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호 교수, 불교평론 학술심포지엄서 주장

불교 대표 학술계간지 〈불교평론〉은 8월 31일 사옥 세미나실에서 ‘좋은 말 나쁜 말 그리고 불교’를 주제로 학술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현대인의 소통은 인터넷 공간과 사회연결망서비스(SNS)를 통해서 이뤄진다. 하지만 이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의 게시글을 살펴보면 언어폭력들이 일상화돼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언어폭력에 대한 불교 윤리적 해결 방안을 제시한 논문이 발표됐다.

박수호 중앙승가대 교수<사진>는 8월 31일 ‘좋은 말 나쁜 말 그리고 불교’를 주제로 열린 2018년 불교평론 학술심포지엄에서 ‘사이버 공간과 SNS에서 언어폭력과 불교적 대응’을 발표했다.

인터넷 언어폭력 심각 수준
불교적 제도 가능성 분석해
사섭법·십선계 등 윤리 적용
번뇌의 불구덩이서 벗어나야


먼저 박 교수는 사이버 공간과 SNS에서 이뤄지는 소통의 특징을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사이버 공간은 익명성을 보장받아 대등한 관계에서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정제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비난과 욕설 등이 만연한 상황이다. 공개적인 쌍방향적 대화를 보이는 SNS에서도 사생활 노출로 인한 비난과 왜곡 등은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한 박 교수는 사이버 공간과 SNS에서 이뤄지는 통신언어도 의사소통의 왜곡 요인으로 꼽았다. 생생하게 쓰기나 재미있게 쓰기 등의 통신언어는 비대면적 상황에서 소통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언어문화이지만, 재미를 위한 자극적 표현은 상대방을 조롱하거나 무시하는 의도로 읽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소통의 주제가 첨예한 대척점을 내포하고 있는 여성·난민·소수자·지역·이념 등일 경우 ‘혐오발언’으로 나타나는 경향이 높다”고 진단하며 “혐오 발언은 그 자체로도 폭력적이고 갈등을 유발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경우에도 악성 댓글이 폭주해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사이버 공간과 SNS에서의 언어폭력에 대한 불교 윤리적 해결 방안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불교의 사섭법과 삼법인, 십선계를 윤리적 적용 사례로 들었다. 특히 박 교수는 대승불교의 대표 계율인 십선계는 소통과 왜곡을 해결할 수 있는 윤리적 기제로 주목했다. 십선계의 10가지 선행 중 4가지가 언어와 관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거짓말, 이간질, 욕설과 비방, 남을 속이는 말을 하지 말라는 십선계의 가르침은 현재 사이버 공간에서 나타나고 있는 왜곡된 소통 상황에 즉시적인 적용이 가능하다”면서 “최근 심
각성을 더하는 악플이나 사이버 명예훼손 등은 이 같은 4가지 말로 짓는 악행들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또한 박 교수는 SNS에 나타는 폭력적 상황은 모두 언어에서 촉발됨을 분명히 하고 “이는 구업뿐만 아니라 신·의업과 연결된다”며 “SNS 언어폭력은 구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과 말, 행동 모두에 걸쳐서 악업을 짓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불교의 업설은 업에는 과보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고 가르치며, 그 바탕 위에 악업을 소멸하고 선업을 증장해야 한다는 윤리적 규범을 제시한다”며 “악플 하나가 상대방에게 괴로움을 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옭아매는 악업의 사슬이 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좋은 말을 하는 것이 복덕을 짓는 구도이자 수행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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