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서 차례 지내GO 템플스테이 참여하GO
사찰서 차례 지내GO 템플스테이 참여하GO
  • 신성민 기자
  • 승인 2018.02.12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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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특집·명절 新 트렌드

#가족이 모두 불자인 A(41)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에 처음으로 사찰 합동 차례에 참여했다. 형제들이 황금연휴로 인해 해외여행을 떠나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었지만, 참여하고 보니 생각보다 깔끔하고 편리했다. 부모님, 자녀와 함께 사찰에서 명절을 보내는 것도 특이한 경험이었다. 

설과 추석 등 명절 트렌드가 최근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명절 3박 4일 이상의 장기체류 비율은 감소하고, 당일·1박2일 단기체류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또한 명절 기간에 역귀성하거나 여행을 하는 비율이 증가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4년 연휴 귀성객들의 통행 특성 변화를 10년 전(2004)과 비교·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박2일 체류 비율이 25.1%에서 32.2%로 크게 증가했다. 또한 명절기간 내 여행은 0.7%에서 2.3%로 늘어났다. 반면, 10년간 3박 4일 이상 길게 고향에 머무는 비율은 40.3%에서 25.5%로 감소했다.

추석 연휴 기간 내 수도권 안에서 움직인 가구의 비율도 18.3%에서 23.2%로 4.9% 증가했다. 수도권 거주자 중 4명중 1명은 추석에 고향을 가지 않게 된 것이다.

사찰 합동차례 뚜렷한 성장세
단독 차례는 접수 동시에 마감
명절 사찰 합동차례 新 풍속도

설·추석 템플스테이 참여 증가
“20~30대 여성 참가자 늘어나”

차례 대행으로 머물러선 안돼
가족 포교 프로그램 연계 필요

사찰서 열리는 합동 차례 시연 모습. 최근 사찰 합동 차례는 명절의 새로운 트렌드가 됐다.

대세가 된 사찰 합동차례
하지만 차례 풍습은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갤럽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가 차례를 지내고 있다고 답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전통을 지키겠다는 입장이 만나면서 생겨난 새로운 트렌드가 ‘사찰 합동차례’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도심 사찰들은 최근 늘어난 합동차례 인파로 명절 당일에도 북새통을 이룬다.

서울 조계사의 경우 합동차례 동참 가정이 2013년 846가구에서 2014년 905가구, 2015년 955가구로 증가했다. 매년 7% 가량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늘어나다보니 합동차례를 3부제로 전환한지 오래다.  

이세용 조계사 종무실장은 “10여 년 전만 해도 명절에 합동차례를 지내려고 사찰에 오는 경우는 전무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찰 종무원들도 다수 출근을 해야 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고 밝혔다.

서울 봉은사의 합동차례는 2013년 1055가구에서 2014년 1145가구, 2015년 1172가구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경내 5개 전각서 진행되는 단독 차례의 경우 홈페이지에 공지가 되는 즉시 마감돼 자리가 없을 정도다. 올해에도 38건의 차례가 순식간에 마감됐다.

주성하 봉은사 접수팀장은 “지난 10년간 합동차례 참여 인원은 분명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단독 차례도 문의가 많지만 자리가 없다”면서 “가족들이 함께 여행을 가거나 혼자 살게 돼 차례를 모시기 어려운 사람들이 합동차례에 많이 동참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제2의 도시이자 불도(佛都)인 부산 지역 사찰들도 명절 때면 합동차례객들로 붐빈다. 천태종 삼광사는 합동차례에 5000여 명의 가족들이 참석한다. 모시고 있는 영가 신위만 3000여 명이다. 삼광사 관계자는 “매년 100여 명씩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기본적으로 위패 모신 가정이 많지만 명절만 참여하는 일반 영가도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홍법사는 매 명절마다 2500여 명이 참여하는 합동차례가 진행된다. 백년위패를 모신 가족들이 의무적으로 참석하고 있으며, 동참 인원도 명절마다 40여 명씩 증가하는 중이다.

