⑬ 금강경 제16분이 주는 메시지 1

한국 불자들은 수행하면 의례히 간화선 수행을 연상한다. 이 간화선의 뿌리는 달마대사로부터 시작된 조사선에서 비롯되었는데. 조사선은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의 말씀처럼 마음 닦아 밝아지는 핵심을 곧바로 집어내, 한달음에 성불의 길로 들어가는 돈적(頓的) 수행을 특징으로 한다.

간화선 수행자는 초발심의 수행자처럼 참회도 하고,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계율을 성심껏 지니지만, 선지식으로 부터 화두를 받아 본격적으로 선수행을 시작하여 홀연히 마음이 열리면 점수(漸修, 점차 닦아 밝아지는 과정)의 체계를 뛰어넘어 곧바로 부처님의 경지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간화선 수행은 그 돈적(頓的) 특성 때문에 종종 그 수행의 과정이 생략되고 수행의 로드맵(Road map)이 추상적이거나 무시된다는 점에서 수행자들로 하여금 종종 공부에 흥미를 잃게 하는 등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게 한다. 아무리 탁월한 수행법이라 하더라도 수행의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는 수행, 또 밝은 선지식이 이끌어주지 않는 수행은 까딱 잘못하면 전등없이 밤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처럼 방황의 수행, 허송의 수행이 되기 쉽다. 그러나 금강경 16분은 선지식이 없이 혼자서 공부하는 사람 또는 로드맵이 없이 수행을 하는 사람들에게 헤매지 않고 수행할 수 있는 훌륭한 지침을 제시한다. 다음 금강경의 구절은 각종 수행에 흥미를 잃고 방황하는 수행자들 그리고 세상살이에 흥미를 잃고 사는 많은 사람들에 희망이 되는 지침이 되지 않을까?

受持讀誦此經 若爲人輕賤是人 先世罪業 應墮惡道以今世人 輕賤故 先世罪業 則爲消滅當得阿多羅三邈三菩提

비록 금강경을 수지독송한다 하여도 사람들에게 가벼이 여기고 천대를 받게 된다면 이 사람은 전생에 지은 죄업으로 사람 몸도 못받고 악도에 떨어져야 할 것이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가벼이 여기고 천대를 받는 연고로 전생에 지은 죄업이 바로 소멸되며 마땅히 밝아지게 될 것이니라.

즉 밝아지고자 하는 모든 수행은 16분의 말씀 중 수지독송차경(受持讀誦此經)에 비유되며, 약위인경천(若爲人輕賤)은 수행중 일어나는 각종 장애에 비유할 수 있다. 약위인경천(若爲人輕賤)의 구절은 이런 낙심하는 수행자들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이런 점에서 금강경 제16분은 각종 수행자들에게 수행 중 마장이 일어날 때 훌륭한 지침이 된다 할 수 있는 것이지만 또 이 가르침은, 세상에서 평범한 삶을 살면서 각종 고난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불자들에게도 매우 도움이 되고 꼭 필요한 가르침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 초년에 일찍 출세하는 사람이 말년 복이 적다는 말이 있다. 고생을 모르고 실패를 맛보지 않은 사람들이 한 번 큰 재난이 당했을 때 속수무책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젊은 날의 부귀영화를 다시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왜냐하면 젊은 날의 부귀영화가 사라지는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귀영화가 사라지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는 운좋게 역경을 딛고 다시 예전의 영광을 재현하는 경우가 없지 아니한데, 다시 재기하는 사람들은 재기한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다시 추락할 가능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금강경 16분의 가르침은 수도인은 물론 보통 세상 불자들에게 순탄한 길에서 어째서 갑자기 내리막길로 떨어지는 원인을 제시해줄 뿐 아니라 내리막길에서 다 향상의 길로 진입할 수 있는 원리를 가르쳐 줌으로써 영고성쇠의 사이클을 벗어나 영원한 행복을 얻게 하는 지침을 제시하는 가르침이다.

저작권자 © 현대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