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변하면 세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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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노덕현 기자
  • 승인 2018.09.23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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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 수행 바탕한 사회 변화 운동 ‘눈길’
④ 美 명상센터 현장 - 개리슨 인스티튜트
개리슨 인스티튜트 메인홀에서 지도를 받는 미국 수행자들의 모습.

미국 사회에서는 수행이 개인의 수행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사회활동으로도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7월 17일 방문한 개리슨 인스티튜트에서는 이러한 미국 명상수행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명상은 종교를 넘어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편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사회를 변화하는 데 명상의 파급력을 활용하고 있는 곳이었다.

뉴욕시에서 북쪽으로 허드슨 강을 따라 1시간 가량 길을 달리다 보면 미국 육군사관학교가 있는 웨스트포인트가 나오고, 그 강 건너에 개리슨 인스티튜트가 있었다.

수도원 건물 활용한 명상센터
수행자 대부분 직장인·주부
일·가사 병행하는 수행 시스템
환경·여성운동 등 결합 ‘사회참여’
이슈별 소모임으로 수행·실천행

높은 절벽 사이에 흐르는 넓은 강은 웅장함과 우리의 높은 산에서 느끼는 기운을 느끼게 했다. 이런 자연환경 속에 미국 육군사관학교와 대칭으로 자리한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학교와 같은 외양과 달리 활발한 기운을 품은 이들을 배출하기에 적합한 기운을 품고 있다고 생각됐다.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겉보기에는 붉은 벽돌로 구성된 건물 한 채와 넓은 풀밭, 그리고 주차장까지, 경치 좋은 곳에 위치한 우리네 학교와 매우 흡사했다. 오래된 청동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로 메인 홀이 나왔고, 이곳에서는 20여 명의 수행자들이 불상을 앞에 두고 티베트 스님에게 수업을 듣고 있었다.

개리슨 인스티튜트의 정면 모습. 수도원과 신학교 목적으로 만들어져 마치 우리나라 고등학교나 대학교 건물같은 느낌을 준다.

 

옛 수도원 향취 그대로 남아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2003년 설립된 이래 독특한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당초 개리슨 인스티튜트가 자리한 곳은 카푸친 수도원(Capuchin monastery)이 있었다. 카푸친 수도원은 1923년 카푸친 프란시스코에 의해 지어진 수도원으로 사제들을 양성하는 신학교의 역할도 담당했다.

이곳은 처음부터 신학교였기에 첫 인상에서 학교와 같다고 느낀 점도 무리는 아니었다. 카푸친 수도원은 이 지역의 부동산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이를 안 오픈 스페이스 연구소(Open Space Institute)가 2001년 인수했다. 이어 새롭게 설립된 비영리 재단인 개리슨 인스티튜트에 오픈 스페이스 연구소가 수도원을 기증하며 개리슨 인스티튜트로 시작하게 됐다.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앞선 젠마운틴이나 블루클리프 사원들과 달리 미국사회의 다양한 사람들이 힘을 모아 설립했기에 특정한 수행법을 전하고 있진 않았다. 80% 이상의 대부분 수행자들이 불교명상을 하고는 있지만 기독교 사상에 근간한 영적 수행이나 이슬람 수행을 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해 들었다.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초기에 신부, 스님, 랍비 등 다양한 종교 지도자도 참여했으며, 개원 직후인 2003년 가을에는 달라이라마가 방문해 법문을 하기도 했다. 연구소의 메인 홀에는 부처님 상이 있으며, 메인 홀 측면에는 달라이라마 흉상이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로 된 수도원 건물 가운데 놓인 불상이 눈길을 끈다.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최대 200명을 수용 가능한 명상 홀과 강당을 비롯해 총 165명을 수용 가능한 50개의 1인용 숙소와 45개의 2인용 숙소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모든 침실은 2~4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2개의 공용 욕실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밖에 10개의 소규모 회의실이 1층과 2층에 존재했다.

재가자 중심의 운영으로 상주하는 수행자들뿐만 아니라 주말 통근, 퇴근 후 방문 등을 통해서도 수행자들이 이 시설을 이용한다고 했다. 운영원칙은 기본적으로 묵언을 중심으로 다른 이들의 명상을 방해하는 휴대전화 사용과 이어폰 없는 CD플레이어 등의 사용이 금지되고 있었다. 현란하지 않은 반바지와 티셔츠 차림이 허용되고 등산을 위한 등산복 또한 허용됐다.

