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6일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배당금 지급 과정에서 1000원을 1000주로 잘못 입고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일부 삼성증권 직원들은 입고된 주식을 즉각 매도하여 증권가에 많은 혼란을 초래하면서 한국 증권 시장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이에 관한 글 청탁을 받고 관련 자료를 검색하면서 이렇게 엉성할 수 있을까 하는 느낌을 받았다.

주식매매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어 공매도니 유령주식이니 하는 용어는 생소했지만 누가 보아도 어이가 없겠다 싶다. 주식은 흔히 자본주의 꽃이라 불리는데 주식배당사건이 한국 최고의 기업군에 속하는 삼성증권에서 일어났으니 정말 어이가 없다. 어이는 맷돌의 손잡이를 의미하는데 그동안 맷돌이 어떻게 굴러 갔는지?

이번 사건은 크게 사람의 문제와 시스템의 문제로 나누어 여러 논의가 오가고 있는데 결국은 직업윤리의 붕괴로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직업은 생계유지의 수단이며,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분담하고 자아실현에 큰 기여를 한다. 우리의 삶의 길에 있어서 직업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이에 동서고금을 통해 직업윤리의 중요성은 지속적으로 강조되어 왔다.

잘못 입고된 주식 즉각 매도한
삼성증권 우리 사주 배당 사태
말 그대로 어이가 없는 일

모든 건 직업윤리의 붕괴귀결
전문직 높은 수준 도덕성 요구돼
이들의 윤리 결핍은 사회적 해악

올바른 직업윤리가 필요한 시대
삿된 생각 않는 정사유선행돼야
佛法, 현대적 실천윤리로 재조명

서양의 그리스도 문화권에서는 근면하고 성실한 자세로 직업에 임해야 한다는 소명의식(召命意識)이 이어져 왔다. 칼뱅은 직업을 신으로부터 부름 받은 자기 몫의 일이라고 보았다. 동양의 유교 문화권에서는 자신이 맡은 직분에 충실해야 한다는 정명(正名精神)이 전해져 왔다. 또한 우리의 전통 속에도 장인정신(匠人精神)을 중요하게 여겨 왔다. 장인정신이란 자신의 일에 긍지를 가지면서 최고의 생산품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정신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일부 삼성증권 직원들은 잘못 배달된 물건을 확인도 안하고 되팔아 이득을 취했고, 그 중 일부는 잘못 배달된 줄은 알면서도 되팔아 버렸다. 여기에는 팀장도 있고 증권 애널리스트도 있다고 한다. 보통사람 같으면 가슴이 떨려서 하지 못할 일이다.

자기 통장에 갑자기 정체불명의 거액이 입금되었다면 우리들은 어떻게 하였을까? 잠깐 유혹을 느낄 수 있으나 이를 편취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전문직들이 이런 범죄행위를 한 것이다. 전문직이란 고도의 전문적 교육과 훈련을 거쳐야만 종사할 수 있는 직종으로 독점성과 자율성을 승인받은 직업으로 그 영향력이 매우 크다. 따라서 전문직에는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직업윤리가 요구된다. 이들은 윤리적 결핍은 사회에 엄청난 해악을 끼치기 때문이다.

방영준 성신여대 명예교수

불교에서 강조하는 직업윤리의 중요성은 팔정도(八正道)의 정명(定命)사상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팔정도는 열반을 추구하는 수행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인 사람에게도 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가르침이다. 정명은 정당한 방법으로 생활에 필요한 물자나 재물을 얻는 것이다. 정명의 길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팔정도의 정사유(正思惟)가 선행되어야 한다. 즉 바른 생각을 가는 것이다. 삿된 욕망의 벽을 넘어 남을 해치치 않는 생각을 키우는 것이 바로 정사유일 것이다. 붓다 다르마가 현대적인 실천윤리로서 재조명되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삼성증권 임직원 200여명이 집단적으로 반성문을 쓰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왠지 낯설고 서글퍼 보인다. 반성은 철저하게 고립된 공간에서 개인의 아픔과 고뇌에서 우러나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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