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이 예비역불자연합회 회장(前 육군대장)

사진 : 박정이 예비역불자연합회장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남북대화가 이어지는 것을 환영하면서도 안보에 만전을 기해야 함을 역설했다. 사진=박재완 기자

박정이 예비역불자연합회 회장(예비역 육군대장)은 현역 시절 천안함 사태에서 군 기강을 다지는 등 국가안보에 헌신해왔다. 평소 철저한 자기관리와 리더십으로 유명한 그의 생활에는 불자로서의 마음가짐과 수행이 있었다. 40년 가까이 군에 복무하며 국가안보 일선에서 활약한 박 회장은 불자로서 ‘하심’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북핵 위기와 남북 대화 국면에서 국가 안보와 동북아 평화 구축, 그리고 리더십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Q: 박정이 예비역불자연합회장님은 군에서 지휘관으로 몸담으시면서 오랜 기간 국가 방위에 공헌해 오셨습니다. 최근 북한의 핵개발로 촉발된 한반도 위기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행이 2월에 열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의 해빙 무드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작금의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보시며, 또한 우리 국민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인지요?

대한민국은 굉장한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온전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시장경제체제의 가치를 기반을 둔 통일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우리는 88올림픽, 2002년 월드컵을 개최한데 이어 처음으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게 됐습니다. 국가로서 굉장히 영광된 자리이고, 이런 자리에서 남북 간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계기가 되면 더욱 더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북핵과 미사일 문제로 남북관계 경색이 깊어졌는데, 대화 국면으로 넘어간다면 희망적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본다면 안보는 살얼음판을 걷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사실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대화가 이뤄진다고 해서 평화 정착으로 이어질 수 있겠는가는 의문이 듭니다.

본질적인 문제는 북핵, 미사일 문제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로 연결되지 않으면 남북 간 대화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입니다.

대비없는 평화는 없다
남북대화 이면 도발 기억
근본 북핵·미사일 해결해야
여야 떠난 안보 정책 필요
올림픽 성공수행, 군 만전

리더십은 ‘하심’서 나와
계급보다 능력, 솔선수범
부하에게 감동줄 때 따라와
‘소통’통해 단합된 힘 이끌어야

북한의 문제는 정부 당국자들이 잘 새겨야 합니다. 선수 참가 문제로 논의를 했지만 예술단이 내려오고, 서울에서도 공연을 하는 것에 대한 북한 측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번 남북 대화는 경색 국면을 타개하는 계기가 좋지만 몰입되어 앞뒤를 판단하지 못한다면 큰 문제가 될 것입니다.

통상 북한은 2014년 아시안게임 당시 북한 최고위급 회의 후 2015년 DMZ목함지뢰 사건 등 대화와 도발을 이어왔습니다. 숨은 의도를 파악해서 대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군’에선 부하와 ‘사회’선 대중과 함께 정진

Q: 그렇다고 보면 결국 평화는 자강과 대화 두 가지가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내에서도 소통을 통한 단합된 힘을 보이는 것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국가의 안전보장은 생존이 최우선입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힘, 즉 자강이 필요하지요. 국가안보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대비태세를 갖춘 상황에서 소통이 필요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좌우에 따라 너무 큰 차이를 보입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화도 중요하고, 소통도 중요하지만 말로만 하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닙니다.

로마시대 베게티우스(Vegetius)라는 전략가가 한 말이 있습니다.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는 것입니다. 대비되지 않은 평화는 평화라고 할 수 없고, 이는 손바닥 뒤집듯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확고한 대비태세를 갖춘 상황에서 정부에서 대화를 추진해 가야 합니다.

Q: 확고한 대비태세를 보니 회장님에 대한 한 일화가 생각납니다. 2010년 국회 국방위에서 육군참모총장을 역임한 이진삼 국회의원이 국가안보의 중요성과 군인들의 기강문제를 거론하면서 국방위원회에 출석한 장성들에게 인식표를 차고 있으면 손을 들라고 질의했는데, 회장님을 비롯한 서너명 만이 이를 착용하고 있어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작은 것이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또 항상 준비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군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집단이고, 훈련을 통해 준비하는 조직이기에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핵과 미사일 위협이 심각하고, 국내외적으로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세력이 준동하고 있지만, 우리 군 만은 확실하게 부여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창올림픽 때도 마찬가지로 테러나 기타 불미스러운 일을 가정하고 미연에 방지, 평화로운 가운데 수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의 국격이 한차원 높아지는데 기여했으면 합니다.

Q: 현역 지휘관 시절 군을 통솔하고 지휘하실 때 부처님의 가르침과 사상이 혹시 어떤 점에서 도움이 됐습니까. 박 회장이 생각하시는 ‘진정한 리더십’이란 무엇인가요.

리더십은 사람을 다스리는 능력입니다. 결국 도덕적 진실성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리더십은 결국 사람을 상대로 이뤄집니다. 가식이나 허위가 있어서는 리더십이 생겨날 수가 없습니다. 항상 스스로의 지적 능력을 가다듬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병행해야 합니다.

