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禪 조화된 미국형 수행공동체,
대자연·禪 조화된 미국형 수행공동체,
  • 노덕현 기자
  • 승인 2018.09.05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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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미디어로 소통… 한국불교 참고해야
② 美 명상센터 현장 - 젠마운틴사원
캣츠킬 국립공원 내 자리한 젠마운틴 사원은 자연속에서의 조화로운 삶을 미국인들에게 전하는 곳이었다. 자연과 어우러지는 수행 프로그램이 특징으로 눈길을 끌었다. 사진은 예배당을 개조한 본관 건물과 이곳으로 걸어가는 답사단의 모습이다.

[특집기획]세계는 명상시대, 한국 이 연다

 ① 미국 불교명상의 현재는?

 ② 美 명상센터 현장 - 젠마운틴사원

③ 美 명상센터 현장 - 블루클리프사원

④ 美 명상센터 현장 - 개리슨인스티튜트

⑤ 美 명상센터 현장 - 레이크샤린

⑥ 세계 명상 현주소와 禪명상 방향

⑦ 걸음마 뗀 한국 禪명상 과제는?

⑧ 불교명상 ‘GURU’에게 듣다

미국에서도 선불교 수행, 그리고 선 수행으로 공동체를 일군 곳이 있을까. 번잡한 뉴욕 인근에서 이른 공동체를 찾을 수 있을까. 둘째 날 첫 답사로 방문한 젠마운틴 사원은 이런 궁금증에 시원한 해답이 됐다.

수행자 인터넷 네트워크 구현
사이버 승가로 확대해 구성
자연체험과 선수행의 결합
선농일치·채식식단 ‘눈길’

뉴욕시 중심에서 2시간가량 떨어진 캣츠킬 국립공원의 트렘퍼 산에 들어서자 데이터 통신조차 두절됐다. 몇 시간 만에 두절된 스마트폰에 당혹감을 감추기도 잠시, 곧? 젠마운틴 사원이 나타났다. 물론 내비게이션 조차 통신이 두절되자 오작동을 일으켜 헤매긴 했지만…….

트렘퍼 산 250에이커에 달하는 고즈넉한 곳에 자리한 젠마운틴 사원은 존 다이도 루리 선사가 설립한 곳으로 임제종과 조동종의 전통을 잇고 있는 곳이었다.

 

자연과 어우러진 고요한 수행처

젠마운틴 사원의 특징은 대자연 속에 있었다는 점이다. 설립자인 루리 선사는 불교에 입문하기 전 사진작가였다. 루리 선사는 자연풍경을 주로 찍던 사진작가로 1970년대 초 선불교를 접했다. 1976년 마에즈미 선사 밑에서 정진, 1987년 일본에서 정식으로 수계를 받았다. 이후 1989년 젠마운틴 사원을 세운다.

특히 자연풍경을 촬영하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국립공원지역 한 가운데 사원을 설립했다. 트렘퍼 산과 그 주변의 넓은 야생 보호지역으로 인해 사원은 자연 속 수행을 하는데 매우 적합해 보였다.

초기 젠마운틴 사원은 1930년대 건립된 가톨릭 베네딕트회 수도원과 와파나키 소년캠프를 개조하며 이뤄졌다. 이 지역에 위치한 대규모 캠프 중 하나였던 와파나키 캠프는 목재 프레임으로 구성된 별장을 비롯한 넓은 공간이었다.

젠마운틴 사원을 알리는 안내판을 따라가면 오래된 별장 형식의 관리동이 나오고 여기서 숲 사이로 난 길을 통과하면 넓은 정원과 예배당을 개조한 본관 역할을 하는 건물, 그리고 작은 신축건물인 행정동이 나온다.

행정동을 뒤로 포행을 하는 젠마운틴 사원 수행자들.

 

예배당을 개조한 본관의 경우 1929년부터 1936년까지 가톨릭 사제와 노르웨이의 공예가에 의해 지어진 건물로 1995년 국가 지정 문화재로 등록됐다. 여기에는 대형 명상홀, 소규모 그룹의 명상홀 및 식당, 그리고 방문자 안내실과 8인용 숙소동 등 단체숙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직선형 디자인으로 구성된 신축건물은 사원의 행정사무소, 젠마운틴 사원의 물품을 살 수 있는 가게와 대규모 인원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홀, 개별 수행처, 독서실과 세탁실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어느 건물마다 큰 나무들이 있고, 조금만 벗어나면 숲과 계곡을 만날 수 있었다.

북쪽 진입로에는 일본 전통양식의 건물이 있는데 다도회 등이 열리는 곳이었다. 이중 예배당을 개조한 본 건물은 건물 벽에 그대로 예수상이 남아있어 이색적이었다. 비록 예배당 건물이지만 선불교 수행에는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예배를 보던 곳은 명상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었고, 사람들은 종교를 초월한 듯 자연스럽게 활동했다.

다도회를 즐기는 사원 수행자들.

