞기 때문에 적정하다. 모하비와 렉스턴을 사치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그보다 싼 스바루는 수입차라고 해도 목적과 기능에 맞추어 적정하다. 안전이라는 목적과 기능을 원해서 사륜구동차를 원한다면 싼 차가 스바루, 모하비, 렉스턴 G4 등이다.

안전이라는 목적과 기능을 생각하면 고급승용차를 구입해야 한다. 고급승용차를 구입하면 많은 사람에게 분수에 어긋난다. 안전과 가격이 상충될 때 해결책이 있을까? 고급중고차를 사면 차량의 안전도는 거의 떨어지지 않지만 가격은 많이 떨어진다. 안전과 싼가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방법으로 중고차 구입을 고려해볼만하다. 남이 쓰던 차라는 찜찜함만 극복하면 분수에 맞고 적정한 구매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중고시장이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고기값은 식품비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많은 사람이 출가자는 고기를 먹으면 안된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부처님 당시에는 고기를 먹었으며 부처님이 돌아가신 이유도 춘다라는 재가자가 돼지 고기 음식을 공양했는데 탈이 나셨기 때문이다. 경전을 보면 사슴이 죽어 있어서 제자들이 끌고 와 부처님께 먹어도 되느냐고 묻는다. 부처님이 죽였느냐고 묻자 죽인 것이 아니고 죽어 있었다고 답한다. 부처님은 먹어도 된다고 허락하신다.

경전을 보면 부처님의 사촌 제바달다는 사사건건 부처님에게 대항한다. 제바달다는 부처님에게 고기를 먹지 말자고 요구하지만 부처님이 이를 거절하자 많은 추종자를 데리고 교단을 나갔다. 부처님은 중도를 주장하셨기에 무조건 고기를 먹으면 안된다는 획일적인 기준은 수용하지 않으셨다. 고기를 먹지 않게 된 것은 대승불교에 이르러서다. 나는 개인적으로 스님이 고기를 먹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고기는 그렇다치더라도 마늘, 파, 달래, 부추, 흥거 등 이른바 오신채(五辛菜)를 금지하고 있는 규정을 오늘날에도 지켜야할까? 어떤 신도가 마늘을 보시할 뜻을 비치고 밭치기에게 비구에게 일정량의 마늘을 주라고 지시했는데 비구들이 신도가 지시한 마늘 분량을 초과해서 가져가자 비난이 일어 마늘을 금한 것이며 마늘을 넣어 만든 샐러드나 다른 음식을 먹는 것은 잘못이 아니었다는 주장도 있다. 신도들이 주는 음식을 먹었던 걸식의 전통이 있는 승가에서 오신채가 들어 있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구별하기 쉽지 않았을터인데 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록이 없다.

오신채를 금한 이유는 첫째 당시에 양치방법이 적절하지 않아 오신채로 인한 독특한 냄새가 집단생활을 하는 출가자들의 화합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둘째 음란한 마음을 일으키는 등 자극적인 요소가 있기에 금했다. 셋째 음식을 더 맛있게 먹으려는 탐심이 작동하기에 금했다. 오신채는 현대 영양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인간에게 아주 좋은 음식이다. 게다가 양치기술이 발달했기에 그 이유 때문이라면 먹지 말아야할지도 의문이다. 오신채 이외에도 성욕을 강화하는 음식과 약이 넘치는데 이를 놔두고 기록되어 있는 오신채만 금지해야 하는가도 의문이다. 오신채는 조미료에 비하면 음식을 맛있게 하는 기능도 뒤떨어지는데 조미료는 경전에 기록되어 있지 않으니 먹어도 되고 기록되어 있는 오신채는 먹으면 안 된다는 것도 불합리하다. 부처님은 생전에 제자들이 불편을 겪거나 이의를 제기할 때 합리적이면 받아들여서 계율을 수정했다. 지금 부처님이 살아계신다면 오신채 금지 조항을 수정하지 않으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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