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2번 원행 스님 제외한 모든 후보 동반사퇴
“기득권의 불합리한 선거” 주장에 여론 나뉘어

9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선거 중단을 촉구하는 설조 스님과 불교개혁행동.

조계종 총무원장선거를 코앞에 두고 기호2번 원행 스님을 제외한 모든 후보가 동반 사퇴함에 따라 종단 안팎에서 갈등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앞서 설정 스님의 사퇴와 승려대회 등을 두고 한 차례 내홍을 겪은 조계종이 이번에는 선거 중단과 실시로 나뉘었다.

먼저 제36대 총무원장선거에 나선 기호1번 혜총 스님과 기호3번 정우 스님, 기호4번 일면 스님은 9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동반사퇴의 변을 밝혔다. 스님들은 이 자리서 선거운동과정에서 종단 기득권 세력들의 불합리한 상황을 목도했다고 목소리 높였다. 다만 불합리한 상황이나 기득권 세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이를 두고 같은 날 기호2번 원행 스님 측과 중앙종회 종책모임 불교광장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여법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원행 스님 측은 지지하는 스님들이 있는 것을 두고 불공정하다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 참으로 안타깝고 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불교광장은 "종단은 특정세력의 사유물이거나 일부 기득권 세력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후보자들이 특정한 명분이나 이유없이 호도하는 것은 모범적인 선거문화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선거를 하루 앞둔 27일에는 불교개혁행동과 설조 스님이 선거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우정공원에 마련된 천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무원장 후보가 사상 초유로 동반 사퇴하는 일이 벌어진 것은 자승세력의 줄 세우기 선거로 현 종단의 몰염치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세 스님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뒤에나마 인정하고 사퇴한 것은 다행이다. 절차적 하자가 없는 선거제도를 도입해 원점에서 다시 추진해줄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원행 스님 후보 사퇴 선거 중단 및 대중이 원하는 선거제도 도입 후보 사퇴한 스님들의 불교 개혁 동참 이번 선거 원천 무효 및 현행대로 선출된 총무원장 불인정 등을 촉구했다.

설조 스님도 선관위는 선거일정을 중단하고, 교역직 책임자들은 자리에서 물러나 교단 쇄신의 길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원로회의가 중심이 돼 교단혁신기구를 구성하고, 적폐청산과 청정교단 건설을 위한 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야권의 비판이 이어지자 교구본사주지협의회는 이번 선거가 어떤 선거보다 모범적으로 진행돼왔다. 그 누구도 종단의 법과 질서에 기초한 이러한 종도들의 노력을 폄하하거나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각 지역 수행과 포교를 책임지는 우리는 선거를 앞두고 종도를 대표해 선거에 참여하는 선거인의 결정을 미리 재단하여 후보사퇴라는 방법으로 총무원장 선거를 또 다시 혼란에 빠뜨리는 행위를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누구도 추상(秋霜)과 같은 종단의 법과 질서를 유린할 수 없으며 종도들의 정당한 선택을 방해할 수 없음을 단호히 밝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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