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제36대 총무원장에 前중앙종회의장 원행 스님이 당선됐다. 원행 스님은 당선소감에서 “오로지 사부대중만을 믿고, 사부대중과 함께 안정과 화합 그리고 위상제고를 위한 원력을 만들어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같은 수장의 다짐은 현재 조계종이 불협화음 상황이라는 것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제35대 총무원장선거를 치른 지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열린 총무원장선거다. 짧은 기간 동안 조계종은 전임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친자의혹을 비롯해 핵심 지도자급 스님들의 스캔들이 잇달아 보도되면서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설조 스님의 40여일 단식, 총무원장 직선제 운동, 전국선원수좌회 등을 비롯한 승려 결의대회까지 재야인사들은 집행부에 비난의 화살을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집행부 측은 재야단체의 목소리를 반박하고, 교권수호 결의대회를 봉행하면서 양측은 세 대결로 풀이되는 모습을 연출해 세간에 부끄러움을 남기기도 했다.

총무원장 원행 스님은 조계종이 이처럼 수개월간 쉼 없이 갈등을 지속해오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소통과 화합’ ‘대중공의’라는 가치를 가장 중요한 종단 운영기조로 세웠다. 그리고 총무원장 당선과 동시에 부실장 인사를 단행하면서 제36대 집행부의 공식적인 출범을 알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당선을 확신한 채 준비해온 인사가 아니냐고 지적하지만 후보자가 당선 이후 계획까지 세워 출마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부디 종무 공백 없이 종단 화합을 위해 새 집행부가 분골쇄신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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