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뭘 공부해야 부자가 될 수 있을까?

 

공부로 돈을 벌 수 있다면 학교의 우등생이 부자가 되리라. 누구나 한 두 번은 들어봤음직한 말에 ‘학교의 우등생은 사회의 열등생’이라는 말이 있다. 대개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은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한다고 한다. 유명한 페더럴 익스프레스 창업자는 학교 시절에 페더럴 익스프레스 아이디어를 기말보고서로 제출했는데 C학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세계적인 기업을 일구었다. 과거와는 달리 점점 더 똑똑하고 공부 잘하는 사람이 창업에 성공하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IT 시대, 인공지능, 로봇의 시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알지 못하고 사업에 성공하기 점점 어렵다. 그렇다면 경영학을 배우면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부처님은 교육의 중요성을 경전 곳곳에서 주장하셨다. 별역잡아함경은 “온갖 기술을 먼저 배우고, 다음에 온갖 재물과 보물 모으되…”라고 설한다. 부처님은 최고로 축복할만한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많이 배우고 기술을 몸에 익히며 편안한 마음으로 일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답하였다. 중아함경은 “처음에는 먼저 기술을 배워라, 그 다음으로는 재물을 구하고, …”라고 설한다. 중아함경은 또 “마땅히 먼저 기예를 익히라, 그래야만 재물을 얻으리…”라고 설한다. 경전에서 언급하고 있는 기술과 기예는 경영학에 해당할까?

업무능력 외 종합사고·인성 중요
이과·문과 학습 병행 해야 돼
사찰에서의 교육 진행에 기대감 커

한경비즈니스의 100대 기업 CEO의 전공을 보면 23명이 경영학 전공자이다. 23%라면 상당히 낮은 비율이다. 즉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물론 전문경영인에 관한 통계이므로 창업자의 경우엔 달라질 수 있지만 전문경영인에서조차 경영학 전공자의 비율이 이 정도라면 창업자의 경우에는 더 낮지 않을까? 재벌기업의 2세, 3세들은 예외없이 거의 대부분 경영학을 전공한다. 그러나 이들은 창업자가 아니라 상속자이기 때문에 경영학의 유용성을 증명하는 증거는 아니다. 다만 경영학을 배워야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보여주는 증거는 된다.

경영학과 교수들이 모인 어떤 모임에서 경영학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서울 소재 몇 개의 경영학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경영학과가 위기감을 느낀다는 말이 나왔다. 경영학과가 다른 학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취업에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는 현실이 또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경영학의 전문성이 회계학, 금융공학 등 일부 영역을 제외하고는 별로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경영학이 취업에서 경쟁력 있는 스펙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일류대학 학벌이 더 경쟁력 있는 지표일지도 모른다. 경영학은 학부 4년 동안 전공하지 않아도 기업에 취업하여 몇 달간 집중 교육으로 배울 수 있는 전공분야이다. 회계사가 되고 싶다거나 금융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모를까 기업에서 일할 때 필요한 경영학 지식의 습득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경영학의 상당부분은 상식과 부합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독서를 통해서도 쉽게 취득할 수 있다. 오히려 이과 전공이 창업에 더 유리하다. 미국의 경우를 보면 이과출신의 CEO가 절반을 넘는다. 한국도 이과출신 경영자가 약진하고 있기에 미래에는 과반수를 넘으리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하는 업무는 고도의 경영학 지식을 필요로 하는 업무가 아니다. 그보다 더 필요한 것은 인내심, 열정, 판단력, 인간관계 능력, 창의성, 도덕성, 신뢰 등의 인간적 자질이다.

미국에서는 학부가 이공계인 MBA 졸업생을 테크메이저(tech major)라고 부르고 학부가 문과인 MBA졸업생을 비테크메이저(non-tech major)라고 하는데 테크메이저의 평균 봉급이 더 높다. 한국에서도 과거와는 달리 공부 잘하는 학생이 이과를 더 많이 진학하며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로 이과 인기가 높아졌다. 부처님 당시에는 신흥상공업자들이 대거 등장하고 농업사회에서 도시가 형성되는 시기였다. 도시에서 필요로 한 건축 인테리어 업자가 고소득자였다는 기록도 있다. 각종 기구와 도구의 제작도 이 시기에 활발하게 이루어졌기에 경전에 나타난 기술이나 기예는 이과적 기술로 보아야 한다.

전세계적으로 컴퓨터 코딩 교육의 열풍이 불고 있다. 문과의 시대는 가고 이과의 시대가 왔다고 말할 정도로 과학과 기술의 중요성이 나날이 높아가고 있다. 경영학이 분명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의 지적 능력을 가진 사람이면 경영학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몇 개월의 집중 훈련으로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 이과적 기술은 단 몇 개월의 훈련으로 쉽게 습득할 수 없기에 경쟁력이 있는 분야이다. 따라서 오늘날 문과 출신들도 빅데이터 분석 능력, 컴퓨터 코딩 능력, 통계지식 등 이과적 기술을 반드시 습득해야 인공지능과 로봇의 시대를 살아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대학 시절에 배운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평생 기술을 배워야 인공지능에 의해 도태되지 않는다.

