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과 교육원장 현응 스님 의혹에 대한 MBC PD수첩 방영과 관련해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이 교시를 내려 의혹해명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교권자주수호위원회 구성 결의
구성원 각급 기관 추천받기로

종정 진제 스님은 5월 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 대회의실서 열린 전국교구본사주지회의에 앞서 교시를 내렸다. 교시는 원로의장 세민 스님이 대독했다.

진제 스님은 교시에서 “총무원장스님께서는 조속히 범종단 차원에서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한 점 의혹 없이 소상히 소명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스님은 이어 “부처님오신날 연등을 밝히지만 우리나라는 고대로부터 전통적으로 연등회를 시행해온 국민의 정성을 모아 국난을 극복하고, 겨레의 미풍양속으로 승화시켜 태평성대를 구가해왔다”며 “사부대중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전국사찰에서 연등공양을 올리고, 반야지혜를 밝혀 국리민복과 조국통일·세계평화를 기원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진제 스님의 당부에 총무원장 설정 스님은 회의에서 ‘종도와 국민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했다.

설정 스님은 “5월 1일 방송에서 제기된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사실 여부를 떠나 국민들과 불자여러분께 커다란 충격과 절망, 그리고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종단을 대표하는 출가자로서 깊이 참회드린다”면서 “의혹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모든 이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이며, 관련 조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설정 스님은 “한국불교가 변화하지 못하면 희망이 없다는 절박함으로 종단의 일대 혁실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한다. 35대 총무원은 종단이 처한 문제들을 사부대중의 지혜로 해결하고, 종단운영의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위해 계획하고 있는 ‘종단발전 혁신위원회(교권 자주 수호)’를 조속히 출범시키겠다”며 “의혹 규명문제를 위원회가 다룰 수 있도록 전권을 위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설정 스님은 MBC의 사과가 없을 시 이를 법난으로 규정하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설정 스님은 “MBC는 부처님오신날을 목전에 두고 사실관계에 대한 구체적 확인도 없이 제3자의 일방적 폭로성 증언을 근거로 방송을 진행했다. 그 결과 2천만 불자와 승가공동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고, 조계종단 위상과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MBC의 반성과 사과가 없다면 우리는 이러한 행위를 불교를 파괴시키려는 법난으로 규정하고, 전 불교도의 결집된 교권수호의 힘을 모아 강력하게 대응할 것을 천명한다”고 말했다.

이후 교구본사주지회의는 비공개로 전환됐다. 관계자에 따르면 회의서는 설정 스님이 밝힌 혁신위원회와 종정 스님이 당부한 대책위 성격이 맞지 않아 ‘교권자주수호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구성원은 원로회의와 중앙종회, 본사주지, 전국비구니회, 각급 단체 추천을 받기로 했으며, 구체적인 인원은 정하지 않았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개인의 의혹 해명과 진상 규명을 대책위에 맡기는 것이 부적절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