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구루’ 운동 외치는 성학대 피해자들
9월 14일 달라이 라마 면담… 도움 호소

달라이 라마가 지난 9월 14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불자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출처=nbcnews

티베트 불교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불교계 성학대 문제에 묘수를 제시할 수 있을까. 티베트 불교 지도자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이 달라이 라마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며 그의 행보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성폭력·성희롱 등을 당했다고 주장한 티베트 불교인 4명은 지난 9월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달라이라마를 만나 문제 해결을 호소했다.

불교지도자 성범죄 드러나며
SNS ‘미투구루’ 공감 확산돼
달라이라마도 공론화 움직임
“25년 전에 같은 문제 있었다”


SNS상에서 ‘미투구루(metoo_ guru)’란 해시태그를 달며 전 세계에 불교계 성학대 문제를 알리고 있는 이들은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에 앞서 온라인 서명 1300건을 받았다. 이들은 피해자 12명의 진술서를 달라이 라마에게 대표 제출하고 약 20분간 면담을 가졌다.

이들 중 일부는 달라이 라마가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달라이 라마가 실질적 자료와 진술을 확보했으니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면담에 참여한 오인 비즐스마(Oane Bijlsma)는 “티베트 불교 전통에 종사하는 지도자들이 법을 지키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우리는 달라이 라마에게 구체적으로 알렸다”고 언급했다.

특히 달라이 라마는 이 자리에서 피해자들에게 “오는 11월 불교지도자모임에서 성적·육체적·정신적 학대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는 등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진다.

달라이 라마는 이들과 만남 직후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해당 문제를 공론화했다.

달라이 라마는 네덜란드 방송 NOS와 인터뷰에서 “불교 지도자들의 성학대 문제를 25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며 “이번 문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5년 전 누군가 내게 교단 내 성폭력 문제를 언급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당시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린 서구 지역 라마불교지도자회의에서 한 관계자가 이 같이 언급했다는 것. 그러면서 달라이 라마는 “종교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 세계 곳곳에서는 불교 지도자의 미투(Metoo)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7월 캐나다의 유명 티베트 불교 지도자 사경 미팜 린포체(Shakhong Mipham Rinpoche)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샴발라커뮤니티(Shambala Community) 여성 회원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후 미팜 린포체는 “나로 인해 불교 공동체가 겪는 고통에 큰 책임을 느낀다”며 추행 사실을 시인한 바 있다.

또 앞서 지난해 7월에도 티베트 불교 지도자 쇼걀 린포체(Sogyal Rinpoche)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져 파문이 일었다. 피해 여성 신도 8명의 고발에 따르면 소걀 린포체는 기혼 여성 신도뿐 아니라 어린 여자 아이들을 상대로 성폭력을 자행해 왔다고 알려진다. 하지만 소걀 린포체는 자신이 설립한 수행 공동체 대표에서 물러났을 뿐 현재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비판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경우 가톨릭 내 성직자들의 성학대 등을 알고도 대상자에 대한 제재 및 피해자 구제 등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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