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사회와 불교] 6人 6色 전문가 제언
[고령사회와 불교] 6人 6色 전문가 제언
  • 신성민 기자
  • 승인 2018.10.1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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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친화 복지·포교로 ‘고령 파고’ 극복

한국사회가 고령화를 넘어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출산율은 급격히 저하했고, 노인 인구는 늘면서 인구와 생산 감소, 종국에는 지방소멸까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급속한 고령화 현상은 한국 사회는 물론 불교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백도수 능인불교대학원대학 교수는 “부산 인구가 근래 200만 명이 줄었다. 인구가 줄어드니 신도가 줄고, 고령화되면서 보시금도 축소됐다. 사찰 유지·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종무원 채용 여력이 없어지면 스님 개인이 운영하는 단독 사찰들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종무행정 체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조계종 포교부장 가섭 스님은 “불교도 한국사회의 급격한 노령 사회로의 진입과 무관하지 않다. 신도들의 노령화로 인한 문제점은 불교가 안고 있는 현안 중에 가장 심각한 문제”라면서 “불교의 포교와 복지 그리고 종무행정도 이에 발맞추어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를 단순히 인구·생산 감소 측면에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수호 중앙승가대 교수는 “인구가 감소돼도 기술생산력이 증가하면 경제 생산이 축소되지 않는다. 노인 고용들도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문제는 노인들의 삶의 질이다. 노인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나타는 부작용을 줄이고 최선의 삶을 유지할 수 있을지를 불교가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찰 시설 부족… 인프라 구축부터
그럼에도 현재 불교계가 고령사회에 대한 대비를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으로 사찰 내 노인 시설과 교육 프로그램 확보를 주문했다. 실제, 현재 불교계에는 노인들만을 위한 공간은 찾아보기 어렵다. 당장 교회와 성당에서 운영하는 노인대학의 경우 2013년 기준 각각 132곳, 73곳에 달하지만 불교계의 노인대학은 조계사 백송대학·봉은사 연화대학 등 5곳이 채 안된다. 그나마 이제 시작 단계인 곳이 많다.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현재 불교계에는 노인들을 포용할 시설, 프로그램, 자체 강사 인력도 없다. 인프라가 전무하다”고 지적하면서 “노인들에게 기존의 불교대학 같은 커리큘럼을 적용할 수 없다. 신행과 문화, 여가를 함께 할 수 있는 액티브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한다. 또한, 어르신들의 문제를 치유·상담하고 이를 명상으로 이어지게 하는 프로그램 개발과 이를 운용할 인력양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 유입되는 노인 계층들의 니즈(needs)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연령·소득수준별 맞춤형 포교를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백도수 교수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은 여가 선용 등에 관심이 많다. 더 나이가 들면 거동이 불편해 사찰을 찾기가 어려워진다”면서 “우선적으로 사찰을 찾는 노인들에 대한 니즈를 파악하고 이에 부응하는 맞춤형 포교·전법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섭 스님은 “조계종 포교원에서는 ‘신행 혁신’ 종책을 통해 기복이 아닌 작복(作福)하는 신행을 강조하고 있다. 신행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을 이웃과 사회에 회향하는 것이 골자”라면서 “어르신들에게도 은퇴 이후 평생 쌓아온 삶의 지혜와 인적 인프라를 사찰과 지역사회에 회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신행의 또 다른 기회를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제언했다.

출가 정책, ‘정예 엘리트화’ 전환을
고령 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신도 급감만이 아니다. 출가자 감소도 함께 이뤄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에 대해 이미 ‘출가 절벽’을 경험하고 있는 현재 불교계가 향후 출가 정책을 양이 아닌 질로서 전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김응철 교수는 “조계종의 경우 현재 스님 수가 1만여 명에 달해 크게 문제는 없지만, 10년만 지나도 이 같은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출가자 수를 걱정하지 말고, 소수 출가자를 정예·엘리트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향후에는 재가 인력 활용 방안도 논의돼야 한다”면서 “스님이 2~3개의 사찰 소임을 보며, 신도회장 등을 재가 인력으로 활용하는 천태종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호 교수는 기본을 상기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출가는 불자들이 많아야 불심에 출가할 수 있다. 불교에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들이 출가할 리는 만무하다”면서 “불교의 저변을 확장시키는 것이 출가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1인 가구 증가… 재가복지 확충
복지 분야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기존 복지가 단순히 노인들에게 물질을 지원하는 ‘평면적 복지’에 그쳤다면, 노인 계층이 다분화되는 앞으로는 ‘입체적 복지’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종로노인복지관장 정관 스님은 “이전까지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불교문화와 복지가 함께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종교로서의 불교가 아닌, 문화적 불교의 가치를 접목한 복지는 분명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1인 가구 증가 추세로 독거노인들이 많아지는 만큼 재가복지에도 신경을 쓸 것과 임종복지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정관 스님은 “독거노인들을 찾아가보면 ‘외로움’이 문제다. 방문복지서비스를 하면 봉사자를 보내지 않는다”면서 “불교 노인복지시설에서 이분들을 찾아가 말벗이 돼주는 서비스야말로 현실적으로 가능하면서도 꼭 필요한 서비스다. 많이 확대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복지현장에서도 마을공동체 등 네트워크가 강화되고 있다. 자비사상을 바탕으로 불교계가 노인 재가복지를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역시 노인 복지 분야에서 불교계가 ‘임종 복지’를 함께 진행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기존의 노인 신도들의 이탈을 막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교구본사별로 요양병원 등을 확충하고 호스피스를 함께 운영해야 한다. 또한 불교식 화장장을 통해 입교에서 임종까지 온전히 부처님 품안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교구 재편 등 종무행정에도 변화를
고령사회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지방소멸’ 현상이다. 인구가 급감해 지역사회의 붕괴를 의미하는 이 현상은 의성·합천 등에서 이미 전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역을 근간으로 한 교구본사가 종단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불교 종단들은 이에 대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조기룡 교수는 “현행 교구제는 100여 년 전에 생겨 1962년에 현재같이 확정됐다. 사회가 변화하지 않았으면 상관없지만 너무 많이 변했다. 특히 ‘지방소멸’ 등이 예상되는 고령사회에서는 교구제 재편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광역자치단체들 중에 교구본사가 없는 곳이 있다. 광역자치단체에 교구가 있어야 포교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면서 “우선적으로 직할교구를 재편해 강북·강남·인천으로 분할하는 것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수호 교수는 “교구 본사는 지역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지역 이슈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역 생산력이 떨어진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 창출에 대해 사찰이 고민해야 한다. 특히 불교는 관광과 관련된 부분서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많은 만큼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봐야 한다. 이것이 교구와 사찰의 기반을 다지는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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