⑬ 금강경 제 16분의 응용 2

중국의 고사성어(古事成語)에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새옹이라는 말은 변방(邊方국경지대)에 사는 노인()이라는 뜻인데, 새옹지마란 인생의 길흉화복은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중국 변방에 사는 한 노인이 가장 애지중지하여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던 말이 집을 나가 버렸다. 그러나 이 노인은 그리 실망하지 않았다. 주위사람들이 위로 하는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쁜 일 뒤에는 좋은 일도 있지하며 낙관하였다. 과연 이 노인의 낙관대로 집을 나간 말은 또 한 마리의 말을 끌고 들어온 것이었다.

노인은 별 반응 없이 인생의 길흉화복은 알 수 있나요? 그것이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아야 알게 되겠지요라고 대답할 뿐 전혀 들뜨지 않았다. 정말 노인의 말대로 새로 들어온 말은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노인의 아들이 새 말을 타다 낙마하여 다리가 골절되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참 아니 되었네요라고 위로하였다. 이 위로에도 노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사람의 길흉화복은 알 수 없지요라고 대답하였다.

얼마 후 나라에서 큰 전쟁이 나서 젊은이들이 모두 전쟁터로 징집되었는데, 전화위복이라 할지 다리를 다친 노인의 아들은 용케 징집에서 면제됐다.

이런 사실을 두고 삶의 길흉화복은 알 수 없다 하여 새옹지마라는 말이 탄생된 것이다.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와 금강경 16분을 같이 연관지어서 살펴 본다면 길한 일, 흉한 일이란 것이 본래 정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수 있다.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에 따라 길()이 흉()으로 변하기도 하고 흉이 길로 변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변방에 있는 노인은 역경이 있을 때 역경이라 이름 짓지 아니하였다. 즉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금강경 제 16분의 말씀을 활용한 것이었다.

수지독송차경(受持讀誦此經) 약위인경천(若爲人輕賤)’ 금강경을 수지독송한다 하여도 사람들에게 가벼이 여기고 천대를 받게 된다면 노인이 애지중지 하던 말을 잃어 버려 괴로운 심정을 금강경 16분의 약위인경천(若爲人輕賤)에 비유할 수 있다.

노인은 주위사람들의 위로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쁜 일 뒤에는 좋은 일도 있지하며 낙관하였는데, 이러한 낙관을 금강경에서는 수지독송차경(受持讀誦此經)으로 표현하였다. 수지독송하는 마음, 즉 늘 부처님 향하는 마음이 나쁜 일을 당해도 흔들리지 아니하고 낙관하게 만든 것이다. 이 낙관은 결국 좋은 일을 불러 오게 하였다.

일찍이 선지식께서 좋은 일 뒤에 나쁜 일이 발생하는 원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예로 설명하신 적이 있었다.

우리나라 사람은 지금도 일본사람을 무시하며 또 증오한다. 왜냐하면 우리 선조들은 항상 일본에 피해를 준 적이 없음은 물론 늘 우수한 문화를 전달하여 왔는데 일본은 역사적으로 항상 우리를 괴롭혔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처럼 일본사람을 증오하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원인을 잘 살펴보면 반드시 우리 조상이 일본으로부터 그런 핍박을 받을 어떤 원인을 제공했음을 알게 된다. 우리 조상이 일본을 침략하지 않았고 훌륭한 문화를 전달하여 도와준 것이 사실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일본사람을 형편없이 무시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금세인(以今世人) 경천고(輕賤故) 선세죄업(先世罪業) 즉위소멸(則爲消滅)’

사람들에게 가볍게 여기고 천대를 받는 연고로 전생의 죄업이 바로 소멸된다. 그러나 금강경의 말씀처럼 들뜨고 잘난척하는 마음이 내리막길을 가게 하는 원인임을 잠재적으로 알고 있는 아들은, 낙마의 역경에 남을 원망하지 않고 묵묵히 선세죄업으로 알고 즐겁게 받아들였기에 다시 좋은 일을 불러왔다고 하겠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