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어머니와 금강경

이제 나는 금강경 수행으로 어리석고 캄캄했던 마음을 극복하여 지혜를 실현한 나의 체험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나는 4년 1남의 외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집안일에 무관심한 분이셨기에 중학교 때부터는 어머니 혼자서 가정을 꾸려온 셈이었는데, 의지할 곳 없는 어머니에게 유일한 아들인 나는 그야말로 하늘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허덕허덕 가정을 꾸려 나가는 어머니가 늘 딱하게 생각되어 고등학교 학생 시절부터 ‘내가 이 다음에 대학을 졸업하면 좋은데 취직해서 어머니가 먹고사는 걱정은 하나도 없도록 하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어머니 역시 “네가 대학만 졸업하면 우리 집안은 아무 걱정 없다”고 하시며 성심껏 학비를 조달하셨습니다. 그러나 대학을 졸업하고 제대 후 정작 취직할 때가 되었지만 도인을 만나 출가의 길을 가게 된 것입니다. 닭 쫓던 개가 지붕 쳐다보는 격이란 우리나라의 속담이 있는데 딱 그 처지가 된 것입니다.

“네가 수도하러 가면, 네 동생과 우리 식구는 어떻게 사니?”

어머니는 울면서 매달렸습니다. “금강경을 가르치시는 훌륭한 스승을 만났으니 100일만 공부하고는 곧 집에 되돌아오겠습니다.”

얼버무리며 집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울며 매달리던 어머니 모습을 생각하며 상당 기간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부처님 공부는 이렇게 사람과 사람의 정을 끊어 놓고 신의를 배반하게 하는 공부인가?’

슬픈 감정이 북받치는 날에는 부처님 공부고 뭐고 다 던지고 집으로 달려가고 싶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때에는 어머니에 대한 불쌍한 마음은 슬픔으로, 슬픔은 공부의 퇴타심으로 이어지기도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어머니에 대한 이 애틋한 정이 마음을 닦는 데 결정적 장애가 된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하였습니다.

세상 기준으로 본다면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신 어머니는 나에게 도움을 주는 절대적 존재임이 틀림없는데, 밝은이의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방해하는 존재임에 틀림없었습니다.

종종 선지식께서 “정말 너희 어머니가 불쌍한 것이냐? 네 마음에 불쌍하게 보는 소질이 있어서 너희 어머니가 불쌍한 존재로 보이는 것이냐?”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정말 어머니가 불쌍한 것 같았습니다. 내 마음에 사람을 불쌍하게 보는 소질이 나로 하여금 어머니를 불쌍하게 본다는 생각은 꿈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선지식께서는 자주 깨우쳐 주십니다.

“어머니가 불쌍하다는 그 생각은 사실이 아니고 바로 네 생각일 뿐이다. 그 생각이 착각이요, 잘못된 것인 줄 알아라. 범소유상(凡所有相) 개시허망(皆是虛妄)이라 하였다. 범소유상 개시허망이란 바로 네 어머니를 불쌍하게 보는 그 생각이 착각이요, 잘못인 줄 알라는 뜻이다.

즉견여래(則見如來). 이것은 무슨 뜻이냐? 그 생각을 정성껏 바치다보면 마침내 너는 모든 재앙에서 벗어나게 되고 능력자로 바뀌게 되며, 무지한 사람이 지혜롭게 되어 결국 밝아진다는 뜻이다. 만일 불쌍한 생각이 잘 안 바쳐진다면 그 마음에 대고 지금 이야기한 금강경 사구게 즉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 비상 즉견여래’를 자꾸 되풀이 염송하라. 또는 그 불쌍한 어머니의 얼굴에 대고 정성껏 미륵존여래불을 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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