개인적인 수행과 함께 정기적으로 스님들의 위빠사나, 마음 챙김 등 수행지도 등이 이뤄지고 있었다.

 

화두는 자연과 함께하는 ‘지속 가능성’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오래된 건물임에도 재생 에너지 및 친환경 에너지로 무장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다른 사원들에 비해 오래된 건물을 개조했음에도 이를 친환경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눈길을 끌었다.

오래된 건물에서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가장 먼저 설립과 함께 건물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기 위해 나섰다.

설립자 중 하나인 조나단 로스 대표는 건물 열손실 15%가 바닥을 통해 발생한다는 것에 착안해 단열 기능이 있는 친환경 유기물(VOC) 페인트로 다시 칠했으며, 수도원의 오래된 파이프를 단열재로 교체했다. 조명의 75%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로 변경했으며, 동작센서를 설치해 야간에 사람이 없을 때는 자동으로 조명이 꺼지게 했다.

또 지하수를 이용한 냉방과 지열을 이용한 난방시스템을 도입했다. 기계식 에어컨 대신 자연환기를 이용하며, 대신 공기 흐름을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높은 천장에 팬을 설치해 냉방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메인 명상 홀에는 어떤 에어컨도 없었지만 한여름에도 더위를 느낄 수 없었다.

물 관리 또한 자연을 생각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모든 화장실은 물 사용량이 적은 모델로 대체됐으며, 화장실의 수압 또한 필요한 만큼만 나오게 했다. 또 일반수도 외에 유기물 필터링을 도입한 우물을 사용하고 일회용 생수병보다 재사용 가능한 물병, 물컵 등을 쓰고 있었다.

식사 후 설거지에서도 생분해성 세척제를 활용하고 정원 관리도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잡초를 뽑는다고 했다. 개인 위생용품도 유기농 제품을 사용하고 심지어 각종 종이와 포장재 또한 재활용을 통해 사용하고 있었다. 이를 통해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2017년 연평균 전기사용량을 1/3수준으로 줄이고 쓰레기 배출 등도 최소화했다고 했다.

답사단을 맞이한 마크 웨이스(Marc Weiss) 전무이사는 “처음에는 에너지 낭비가 심했지만 지속적인 노력으로 이를 고쳐가고 있다. 현재는 대부분의 에너지를 친환경 에너지로 교체하고, 순환 가능한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채식을 제공하는 식사 준비도 지역사회의 유기농 생산물로 하고 있었다. 개리슨 인스티튜트의 식단은 〈프레쉬 쿠킹〉 저자 쉴리 보리스 요리사가 이끄는 케이터링 회사 ‘프레시 컴패니’에서 제공하고 있는데 프레시 컴패니는 허드슨밸리 지역 농장과 생산자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달걀 및 유제품, 곡물, 꿀, 메이플 시럽 등 유기농 제품을 사용한다. 심지어 사용되는 소량의 육류 또한 호르몬제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키운 것을 구입하고 있다.

제인 콜리니(Jane Kolleeny) 사업개발 이사는 “재활용 할 수 없는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종이 사용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온라인 통신에 의존하며 모든 종이, 캔, 유리 등을 재활용 하고 있다”며 “음식 또한 마찬가지다. 자연에 해가 되지 않게 키운 것들을 활용한다. 자연과 함께 하는 인간의 고요한 삶이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제인 콜리니 이사(사진 왼쪽 세번째)와 질의응답을 하는 답사단.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수행공동체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한국불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립된 수행만을 위한 공동체가 아니었다. 앞서 밝혔듯 수행자들 대부분은 평일에는 직장과 가정일을 하다 주말에 인스티튜트에 모여 수행을 한다. 뉴욕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을 적극 활용하여 직장일이 끝나면 퇴근 후 수행을 하기도 한다고 전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의 이슈가 수행공동체의 화두, 개인 수행의 화두가 됨을 알 수 있었다.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2003년 창립과 함께 먼저 환경운동가와 자원봉사자들이 경험하는 정신적, 신체적 상해를 극복하기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전개했다. 2004년에는 수업 중 스트레스를 받는 교사들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 보급에 나서기도 했다.

