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비선이란 무엇인가? - 3) 생각의 힘

둘째, 명상을 할 때 상()을 떠올려서 그 상을 관하는 명상법을 관상법이라 한다. 관상(觀想) 명상은 이미지를 떠올려서 하는 명상으로 집중과 마음의 고요함인 선정을 얻게 한다. 바로 사마타명상이다. 관상명상은 상상을 이용하는 아주 탁월한 명상방법으로 사회에 두루 쓰이고 있다.

일상에 다수 활용되는 관상법
분석과 사유로 드러나는 지혜
자비선 명상법과도 맥락 같아
사랑·연민이 지구 위기 구해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스포츠, 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상상력을 활용하여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 농구선수는 농구공을 많이 넣는 것을 상상하고, 역도선수는 상상으로 역기를 반복해서 든다. 이러한 결과들로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좋은 성적을 내는 것 등이 바로 이 이미지 트레이닝의 효과라 할 수 있다.

의사들도 관상법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2006KBS ‘마음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이미지를 이용한 암치료 사례가 방영된 적이 있는데 1970년대의 말기 암환자 치료 전문의인 칼 사이먼트 박사가 환자들에게 암세포를 스테이크로 상상하고, 백혈구를 개로 상상하게 했다. 그리고 백혈구의 개가 날마다 암세포인 스테이크를 먹어치우는 상상을 하루에 3번씩 하게 했다. 그랬더니 기적적으로 살아나는 환자들이 생겼다고 한다.

과학자들은 사고실험이라는 방법을 쓰는데 예를 들면, 아인슈타인은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이 우주선을 타고 빛의 속도로 10년을 갔다가 돌아왔을 때 지구에 남아있는 형제는 10년을 늙지만, 우주선을 타고 빛의 속도로 갔다 온 형제는 안 늙을 것인가?’라는 상상으로 사고실험을 했다. 사고실험은 실제로는 수행하기 힘든 실험을 생각만으로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으로 과학자들도 이 사고실험을 통하여 우주를 시각화하여 마치 그림을 보듯이 보면서 사유하는 것이다.

또 시뮬레이션이나 VR이라고 해서 가상현실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상상의 원리 그대로 기계를 이용하는 것이다. 큰 건물을 지을 때 먼저 시뮬레이션으로 실험을 해보고 건물을 짓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심리치료에도 이용된다. 예를 들면 이라크에서 전쟁을 경험한 군인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증후군을 앓게 되자 가상현실을 만들어 치료했다. 즉 전투했던 그 장소를 그대로 재현, 군인을 그곳에 투입시켜 적응훈련을 받게 하며 치료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생로병사’ TV프로에 20년 동안 술을 하루에 한 병씩 마시던 알코올중독자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이분은 술을 끊어야만 사는데 습관이 되어서 끊지를 못했다. 그래서 알코올 중독자가 치료를 받으면서도 죽어가는 과정 그리고 죽어서 화장하는 과정까지를 날마다 비디오로 보여주면서 술을 끊게 하는 내용이 나온다. 비디오를 이용한 것이지만 이것 또한 시뮬레이션이나 가상현실과 같은 원리이다.

관무량수경에는 16관상법이 있다. 해가 떠오르는 모습, 극락세계, 또는 아미타부처님을 상상하여 그 이미지를 관()하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밀교수행에도 주먹만 한 부처님 상을 눈앞에 떠올려서 주시하는 집중명상법이 있다. 상상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바로 형상이 실체가 없어 비어 있음[]을 아는 마음인 지혜로 만든다. 그래서 이미지는 공성의 형상화이며 그 형상화 이미지의 본질이 공임을 알면서 그 상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사마타 수행법이다. 마음이 만든 그 이미지에 집중하는 것이 사마타이고 공임을 아는 그것이 바로 위빠사나다. 이렇게 명상하면 온 우주의 모든 것이 마음이 만든 현상이며 마음이 만든 우주의 이미지가 실체가 없는 공인 것을 알게 되어 유식(唯識)에서 설하는 유식무경(唯識無境), 화엄경에서 설하는 일체유심조의 이치를 깨칠 수 있다. 그래서 이 명상법에는 사마타와 위빠사나가 같이 들어가 있다. 차명상도 이 방법을 그대로 활용한다.

셋째, ()라는 생각은 기억이 의식 위로 떠올라 글이나 언어로 표현되기 전의 추상적인 것이다. 경험해보지 못한 사물이나 일을 머릿속으로만 인식할 때 직접인식으로 알 수 없는 경우나 눈앞에 현물적인 대상이 없을 때는 지각이나 기억의 활동만으로 그 대상에 대하여 알기 어렵다. 그래서 헤아리고 판단하는 인식이 필요하다. 여기서의 인식은 목표에 이르는 방법을 찾으려고 추론하는 정신 활동을 말한다. 결론을 얻으려는 사유의 과정으로 어떤 매개물을 이용하여 추론하는 간접 인식이다. 이 인식의 정신 작용이 사유(思惟)라고도 하는 사()라는 생각이다. 즉 매개물을 이용하여 추론한다는 것은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여기에 선악의 생각도 들어갈 수 있어 반드시 어떤 행위를 일으키게 된다.

