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금강경의 현실적용

자신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재앙을 면하기 위하여 또는 자신의 노력으로 도달할 수 없는 소원을 이루기 위하여 불자들은 종종 관음보살, 지장보살을 염송하거나 다라니를 지송하며 재앙 소멸과 소원 성취를 기원합니다.

불보살의 가피에 힘입어 각종 재앙을 소멸하고 무슨 소원이든 다 이룰 수 있다고 믿는 불자들도, 관음보살 염송이나 다라니 수행으로 무능한 사람이 능력자가 되거나 또는 범부가 성인(聖人)이 되는 것을 기대하지 아니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범부가 변하여 성인이 되고 능력자가 되는 것은 탐진치(에고, 아상)를 소멸하여야 되는 것이며, 탐진치를 소멸하기 위해서는 수행이 필요하며, 마음 닦아 성불하는 문제는 기적적으로 이루어지는 타력 수행보다는 자력 수행, 예를 들면 참선 수행과 같은 자력 수행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금강경 공부는 핵심 진리인 ‘일체유심조’나 공의 진리를 실천하여 마음속의 탐진치가 착각이요, 본래 없음을 깨달아 탐진치를 사라지게 합니다. 이때 부도덕한 사람이 도덕적이 되고 무능력한 사람이 능력자가 되며 무지한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으로 변하여 밝아지는 것입니다.

사람 마음속의 번뇌는 크게 셋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탐심, 진심, 치심입니다.

탐심은 ‘어서 하겠다.’고 설치는 마음으로 가장 원초적 번뇌이며 근본적 욕망입니다. 다음은 진심으로 ‘왜, 아니 되나?’하며 짜증내는 마음입니다.

가장 고급인 욕망은 ‘이만하면 되었다.’하는 마음 즉 치심이 되겠습니다.

욕망의 크기로 따진다면 탐심의 욕망이 가장 커서 사람의 눈에 잘 뜨입니다. 탐심의 색깔이 있다면 검은색입니다.

진심의 욕망은 탐심보다 그 크기가 작아 사람들의 눈에 덜 뜨입니다. 색깔로 표현하면 붉은색이나 누런색입니다. 가장 크기가 작아 사람들의 눈에 잘 뜨이지 않는 욕망이 있다면 이는 치심입니다. 치심을 색깔로 치면 눈에 잘 띄지 않는 흰색입니다.

수도하는 사람이 자신의 마음속 각종 욕망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벗어나는 순서가 있기 마련입니다.

닦는 과정에서 기본 욕망인 탐심이 가장 먼저 소멸되며 다음 해결 과제는 진심이요, 맨 나중에 미세하여 잘 보이지 않는 욕망, 즉 치심을 해결하려 할 것입니다. 치심은 잘 알기도 어렵고 해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사람이 욕망을 해결하는 순서로서 세 등급의 사람으로 분류해 봅니다.

가장 낮은 등급은 근본적인 욕망, 즉 탐심을 해결하는 데 급급한 사람입니다. 이 사람은 부처님과는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요, 동물에 가까운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부처님 세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두꺼운 진심의 벽이나 치심의 벽을 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탐심, 즉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사람은 그 다음 욕망인 진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입니다.

진심의 욕망까지 해결한 사람은 탐심을 해결한 사람보다는 낫지만 아직 부처님과는 멀리 떨어져 있다 하겠습니다. 치심이라는 넘기 힘든 거대한 벽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심을 어느 정도 닦은 사람은 세상 부귀영화에 대한 미련이 없습니다. 가족에 대한 사랑도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들에게 남은 욕망이 있다면 영원한 것에 대한 욕망, 자연의 비밀을 아는 것에 대한 욕망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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