같은 해에는 허드슨 강 환경을 지키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시해 기금모연과 함께 기후 변화와 생태 변화의 위험성을 뉴욕 사회에 알리기도 했다.

2005년에는 가정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한 여성 웰니스 프로젝트(Women’s Wellness Project)를 시작해 현재는 여성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 개리슨 인스티튜트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으로 발전시켰다. 최근에는 또 다른 분야로 접근하고 있다.

제인 콜리니 이사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는 △시간을 초월한 영적활동 △간병인을 위한 도움 △생태변화와 명상 △리더십과 조직변화 △사회갈등을 막기 위한 명상을 주제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간병인들의 정신적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활동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제인 콜리니 이사는 개인적인 수행과 별개로 인스티튜트 내에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한 소모임이 많다고 했다. 인스티튜트 차원의 지원이 없어도 이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아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도 했다.

답사단 방문에 함께한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 관계자도 개리슨 인스티튜트의 수행자들에 대해 “그들은 조용한 사람들이지만, 지역사회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평가했다.

개리슨 인스티튜트의 특징은 이사회와 자문위원, 직원 및 파트너 회원 등으로 이뤄진 인적구성에서도 드러난다. 이사회의 경우 11명의 재가자로 구성돼 있는데 투자회사 CEO를 비롯해 비영리 단체의 대표, 불교수련회 회장, 의사, 사회적 기업 대표 등이 참여하고 있다. 또 고문으로 심리학자, 기후변화 연구가, 건강센터 운영진 등을 두고 사회활동에 대한 확장성을 꾀하고 있었다.

연구소 정원에 조성된 조형물 사이로 포행하는 수행자들.

 

미국 주요 언론서 주목해

이러한 활동은 미국 사회의 다양한 언론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017년 3월 ‘Lawyers Go Zen, With Few Objections’란 특집을 통해 “부드러운 변화의 바람이 법조계에 불고 있다”며 “그동안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승리하기 위해 골몰했던 법조인들이 명상을 통해 소수의견을 내는 데 주저하지 않게 됐다”고 소개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마이애미 법대생들을 비롯한 다양한 법조인들이 개리슨 인스티튜트에서 3일간 수행한 내용을 다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일부 수면이 부족한 변호사들은 교육시간 졸기도 했지만 명상을 통해 각 이슈에서 그동안 생각했던 것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각을 얻었다”고 소개하며 ‘수도사처럼 머리를 깎거나 옷을 입지 않고 종교단체에 가입한 것 같지 않게 부담 없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는 참가자들의 소감을 실었다.

또 〈뉴욕타임즈〉 또한 2017년 9월 ‘Cultivating Mindfulness for Educators Using Resources From The New York Times’ 기사를 통해 “교사는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며 교육현장에서 마음 챙김(mindfulness)을 연습하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마음 챙김 수행법과 함께 개리슨 인스티튜트가 운영하는 교사들을 위한 케어 프로그램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밖에 다양한 블로그와 매체들이 개리슨 인스티튜트의 활동에 주목하고 있다. SiriusXM Radio의 경우 2011년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사회적 변화의 리더로 우뚝 섰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밖에 현재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다양한 장학금을 운영하고 있다. 먼저 60여 명이 수행프로그램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수행 장학금, 명상 중심의 인도주의 교육을 보급하기 위한 CBRT(Contemplative-Based Resilience Training) 장학금,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연구 및 심포지엄 참여를 위한 CMB(Climate, Mind and Behavior) 장학금, 교사들이 사회정서적 기술을 명상을 통해 얻도록 하는 교사장학금, 티베트와 히말라야 불교 전통을 보존하기 위한 히말라야 헤리티지 장학금 등을 운영하고 있다.

개리슨 인스티튜트는 불교명상이 개인적인 수행 수단일 뿐만 아니라 사회 변화를 주도하는 원동력으로 자리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명상을 위해 모인 이들이 사회적 기여에 마음을 하나로 할 때 수행공동체가 사회운동모임으로 변할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불교계에서 과제로 꼽히는 사회기여에 대한 답을 이곳에서 확인하며 다른 명상센터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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