이것이 명상수행의 수단으로 사물의 본질을 분석하여 아는 바로 그 사유다. ()을 사유수(思惟修)라고 번역하는데 이는 생각으로 닦는다는 것이다. 즉 눈으로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는 공성은 의식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의식의 작용인 이 분석사유에 의해 공성이 드러나고 그 공성에 집중하여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선정에 의지해서 오온(五蘊)을 분석 사유하는 것이 위빠사나다. 대승기신론에서도 인연 따라 생기고 사라지는 것을 잘 분별하는 것이 위빠사나라고 이르고 있다.

위의 설명을 다시 정리하면 생각 염()은 직접 인식의 집중명상인 사마타와 즉각 알아차려서 정신현상과 물질현상을 구분하는 등의 위빠사나로 작용한다. ()은 집중의 대상과 집중을 도와주는 환경이 되고, 또한 명상 스토리의 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는 보이지 않고 만질 수 없는 대상을 분석 사유하여 간접인식으로 아는 위빠사나로 작용한다. ··사 이것이 모든 존재의 진실상을 알게 하고 잠재능력을 발휘하여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게 하는 명상의 수단이다. ··사는 각각 따로 쓰는 것이 아니라 염과 상이 같이 사용하거나 상과 사를 같이 쓰는 경우도 있다.

먼저 염과 상의 적용을 살펴보자. 남방불교의 수행론서인 청정도론에 의하면 호흡의 수를 헤아리거나 들숨과 날숨의 들고 나는 호흡의 움직임을 알아차려 집중명상하는 사마타는 수식관이다. 수식관은 염으로 한다. 그러나 호흡에만 집중하지 않고 몸에 일어나는 여러 감각을 알아차리면 이 알아차림은 위빠사나의 염이다.

청정도론에 다음과 같은 예가 있다. 좋은 흙을 채취해서 둥근 원판을 만들고 1m앞에 놓고 주시한 후 눈을 감으면 그 원판 이미지가 떠오른다. 이것은 바깥의 대상을 내 안에 떠오르는 이미지와 똑같이 만들어 주시하는 것으로 즉, 시각화한 심상(心像)을 투사하여 투사된 영상에 집중하는 것이다. 집중하다보면 내 안에 있는 그 이미지가 목화솜 또는 빛으로 바뀌기 시작한다. 이렇게 수행하다보면 감정과 잡다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 마음의 고요함이라는 선정이 생긴다. 이것이 상이라는 생각을 수단으로 하는 사마타명상이다.

청정도론에는 심상을 투사하여 선정을 얻는 명상방법이 40여 가지나 된다. 이렇게 이미지를 투사하는 것은 상이며 투사된 영상에 집중하는 것은 염이다. 이 때 염은 기억의 뜻이 있으므로 영상을 마음에 기억하고 새기므로 마음새김이라고도 한다. 자비관을 할 때도 예를 들어 어머니를 떠올리고 어머니가 나를 낳아주고 진자리 마른자리를 가리고 젖 먹여 길러주신 것을 상상하고 생각하며 명상한다. 이것은 상과 사를 같이 사용하는 명상으로 자비심을 기르는 명상이다. 자비선의 명상방법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4) 왜 자비선(慈悲禪)인가?

자는 사랑이다. 기쁨을 주는 것이다. 비는 연민이다. 상대의 고통을 빼앗아 없애주는 것이다. 사랑과 연민이 이 세상을 구제할 것이다. 사랑과 연민만이 환경오염과 온난화 그리고 테러와 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구를 구제할 수 있다.

[파리 협정] 지구온난화는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그래서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2주간에 걸친 협상 끝에 예정된 종료시한을 하루 넘긴 20151212파리 협정(Paris Agreement)’을 세계 195개 참가국의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폐막했다.

파리협정은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신() 기후체제다. 31쪽 분량의 최종 협정문에는 장기 목표, 감축, 이행 점검, 재원 등의 내용이 담겼다. 파리협정은 국제사회 공동의 장기 목표로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기온의 상승폭(2100년 기준)을 섭씨 2도보다 훨씬 낮게(well below 2) 유지하고, 더 나아가 온도 상승을 1.5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노력(strive)을 추구한다고 합의했다. 현재 지구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가량 상승한 상태다. 과학자들은 지구 평균기온이 2이상 상승할 경우 시베리아 영구동토층, 남극 및 그린란드 빙하의 해빙이 가속화되고 이에 따라 더 이상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제어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는 선을 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

특히 IPCC는 지구평균기온이 산업화 대비 2상승할 경우 10~20억 명 물 부족 생물종 중 20~30% 멸종 1000~3000만 명 기근 위협 3000여 만 명의 홍수 위험 노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수십만 명의 심장마비 사망 그린란드 빙하, 안데스 산맥 만년설 소멸 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날의 역사적인 성과를 취재한 외신들은 인류의 화석시대가 이날로 점진적 종언을 고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지구의 위험이 이 지경까지 온 것은 자비와 반하는 마음의 작용에 의한 것이다. 분노하라의 저자 스테판 에셀은 달라이라마 스님과 대담에서 지금 이 시대에는 고귀한 연민의 마음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테러와 지구온난화는 모두 지나친 욕망의 산물이다. 고기 맛을 보기 위하여 소, 돼지, , , 닭 등 많은 동물을 키워야한다. 이때 똥, 오줌, 하품에서 18%의 탄소가 발생한다. 화석연료는 14% 탄소를 발생시킨다. 학자들은 사람들이 채식만 하더라도 지구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죽이고 잡아먹고 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무지로 인한 탐욕과 분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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