물론 기업경영에는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업무가 있다. 예를 들어 회계업무는 회계학과목을 수강하지 않은 사람이 담당하기 힘들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꼭 그렇지도 않다. 내가 가르치는 고대 행정학과 졸업생 중에 회계원리 과목조차 대학시절에 수강하지 않고 재벌기업에 취업이 된 학생이 있다. 그 학생이 재무부서에 들어가고 싶다면서 나한테 가능하겠는가를 물어보길래 나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 학생은 틈틈이 책을 보고 물어가면서 잘 해내고 있다. 학부시절에 회계원리 한 과목만 수강했더라면 도움이 되었겠지만 수강하지 않았어도 업무 수행에는 큰 지장이 없다. 어차피 경영학과 졸업생들도 회계의 기본 개념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졸업한다. 모든 재무부서직원이 공인회계사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전문성이 필요한 업무는 전문가들이 모두 담당한다. 회계학 지식은 한 두 달 집중 교육시키면 된다.

재무부서직원에게 더욱 절실한 것은 회계학지식이 아니다. 나보고 재무부서직원을 선발하라면 도덕성, 신뢰성, 성실성 등을 기준으로 삼겠다. 회계학을 잘 모른다면 신입사원 시절 1달 동안 다른 일 안 시키고 회계학만 실무 중심으로 가르치겠다. 대학시절 회계학과목 3-4과목을 이수한 경영학과 졸업자만큼 교육시킬 자신이 있다. 고작 1달 교육하는 것 아끼려고 경영학 전공자를 선발할 필요는 없다. 돈을 다루는 직원은 회계학지식보다 도덕성, 신뢰성, 성실성이 더 중요하다. 삼성은 스펙과 학벌은 좋으나 헝그리 정신과 창의력이 부족한 지원자가 많다고 하면서 지방대 출신을 35% 선발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은 학벌, 스펙, 성적, 부모의 배경을 점점 덜 고려할 것이다. 그보다는 성실성, 모험성, 적극성, 창의력 등이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세상의 흐름이다. 이제 한국의 젊은이는 하루라도 빨리 스펙의 악몽에서 벗어나 자기의 자질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서 경영학을 전공할 필요는 없지만 돈에 대한 공부는 할 필요가 있다. 예술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감상할 때 미술에 대해 공부하고 나서 보면 동일한 그림도 달리 보인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에 대해 공부하거나 악기를 배운 뒤에 음악을 들으면 달리 들린다. 돈도 아는 만큼 보인다. 전문가를 활용해서 돈을 벌겠다고 해도 전문가를 활용할 정도의 지식은 있어야 한다. 여유 자금을 펀드에 투자하려면 적어도 전문가가 말하는 인덱스 펀드가 무엇인지는 알아야 한다.

문제는 돈에 대해서 배울 곳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 경영학과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기업에 취업하여 기업주의 지갑을 두툼하게 해주는 기술이다.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수시로 접하는 돈에 관한 내용은 가르치는 곳이 없다. 그렇다면 독학을 해야 하나?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는 18세가 되면 소액의 정착금을 받고 고아원을 나가야 한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험한 세상에 홀로 던져지다니 얼마나 안쓰러운가. 고아원에서는 세상에서 독립하여 살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교육을 실시한다. 아이들이 선택하는 과목 중에 돈에 관한 과목은 별로 인기가 없다. 고아원을 나가는 아이에게 무엇이 가장 걱정되느냐고 묻는다면 아마 돈 문제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도 왜 돈에 대한 과목을 수강하지 않을까? 돈에 대해서는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과목의 내용이 유용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 여튼 우리는 돈에 대해서 배울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

세계인구의 0.2%를 차지하는 유태인은 세계 억만장자의 30%를 점유하고 있다. 빌게이츠, 존 록펠러, 마크 저커버그, 래리 페이지 등은 모두 유태인이다. 미국에서 초등학교 학생에게 미래의 꿈을 조사했더니 어떤 유태인 학생이 주식중개인(stock broker)이라고 썼다. 유태인은 사춘기 때 부터 투자하며 돈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배운다. 요즘 사찰 곳곳에 불교대학이 개설되어 있다. 부처님이 교육과 훈련을 그토록 강조하셨으니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불교대학에서 불교교리만 가르칠 일이 아니라 돈에 대해서도 가르치면 어떨까? 어렸을 때부터 아이들이 돈에 대해 배울 곳이 없는데 불자가 아니더라도 사찰에서 배울 수 있다면 불교가 사회에 기여하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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