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출산율 1.05명.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17년도 출생·사망통계 잠정 결과’서 드러난 우리나라 출산율이다. 이는 2005년 1.08명 이후 가장 낮은 기록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출생아 수는 35만7700명으로, 2016년 40만6200명보다 11.9% 감소했다. 2001년 이후 어느덧 17년째 합계출산율 1.3 이하의 초 저출산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위기상황을 감지한 듯 가정의 달을 맞아 미혼·육아병행 직장인 등을 초청해 저출산 좌담회를 여는 중이다. 이달에만 3차례. 저출산의 근본 원인을 당사자들에게 듣고, 대중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자는 취지다. 토론회 주요 내용은 기획재정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기도 한다.
종교계도 힘을 보탰다. 7대 종교 지도자들의 모임인 (사)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가 4월 30일 저출산 극복을 위한 종교계 국민운동을 선포했다. 종지협은 △가족 친화적 가치관 확산 △생명존중 사상 전파 및 자살예방 노력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사회적 배려 강화 등을 위해 나설 것을 선언했다. 그 일환으로 결혼정보 전문업체 ‘가연’과 협약을 체결했다. 혼인율을 높이고자 미혼남녀를 위한 ‘커플 매칭’에 힘을 쏟겠단 의미다.
한데 문제가 되는 것은 종지협의 이 선언이 수년 전 발표한 선언문과 똑같은 데다 출산 장려의 첫 열쇠를 ‘혼인’에 뒀다는 점이다. 먼저 2015년 12월 8일 종지협은 황교안 前국무총리와 함께 ‘저출산 극복을 위한 종교계 선언식’을 개최했다. 이때 발표한 선언문은 얼마 전 발표한 것과 토씨 하나 다르지 않을 정도로 똑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당시 각 종교 대표자가 지금과 다르다는 것뿐이다.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나는 동안 종지협이 저출산 관련 사업을 실시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저출산 극복에 허송세월한 데 대한 반성도 없이 마치 없던 일인 양 종교계 선언을 답습하는 모습은 탁상행정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결혼정보업체와 협약을 맺은 것 또한 시대에 뒤떨어진, 전근대적 사고방식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2018년 현재, 결혼이 곧 출산으로 이어진다는 사고방식은 소위 ‘꼰대’ 소리를 듣는다. 통계청이 2016년 12월 발표한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초혼인 신혼부부 117만9000쌍 중 자녀를 출산하지 않은 부부는 41만9000쌍으로 전체 35.5%에 달했다. 혼인 1~2년차를 제외한 3~5년차 부부 71만5000쌍 중에서는 19.3%가 자녀를 낳지 않았다. 이 같은 통계서 단순히 혼인만으로 출산율이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혼부부들은 맞벌이 또는 무주택일수록 자녀가 없었다. 당연한 결과다. 시간적·경제적으로 자녀를 낳아 양육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혼인’에 집착하는 종교계의 노력은 대중에게 박수를 받을 수 없다. 진정으로 저출산 극복에 기여하고자 했다면 종교계가 보육시설을 짓는 등 사회안전망 확충에 힘을 보탰어야 할 일이다. 또한 각 종교 종무원들이 상사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쓰는 분위기,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탄력적인 근무제도를 마련하는 게 순서다.
얼마 전, 5월 1일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조계종 중앙종무기관에 근무하는 한 종무원에게 쉬는지 물어봤다. 한숨 섞인 그의 대답은 짧았다. “우린 근로자 아니고 그냥 종무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