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62(2018)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서울 조계사 비롯해 전국사찰서 일제히 봉행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법상에 올라 주장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불기2562(2018)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한국불교 장자종단인 조계종 총본산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사찰서 부처님 탄생을 기리는 봉축법요식이 일제히 거행됐다. 특히 남북불교도들은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공동발원문을 발표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재차 평화 분위기 조성에 일조했다.

조계종(총무원장 설정)522일 서울 조계사에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봉행했다. 올해 봉축법요식에는 종정 진제 스님을 비롯해 원로의장 세민 스님, 총무원장 설정 스님, 중앙종의회의장 원행 스님 등 조계종 스님들과 정세균 국회의장, 주호영 국회정각회장, 각 정당 대표와 서울시장·교육감 후보, 김부겸 행안부장관, 도종환 문체부장관, 김희중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대표의장, 이기흥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인도·스리랑카 주한외교 대사 등 사부대중 1만여 명이 운집했다.

아울러 사회노동분야서 약자들의 권리보호에 앞장선 조계종을 위해 양윤경 제주4.3 희생자유족회장, 김승하 KTX해고여승무원노조지부장과 정미정 조합원, 차헌호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노조지회장과 오수일 조합원, 이종걸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공동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해 부처님오신날을 함께 축하했다.

봉축사를 하고 있는 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

문 대통령 불교는 소중한 정신

법요식은 도량결계의식과 육법공양을 시작으로 명고·명종 삼귀의례 반야심경 독송 관불 마정수기 헌촉·헌향·헌다·헌화 축원 불자대상 시상 봉축사 대통령 봉축메시지 법어 남북공동발원문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올해부터 석가탄신일을 부처님오신날로 명칭 변경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한미정상회담 차 미국에 방문한 관계로 도종환 문체부장관을 통해 축사를 전달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올해 부처님오신날은 참으로 특별하다. 원래의 뜻과 이름을 찾고자 했던 불교계의 오랜 염원이 이뤄져 불자 여러분께서 염화미소를 지으실 것 같다. 저도 약속을 지키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부처님은 우리 안에 스스로 깨닫는 힘과 지혜가 있다는 것을 일깨우고, 우리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가를 알려주셨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스스로를 존중하면서 다른 사람도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가르쳐주셨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불교는 우리에게 하나의 종교를 넘어 그 자체로 소중한 정신이자 문화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올바름을 실천하는 파사현정, 생명과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자비행은 우리사회를 성숙시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고 평가한 뒤 부처님의 마음을 실천하고 우리에게 전해주신 고승 대덕 스님들께 경의를 표한다.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전국 사찰서 타종과 예불로 간절히 기도해주신 불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봉축법요식에는 사부대중 1만여 명이 운집해 부처님오신날을 기리고, 가르침을 되새겼다.

종정 진제 스님은 법어를 통해 부처님께서는 처음 일곱 걸음을 걸으신 후 한 손으로는 하늘을 기리키고, 또 한 손으로는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일성을 보이셨다. 이는 만천하에 본래부처를 선언하심이요, 생명의 존엄과 천부적 자유를 내보이시어 일체 중생들을 생사윤회의 고통에서 구제하고, 본래의 성품인 참 나를 밝혀 행복하게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시현하는 것이라며 불자들이 연등을 밝혀 부처님을 맞이하는 수승한 인연이 지구상의 모든 이웃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하며, 그 고통을 대신하는 동체대비의 대승보살도가 국민통합으로 회향하는 공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제 스님은 한반도에는 70년 분단과 대치, 긴장과 대결의 상태가 지났다. 하지만 우리는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동일한 문화와 역사를 가진 민족이기에 대화와 화해를 통한 평화의 길은 항상 열려있다면서 불교는 1700년간 우리 민족정신문화의 근간이었기에 남북한 민족의 유전자에는 불교가 깊이 내재돼 있다.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있는 갈등과 불신을 없애고,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해 민족 동질성을 회복하는 것이 남북이 하나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봉축사에서 지혜와 자비로 평화를 일구는 것이 우리 삶의 토대가 된다면 사회적 동체대비의 실천은 정의로운 분배에 있다. 소외가 없고 차별이 없는 세상을 위해 우리는 청년 일자리와 노인의 인권, 여성과 다문화 사회의 제반 문제 해결을 위해 정진해야 할 것이라면서 나 자신이 부처임을 믿고 본래의 청정심을 회복해 살아간다면 누구를 만나더라도 보살이요, 어디를 가도 불국토일 것이다. 내가 지금 이 순간부터 부처로 살 수 있다면 날마다 부처님오신날일 것이라고 당부했다.

총무원장 설정 스님과 불자대상에 선정된 수상자들의 기념촬영.

남북불교도, 통일보살 발원

한편 법요식에서는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와 북한 조선불교도연맹이 3년 만에 채택한 남북불교 공동발원문을 종회의장 원행 스님이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남북불교도는 발원문을 통해 대결과 분열의 역사를 마감하고, 이 땅에 평화의 새봄, 통일의 새 시대를 갈망해온 남과 북, 해외의 온 겨레는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부처님께서는 자기의 주인은 자신이며,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들은 판문점 선언을 민족공동의 통일강령, 자주통일의 법등으로 높이 들고 그 실천행에 용맹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평화와 통일의 법음이 높이 울리고 민족적 화해와 단합의 분위기가 넘치게 하겠다. 부처님의 자비를 실천하는 통일보살이 되겠다고 발원했다.

법요식에 참석한 사부대중은 끝으로 발원문을 낭독하며 한반도와 세계평화의 주인이 돼 세상을 향기롭게 만드는 불자가 될 것을 다짐했다. 이외에도 올해 불자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엄현성(해군참모총장김영임(국악인엄홍길(산악인김춘순(국회예산정책처장이상호(스노보더) 씨에게 상패가 수여됐다.

법요식에는 내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많은 정관계 인사가 참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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