⑮ 지장십륜경2

부처님의 소개를 받으며 지장보살이 권속들과 함께 부처님께 예배찬탄공양하며 등장한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호의문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지장보살이 뭐하는 분입니까? 그가 사는 불국토는 얼마나 부자 길래 저희에게 이런 선물을 주는지요? 저는 그동안 부처님께서 이처럼 칭찬을 아끼지 않는 이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습니다. 그가 지은 공덕은 도대체 얼마나 되기에 이렇게까지 칭찬을 하시는지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아마도 자신이 보기엔 그냥 신통력이 있어서 우리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보배장식 옷을 입히고 여의주를 주는 퍼포먼스를 벌린 것 같은데 부처님이 엄청 칭찬하는 것이 못마땅했던 것이다.

부처님은 호의문에게 말씀하신다.

호의문, 그만두어라. 그런 마음으로는 지장대사의 공덕과 선근을 이해 못한다. 설혹 내가 말한다 하더라도 너희들이 믿지 못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평소에 긍정적인 말씀만 하시더니 오늘은 호의문에게 그런 말을 하지 말고, 생각도 하지 말라고 하시니 호의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비심으로 간절히 설명해주시길 원하자 지장보살에 대해 말씀하셨다.

다들 자세히 듣고 명심하라. 이 보살은 무량하고 불가사의한 수승한 공덕을 성취했다. 이미 수능가마의 뛰어난 삼매에 머물며 능히 여래의 경계에 훌륭하게 깨쳐 들어가 무생법인을 얻은 분이다. 그가 머무는 국토도 온갖 삼매에 따라 한량없는 수승한 공덕을 일으켜 중생들을 교화하고 성숙시킨다. 그렇게 하여 선정에 들면 모든 이들도 다함께 이 선정의 힘으로 몸과 마음이 청정해져서 부처님께 귀의하여 공경공양하며 행복을 성취하였다. 이런 인연으로 부처님국토에 머무름을 따라 발원하는 바를 가지고 선정에 들면 이 힘으로 일체 유정들이 원하고 바라는 모든 것들이 다 성취되게 해준다. 그들의 인생에 필요한 모든 좋은 환경과 복덕과 명예와 부귀와 안락을 가져다주고 있다. 심지어 사랑하는 이와 이별하고 미워하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이 보살을 생각만 하여도 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바꿔주기까지 한다. 온갖 병고와 재난과 전쟁의 고통에서도 지장을 부르고 귀의하며 모두 열반으로 가는 길에 데려다 준다. 지장보살은 그 어떤 보살보다도 상상이상으로 뛰어나다. 결코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대비와 용맹정진으로 이룬 결과다. 너희들은 마땅히 이 지장보살에게 예배 공양해야 한다.”

이 말을 들은 대중들은 각기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공양구를 존경하는 마음으로 지장보살에 올렸다. 지장보살은 이 모든 공양구를 다시 부처님 앞에 올리며 서원을 세운다.

거룩하신 부처님, 저는 앞으로 부처님의 제자인 비구와 비구니, 우바새와 우바이들을 제도하여 저들이 항상 부처님을 생각하는 마음을 증장시키고, 수행할 수명을 증장시키고, 건강을 증장시키고, 기력을 증장시키고, 명예를 증장시키고, 좋은 친구와 제자와 청정한 삶을 증장시키고, 생활환경에 필요한 모든 도구와 의식주를 다 증장시켜서 무엇이 부족하여 정진할 수 없다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주어 대승의 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중생들이 다 고통의 지옥을 벗어나 천상이나 열반에 이르고자 하는 제 원력을 성취시켜 주는 것이 있으니 바로 구족수화길상광명대기명주총지장구(具足水火吉祥光明大記明呪摠持章句)입니다. 모든 이들이 이 좋은 말씀을 기억하고 실천하기를 원합니다.”

지장보살이 지옥의 중생을 모두 다 구제하기 위해 자신의 성불을 미루고 중생을 위해 몸 바친 일은 우리가 다 안다. 그런데 지장보살이 우리에게 그 길을 인도하며 시킨 일이 있는 것은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항상 지혜가 용맹하고 번뇌가 사라지게 되도록 모든 희망이 증장되고 다시는 고통 속으로 돌아가지 않는 진언, 바로 츰부다라니를 나지막히 독송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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