 

젠마운틴 사원은 선원장 허가 하에 수행자들에게 암자를 제공하고 있었다. ‘Mountain Hermitage’, ‘Dogen Hermitage’ ‘Tea House Hermitage’ 등으로 이름 붙여진 암자서는 개별 수행도 가능했다.

또 마당 왼편으로는 채소와 마늘, 당근 등을 직접 파종해 수확할 수 있는 농장도 운영하고 있었다.

방문 당시 안내를 맡은 고칸 선사는 “이곳에서 먹는 대부분의 음식재료를 직접 키우고 있다. 자연과 함께 소통하며 살아가는 것도 수행의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젠마운틴 사원의 모든 음식은 채식으로 이뤄지며 전문요리사가 준비한다. 채식 또한 세 가지로 나눠 일반적인 채식주의자용, 밀가루를 섭취하지 않는 글루텐프리주의자용, 유제품까지 먹지 않는 비유제품주의자용 등으로 나뉘어 제공된다. 방문 당일에는 채식 파스타로 구성된 식사를 제공받았다.

이 밖에 젠마운틴 선원에서는 세탁기를 쓰지 않고 직접 빨래를 하고, 에어컨 및 자동온도조절 장치 등을 쓰지 않는다. 가장 자연과 동화된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젠마운틴 사원의 방침이었다. 자연스럽게 인터넷 통신 또한 되지 않았다. 행정사무소가 있는 신축건물에서 만이 와이파이 기능이 제공됐다.

카약을 타며 수행프로그램을 즐기는 수행자들.

 

문화체험과 어우러진 선수행

젠마운틴 사원에서는 미국인들에 맞는 몇 가지 변화도 추구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특히 루리 선사 생전에는 한국불교에서는 다소 파격적인 수행법도 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리 선사가 전한 선수행법은 총 8단계로 좌선과 1:1면담, 예불, 윤리 정신교육, 운력, 신체적인 연습, 예술적인 연습 그리고 학문적인 연구로 구성된다. 루리 선사는 미국인들이 불교에 대한 배경지식이 적음을 고려해 특히 6번째 단계에 꽃꽂이와 그림그리기 등을 포함한 예술 수행을 넣었다. 한국불교계에서도 스님들이 선서화를 그리곤 하지만 예술 활동 자체를 수행으로 여기진 않는 상황에서 파격적이었다. 숭산 스님이 해외에서 선불교를 가르칠 때 질문에 가능한 짧고 쉬운 단어로 핵심을 전한 것처럼 이곳에서도 미술, 문학, 꽃꽂이, 다도 등 먼저 미국 사람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개념을 통해 선불교를 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몸으로 하는 수행이 7단계에, 그리고 일을 하며 수행하는 것이 8단계에 들어 있어 재가자를 위한 수행에 집중하고 있음을 알게 했다.

또 루리 선사의 경우 사진촬영을 함께하는 선수행을 만들었고, 명상을 하고 야생으로 직접 나가 촬영실습을 하는 수련회를 만들기도 했다.

또 수행자들이 야생의 급류와 산악지역에서 오지 생존기술을 익히고 새벽과 저녁으로 수련회 중간 조용히 참선하는 프로그램도 만들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었다.

사원 농장서 직접 채소를 재배하는 모습.

 

현재 젠마운틴 사원은 매주 일요일 아침 일반인들, 처음 선수행을 접하는 이들도 참여 가능한 수행프로그램과 수요일 초보자를 위한 저녁 명상프로그램을 상시적으로 운영 중에 있다. 주요 수행은 좌선(zazen)으로 일요일 수행 프로그램의 경우 오전 9시부터 9시 30분까지 우리의 찬불가 수업과 비슷한 노래 합창에 이어 11시까지 좌선이 이어진다.

11시부터 12시까지는 스님들과의 면담을 통해 수행결과를 점검받고 12시부터 1시까지는 점심 식사와 정리 등이 이뤄진다.

특별·전문 프로그램으로는 MRO스승으로 칭해지는 스님들에게 지도 받는 집중명상과 선 휴양, 여성을 위한 특별수행, 산과 강 수행 등이 이뤄진다.

고칸 선사는 “기본적으로 좌선을 중심으로 수행을 가르치며, 수행자들이 자연 속에서 배운 수행법에 따라 수행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다른 명상센터와 차이점은 스님들이 이를 직접 지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젠마운틴 사원 명상홀에서 잠시 좌선을 하는 답사단의 모습. 젠마운틴 사원은 미국 내에서 전통적인 선수행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인터넷과 미디어를 통한 전법

젠마운틴사원은 다른 미국 내 명상센터보다 훨씬 치밀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젠마운틴 사원의 공식홈페이지(https://zmm.org)에 가면 영문으로 젠마운틴 사원의 안내와 주요 수행법, 그리고 수행프로그램에 대한 안내를 시작으로 프로그램 참여, 분원인 뉴욕시선센터 사이트 등이 연결된다.

