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미디어 시대의 도래로 스마트폰과 인터넷 텍스트 읽기가 보편화 되면서 젊은 세대에 텍스트 혐오증이 생겼다고 한다. 글을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난독과 잘못 이해하는 오독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사실 읽기를 버거워하고 귀찮아하는 현상은 기성세대에서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테크놀로지의 급속한 발달로 미디어의 지평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확장되면서 인터넷과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는 사실 읽기 문화만이 아니라 미디어 지형 전반에 지각변동을 가져오고 있다. 이제까지 주류 미디어로 자리해온 책도 신문도, 심지어 TV도 스마트폰 속으로 흡수된지 오래이다. 종이신문을 읽어본 적이 없는 대학생들을 위해 강의시간에 종이신문 샘플을 보여주고 있다는 한 대학교수의 이야기는 쇠락위기에 처한 아날로그 미디어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텍스트 읽기 보편화되며
젊은 세대 난독·오독 심각 수준

미디어 시장 변화에 신문 ‘위기’
강의서 신문 샘플들 보여주기도
종이·디지털 읽기 차이점 많아

디지털 이행 흐름 막을 수 없어
인간과 미디어, 누가 주인인가
새로운 기술에 합리적 대응 필요

일찍이 캐나다의 미디어 학자 마샬 맥루한은 미디어의 기술 자체가 이용자에게 무의식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기술결정론을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미디어의 이용은 습관화된 행동패턴을 낳게 되는데, 그 습관화된 행동패턴을 구축하는 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개별 미디어의 기술적 속성이다.

신문의 기술적 기반은 인쇄술이다. 정보를 지면에 제시해야하기 때문에 문자·이미지·사진 같은 요소가 정보전달을 위한 주된 기호체계로 사용된다. 반면에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미디어는 문자·이미지·사진뿐만 아니라 동영상·음성·애니메이션 등을 포함하는 복합 양식의 텍스트를 제공한다. 하나의 텍스트에 혼재되어 있는 동영상, 음성 등의 요소들은 텍스트 읽기를 어렵게 하는 방해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종이 텍스트 읽기는 전통적인 읽기 관습을 따르는데, 이 전통적인 읽기 관습은 텍스트를 소리내어 읽는 음독과 조용히 읽는 묵독을 근간으로 한다. 이 음독과 묵독의 공통점은 이 방식의 읽기가 몰입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인쇄된 텍스트 읽기는 결국 집중력이라는 행동패턴을 습관화하여 논리파악, 정보 분류, 장기기억에 유리하다.

반면, 디지털 텍스트 읽기는 전통적인 읽기 관습인 음독과 묵독과는 차원이 다른 읽기 방식을 요구한다. 소위 다중읽기가 그것인데, 읽어 내려가는 순서를 파괴하는 비선형적 읽기이며, 텍스트 여러 곳에 동시적으로 주의 기울이기를 요구하는 읽기 방식이다. 이는 텍스트 자체에 대한 몰입을 저해함으로써 피상적 읽기라는 행동패턴을 습관화하게 한다.

전통적인 텍스트 읽기의 관점에서 볼 때 디지털 텍스트 읽기가 초래하는 문제에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는 어쩌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전통적인 텍스트 읽기, 즉 책과 신문을 읽는 것이 읽기의 출발점이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몰입을 통한 이해력과 논리력, 비판적 사고력을 구축한 사람은 디지털 텍스트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화행 동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류 미디어의 흐름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이동하고 있는 시대적 변화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아날로그의 장점만을 고집하며 디지털의 단점을 부각하는 자세로는 디지털 기술의 도도한 흐름을 막을 수도 없거니와, 디지털 세대의 텍스트 혐오증을 해결해 낼 수 없다.

미디어의 기술 자체가 이용자에게 무의식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맥루한의 주장은 인간이 테크놀로지에 구속될 수 있다는 우려이자 경고였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과 미디어, 이 양자 중 누가 주인이 되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새로운 미디어 기술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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