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환 중관학당 대표, 용수 6대 저작 최초로 全譯

대승불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용수의 6대 저작을 한국의 중관 학자가 전역(全譯)했다. 한 개인이 용수의 6대 저작을 모두 번역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신상환 함양 고반재 중관학당 대표(前 인도 타고르대 교수, 사진)는 최근 용수의 6대 저작을 간추린 티베트본 〈중관이취육론〉 완역본을 발간했다.

총 3권으로 구성된 이 책에는 용수의 대표 저작인 〈중론〉을 비롯해 〈회쟁론(回諍論)〉, 〈세마론(細磨論)〉, 〈60송여리론(六十訟如理論)〉, 〈70공성론(七十空性論)〉, 〈보행왕정론(寶行王正論)〉을 담고 있다.

대중적으로 〈중론〉이외에는 접하기 어려운 저작들로 이를 한데 묶어 번역·발간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석학들의 추천사에서도 신 대표의 역경불사가 얼마나 큰 족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인도 고등 티베트연구소 티베트불교철학과 학과장 타쉬 체링은 “용수는 그의 저작들로 인도에 중관학파를 창시한 사조”라면서 “이 역서(譯書)가 한국어권 학자들의 불교의 진지한 연구에 크나큰 도움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중관학자인 김성철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도 “〈회쟁론 범문 장문 문법해설집〉 출간 당시 ‘눈 밝은 학인들이 군웅(群雄)처럼 나타나, 역자(譯者)의 이런 모든 작업이 무용지물이 될 그 날을 손꼽아 기다려 본다’라고 쓴 적이 있는 데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고 상찬했다.

각 권의 번역을 살피면 신 대표가 용수 저작을 제대로 옮기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가 보인다. 번역한 전체 티베트어 게송만 약 1,500개, 4000여 개의 방대한 주석이 이를 말해준다.

실제, 이미 산스크리트어와 한역, 영역 등이 한국어로 옮겨졌던 〈중론〉은 티베트 원문을 바탕으로 번역이 이뤄졌다. 〈회쟁론〉은 티베트 대장경인 북경판과 데게판의 판본 비교를 통해 기존 연구를 심화시켰다.

〈광파론〉으로 알려진 〈세마론〉은 한역이 없어 원래 의미를 풀어 제목마저 새로 지었다. 〈60송여리론〉은 기존 한역서 간과된 중관학파의 견해를 중심으로 새로 옮겼다. 한역 자체가 없는 〈70공성론〉의 번역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한역에서 용수의 저작으로 표시 않는 〈보행왕정론〉은 〈보만록〉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이번 〈중관이취육론〉 완역으로 같은 저작임이 알려지게 됐다.

신 대표에 따르면 6대 저작은 크게 형이상학적·철학적으로 중관의 교리를 설명하는 것과 도덕적 실천론을 제시하는 것으로 나뉜다. 〈중관〉과 〈회쟁론〉, 〈세미론〉, 〈60송여리론〉, 〈70공성론〉은 철학적 중관 교리 지침서이며, 〈보행왕정론〉은 〈권계왕송(친구에게 보내는 편지·신상환 譯)〉과 더불어 도덕적 실천서라는 것이다.

신 대표는 2011년 문광부 우수학술 도서로 선정됐던 〈용수의 사유〉의 저자로 대표적인 중관학자다. 인도 타고르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그는 이 책을 완역하기로 마음을 품은 후 오로지 역경을 위해 귀국을 선택했다. 그리고 종림 스님의 책박물관 고반재에 중관학당을 열고 오전에는 역경, 오후에는 농사와 사무를 하며, 10년 동안 작업에 매달려 그 결실을 맺었다.

그가 고집스럽게 용수 저작 번역에 매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 대표는 “제대로 된 부처님 원음 해석이 부재한 한국불교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라고 답했다. “교학은 뿌리”라고 강조한 그는 “응용불교는 줄기와 가지이고, 실천불교는 이에 대한 열매”라며 “제대로 된 부처의 가르침을 연구·공부하는 교학이 활성화되지 못하니 줄기나 열매가 좋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중관, 중도의 개념 오류다. 신 대표는 “〈중론〉 제24품 사성제(四聖諦)에 대한 고찰의 18번 게송에 따르면 ‘연기가 곧 공성이고 그것을 설명한 것이 중도’임을 말하고 있다”면서 “가운데 것(中)이라고 한역돼 ‘양견을 여읜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오늘날에도 중도와 중관은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중론〉에서도 용수는 이를 강하게 비판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 대표는 〈중관이취육론〉의 출간을 기념해 6월 30일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종림 스님, 법인 스님, 박훈 변호사 등과 함께 하는 북콘서트를 개최한다.

또한 7월 3일 오후 7시 대구 자비선원, 7월 4일 오후 7시 부산 부산일보사 소강당, 7월 5일 오후 7시 대전 계룡문고, 7월 11일 오후 7시 광주 자비신행회에서도 각각 북콘서트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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