지도하는 스님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비롯해 사원에 인적사항을 등록하면 다른 수행자들과의 네트워크 또한 검색할 수 있다. 이른바 사이버 승가다.

이는 설립자인 루리 선사가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한 열린 생각을 가진데서 비롯됐다. 루리 선사는 선사의 이미지에 컴퓨터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며 애용을 마땅치 않게 여겼던 제자들의 마음을 바꿨다. 그는 사원과 분원을 사이트로 연결하고 수행에 관한 자료를 DB화했다.

그는 인터넷에 젠마운틴사원과 분원의 정보, 그리고 네트워크로 회원정보를 연결해 놓았다. 현재 젠마운틴사원은 팟캐스트 ‘DHARMA TALKS & MORE’을 통해 스님들과 수행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소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앞서 사진촬영 등을 통한 수행은 마운틴 레코드(www.mountainrecord.org)의 전문사이트를 통해 함께 공유한다.

수행이 단순히 개인의 체험에 그치지 않고, 공동체가 함께 수행 내역을 공유하며 소통을 통해 출재가 수행공동체를 이뤄낸다는 점에서 깊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다.

 

자율과 규율 사이의 조화

젠마운틴 사원은 옷차림부터 생활양식까지 다양한 규정이 있이 있지만 그 속에서 자율을 보장하고 있었다.

먼저 옷차림의 경우 색상이 밝거나 몸에 붙지 않는 옷을 입고, 향수 등의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통일된 복장을 강조하진 않았다. 방문 당시에도 다양한 옷차림의 수행자들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스님들과 전문수행자의 경우 검은색 승복을 입고 있었다.

또 좌선의 경우 미국인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가부좌 외에도 좌복 위에 쿠션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 마저도 불편한 초심자를 위해서는 좌식의자, 또는 입식의자까지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점심공양시간에는 오관게 등 기본적인 의식 후에는 모두가 자유롭게 식사를 했다. 넓은 풀밭에서 대화를 나누며 삼삼오오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원에서 거주하며 수행하는 것이 불편한 이들을 위해서는 상담을 통해 일요일 사원투어를 겸한 수행체험을 제공하고 있었다. 가족이 함께하는 수행도 독려해 매년 1차례 씩 가족이 함께 동참하는 수행체험 자리를 열고 있으며 매월 첫 번째 일요일에는 젠 키즈(Zen Kids)로 명명된 3~9세 아동, 젠 트윈스(Zen Tweens)로 명명된 9~13세의 아이들을 위한 수행 커뮤니티도 운영되고 있다. 여기서는 아이들이 서로 자신의 감각을 돌아보고 불교 기본 가르침을 접하도록 하고 있다.

답사 중 고칸 선사와의 대화 속에서 젠마운틴 사원의 독특한 운영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젠마운틴 사원은 수행자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돈과 권력, 그리고 성문제라는데 착안해 이사회와 관리회, 수호회의 3부 체제로 사원 구성했다.

젠마운틴 사원의 이사회는 법적인 것과 재정을 관리하며 관리회는 총체적인 기획을 맡는다. 수호회는 선원의 수행을 전반적으로 담당한다. 수호회의 경우 선원에서 타인의 수행을 방해하거나 분란을 일으키는 이들을 관리한다. 설립자인 루리 선사 조차도 수호회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또 이성문제에 대해서도 사원에 입문하는 자들은 부부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스님들과 같은 금욕 상태를 강조한다. 부부의 경우에도 일단 입문 후에는 금욕 상태를 유지할 것을 요청한다.

미국 내 전통적인 승가로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젠마운틴 사원, 이 곳에서는 미국인들의 삶과 접목한 선불교 전통을 맛볼 수 있었다. 한국불교 세계화에도 젠마운틴 사원의 자율과 규율이 조화된 방식이 활용될 수 있지 않을까.

‘존 다이도 루리(John Daido Loori) 선사는?’

1931년 미국에서 태어난 존 다이도 루리 선사는 1947년부터 1952년까지 미해군에서 복무했다.

그는 다양한 종교를 탐구했고, 1971년 사진가 마이너 화이트가 주최한 워크샵에서 처음 선불교를 접했다. 이후 1976년 마에즈미 선사 밑에서 정진했다. 1080년 그는 뉴욕 인근 트렘퍼산 인근에 대규모 부지를 구입했으며 이는 젠 마운틴 사원의 근간이 됐다. 1987년 일본에서 정식으로 수계를 받고 1989년 젠마운틴 사원을 세운다.

해군에서의 경험을 활용해 자연 속에서 체험활동과 선수행을 접목했고, 사진작가로의 경험을 활용, 사진촬영 등 예술 분야와 선수행을 접목했다. 또 다르마 커뮤니케이션과 마운틴 레코드의 미디어를 개발하고 다양한 서적을 발간했다. 2009년 10월 폐암으로 입적했으며 젠 마운틴 사원에 그의 부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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