금정총림 범어사의 명절 합동차례도 명절마다 평균 1000여 명이 참석하며, 신도 자녀들이 돌아가신 부모님 위패를 원찰에 모셔서 젊은 세대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범어사 원주 석경 스님은 “스님들의 염불 독경 소리는 영가에겐 법문이다. 명절에 조상의 은덕을 생각하며 정성을 다해 사찰에서 차례를 올리고, 가족 간에 추억을 만드는 시간으로 연휴를 사용하는 추세”라며 “손자, 자녀 모든 가족들이 차례를 지낸 후 여유롭게 경내를 거니는 모습이 이제는 흔한 사찰 명절 풍경이 됐다”고 밝혔다.

명절에 소외되기 쉬운 계층을 위한 사찰 합동차례도 새로운 명절 트렌드다. 북한이탈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양천구의 국제선센터는 이들을 대상으로 매년 명절마다 합동차례를 진행 중이며 동참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강석훈 국제선센터 계장은 “불교의 대사회 활동과 자비행 실천을 위해 북한이탈주민들의 합동 차례와 다문화 가정을 위한 데일리 템플스테이를 매년 명절과 봉축을 맞아 진행하고 있다”면서 “또한 북한이탈주민이 차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쌀 10kg 한 포대를 드리고 있다. 따뜻한 명절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중이 정성을 모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일출 광경을 보는 모습. 명절 연휴는 귀향뿐만 아니라 여행도 겸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른 템플스테이 참가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불교문화사업단

연휴엔 당연히 템플스테이
명절에 귀향과 여행을 연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설과 추석맞이 템플스테이들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 관계자에 따르면 평시보다 명절 연휴가 집중돼 있는 시기의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급증한다.

해남 미황사의 경우 명절 시기에 템플스테이 참가자 수가 30% 정도 증가한다. 고향을 찾았다가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는 가족·단독 참가자도 있지만, 한국 명절을 보내기 어려운 외국인들도 많이 참가하고 있다. 

주지 금강 스님은 “단군 이래 최대 연휴가 있었던 지난해 추석에는 역대 최대 참가자가 미황사를 찾았다”면서 “최근에는 달마고도 트래킹 길이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이 템플스테이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동팔경 중 한 곳인 낙산사의 템플스테이도 명절 템플스테이 특수를 누리는 곳 중 하나이다. 낙산사 템플스테이 연수원장 묘향 스님은 “명절 템플스테이는 기본적으로 휴식형으로 운영한다”며 “번잡한 도시를 벗어나 쉬고 싶은 분들이 많이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 단위 참가자도 많지만, 최근에는 20~30대 여성들이 혼자 참가하는 비율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 트렌드를 포교의 기회로
사찰 합동차례의 증가는 사회 변화로 인한 새로운 현상이다. 이를 단순한 편의 증대를 넘어서 불교를 알리고 포교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 트렌드에 대해 이범수 동국대 불교대학원 생사문화산업학과 주임교수는 “사찰 합동차례는 핵가족화와 효 사상의 쇠락으로 인해 현 세대가 조상 선양의 의무를 사찰에 위임하고 있는 형식”이라며 “현 합동차례 유행은 사찰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전통 제사·차례를 불교식으로 유치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에 파생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현재 사찰 합동차례 트렌드를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야 한다”면서 “지장전과 같은 전각을 제사·차례를 모시고 조상들을 선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강 스님은 합동차례와 템플스테이를 연계하는 방안도 고민할 것을 제언했다. 스님은 “일본 고야산에 가면 사찰에서 숙방(宿房)하며 조상을 성묘하고 사찰 문화를 체험하기도 한다”면서 “사찰에 영가 위패를 모시고 합동차례가 증가하는 만큼 이를 연계한 문화 체험·포교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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