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기부단체 집행 변화와 과제

중앙신도회가 개최한 미혼모 초청 나눔박람회를 참관하는 관계자들의 모습

‘내가 기부한 물품이 정말 필요한 곳에 전달될까? 기부를 받는 사람은 이 물품을 필요로 할까?’

기부를 하면 한번쯤 드는 생각일 것이다. 그동안 일괄적으로 기부물품을 전달하는 기부자 중심의 기부집행이 수혜자 ‘니즈(needs)’를 먼저 파악해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수혜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런 맞춤형 기부집행으로의 변화에 맞춰 불교계 기부 시스템 변화도 이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에서는 이미 수혜자 중심으로 기부문화가 변화하고 있다. 기부 수혜자가 필요한 식자재를 직접 구할 수 있는 푸드마켓이 유행하고 있다. 집행뿐만 아니라 모금단계까지 수혜자의 ‘니즈’를 먼저 설명하고, 수혜자의 사례를 보고 기부하는 프로그램도 나온 상태다. 심지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등에 수혜자들이 직접 사연을 올리고 필요한 물품을 기부 받기도 한다.

이런 변화는 불교계에서도 감지된다. 불교계 대표 공익법인인 아름다운동행은 2015년 3월부터 한부모 가정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평소 갖지 못하거나 이루지 못한 소원을 들어주는 ‘착한 소원’ 위시박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또 올해 하반기 지역 어르신들이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불교가 쏜다, 아름다운 공양’(가제) 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계종 중앙신도회(회장 이기흥)도 2017년 9월 서울시 거주 미혼모 150여 명을 초청해 아동용품을 미혼모들이 직접 선택해 받아갈 수 있도록 했으며, 불교여성개발원(원장 노숙령)도 6월 15일부터 16일까지 개최한 제10회 나눔 바자회를 앞두고 이전 바자회와 달리 기획단계에서 수혜자 파악을 한 달간 진행해 한부모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목표를 설정했다.

이송 조계종 중앙신도회 주임은 “미혼모 지원 당시 가정에서 바로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선택할 수 있는 점이 미혼모들의 호응을 얻었다”며 “이웃종교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물품 기증 등이 적은 불교계는 기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수혜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단체 모연 후 선정·지원
‘니즈’ 파악 중요성 높아져
“주는 입장서만 생각하면
일종의 ‘자선 갑질’ 행위”

착한소원·나눔 장터 ‘눈길’
세심한 요구 파악 위해
수혜자 소통 네트워킹 필요

불교계에서는 올해 초부터 정식 인가를 받은 사회적 협동조합 연꽃향기가 이 같은 수혜자 중심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연꽃향기는 2016년부터 ‘행복한 나눔장터’를 개최하고 있다. 나눔장터는 기부를 받는 이들이 직접 생활용품을 골라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탈북이주여성을 관리하는 기관으로부터 추천받은 여성들은 당일 행사장에 집결해 약 7만원 상당의 임시화폐를 발급받고, 나눔장터에서 필요한 것을 구입한다. 올해 나눔장터 행사는 6월 30일 수원사에서 탈북이주여성 약 100여 명을 대상으로 열린다. 여기서는 의류와 속옷, 화장용품, 목욕용품 등 28개 품목의 3000여 점이 전달된다.

이종철 연꽃향기 조합장은 “수혜자 중심으로의 변화는 수혜자들이 자칫 느끼기 쉬운 상대적 박탈감이나 자존감 상실 등을 막기 위한 노력도 포함되기에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수혜자 중심의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수혜자와의 소통을 통한 요구 파악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재춘 가치혼합경영연구소장은 “한 고아원에서 아이가 ‘한 달에 롯데월드를 네 번 갔다. 가기 싫다’고 일기를 써 논란이 인 바 있다. 자선에도 받는 이가 필요한 것을 주지 않고, 주는 입장에서만 주는 이른바 ‘자선 갑질’이 있다”며 “받는 이는 을의 입장이기에 내밀한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불교계 기부집행에서는 특히 이런 마음을 세심하게 헤아리는 지혜가 발휘됐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아름다운동행 유미란 팀장은 “기부 규모가 큰 불교계 단체일수록 직접 사업보다는 간접 지원 사업을 진행하기에 수혜자와의 소통의 기회가 많지 않다”며 “허브 형식의 기관이 많은 상황에서 수혜자와 소통할 수 있는 일선기관과의 네트워킹을 높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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