일반 사회에서도 기업 경영에서 경영전략 등이 중요하고, 군에서는 부대관리, 부대운영 등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특히 군생활에서는 지휘관의 리더십에 따라 부대의 지휘와 관리, 운영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군이라고 해서 계급을 가지고 부하를 통솔하려고 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도덕적 바탕 아래 능력을 갖추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부하들을 이끌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불자로서 생각해온 것은 불교 리더십만큼 훌륭한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 맞춤형, 인간중심형 리더십 등 신세대에 맞는 리더십이 나오고 있지만, 불교 리더십 안에 이러한 내용이 다 담겨 있습니다.

바로 ‘하심’입니다. 내려놓아야 한다는 방하착(放下着)과 자신을 낮추고 남을 높이는 하심(下心)은 군 지휘관이 지녀야할 자세입니다. 정보화, 다원화 사회의 군에서도 권위보다는 마음을 열고 배려하고 솔선수범하는 방하착과 하심의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이른바 인간중심의 리더십이 더욱 필요한 때 입니다.

불자군인, 호국불교 정신으로 무장
소령 때 군법당서 감화·발심
군불교 열악하지만 기회 많아
명상 등 현대화된 군포교 필요
〈보왕삼매론〉에 군 마음가짐 담겨

Q: 사회 각계에서 이른바 ‘갑질’ 논란 등이 발생하는데 더욱 지도자들의 하심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리더십을 기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요.

군이나 사회나 간부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개발을 많이 하는데, 저는 팔정도에 답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견과 정사, 정어, 정업, 정명 등 팔정도 수행을 평소에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하심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와 함께 〈보왕삼매론〉을 보면 평정심 등 마음수행에 좋은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보왕삼매론〉은 중국 명나라 때 묘협이라는 스님이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가르침을 설파한 내용입니다. 항상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군에서는 계급이 높아지면서 스스로 권위적이지 않으려 해도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 마음을 내려놓고 부하들과 함께 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Q: 현역에 계실 때 국군불교총신도회장으로서 다양한 불사를 하시고 퇴역 후인 현재도 예비역불자연합회 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군불교 진흥을 위해 가장 시급히 개선돼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군포교는 군법사님들과 지휘관들이 노력을 하여 크게 줄어들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체 종교인구 감소의 국면이 있습니다. 군불교는 불자로서 느끼는 것이 좀 부족하다는 느낌입니다. 어디를 가더라도 예산이 궁핍하고 시스템적으로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교리 또한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종단과 군종특별교구, 그리고 교구본사와 군법당의 연계 체계가 잘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유명하신 스님 위주 등 개인적인 활동이 많았습니다. 군법당에 대한 각종 신행활동의 지침과 지원을 군종특별교구를 주축으로 한 시스템을 강화해야 합니다. 이러기 위해서는 교구 내 행정 체계가 정비되어야 합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20기계보병사단장을 할 때 수색대대 법당이 400번째 법당이었습니다. 120여 군법사님들이 노력하고 있지만 많은 도움이 필요합니다.

이웃종교계의 경우, 사단장을 할 때보면 군교회와 연계가 잘돼 멀리에서도 신도들이 찾아와 도움을 줍니다. 지역 사찰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군불교에 관심을 갖고, 군장병들이 법사님이 없더라도 법회라도 볼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합니다.

청년들인 장병들이 쉽게 불교를 알아 갈 수 있도록 군종교구나 종단 차원에서 경전을 계발해나가고, 또 SNS를 통해서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포교와 전법이 필요할 것입니다.

박정이 회장은… 1952년 생. 충남 홍성군 출신으로, 평택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76년, 육사 32기로 임관했다. 육사 기수 중 1명만 선발하는 독일 유학 시험에 합격, 독일 육사에서 졸업하고 왔다.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완벽한 업무 처리로 정평이 높으며 부하들에게도 포용력 있는 선 굵은 지휘관으로 명망이 높았다. 주요 보직으로 육본 정책조정과장, 13공수여단장, 수방사 참모장, 20사단장, 합참 작전부장, 수도방위사령관, 합참 전력발전본부장, 육군 1군사령관 등을 역임했다. 권위나 강압이 아닌 솔선수범에 의한 리더십을 보인 그는 2011년 예편한 이후 불자로서 인생 2막을 열고 있다. 2016년 6월 제2대 예비역불자연합회장으로 취임 후 호국불교포럼을 개최하는 등 국가 안보와 신행활동을 접합한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사진=박재완 기자

Q: 불교와 첫 인연 맺게된 계기와 법명은 어떤 분에게 받으셨는지, 불교와의 인연담을 들려주시지요. 평소 신행활동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어려서 불교집안에 태어났지만 군에 와서는 소령을 달고 육군대학, 당시 경남 진해에 있었는데 수국사가 있었습니다. 여기서 본격적으로 신행활동을 하게 됐습니다. 당시 군법사님이 이희영 법사였는데 헌신적인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윤덕후 법사 등 다른 훌륭한 법사들을 보며 법당에 계속 나와야 하는구나 느꼈습니다.

현역에 있을 때는 법당에 자주 나갔는데 전역 후에는 1달에 2번 법당에 나가고 있습니다. 2주차 일요일은 서울 충정사, 4주차 일요일은 국방부 원광사에서 예비역 불자들과 함께 법회를 보고 있습니다.

저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입니다. 제일 먼저 〈반야심경〉을 사경하고 독경 후에 명상을 10분 가량합니다. 하루 일과를 시작할 때 불교교리나 경전을 많이 읽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것이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Q: 그동안 불자로서 신행활동을 하시며 자긍심과 보람을 느꼈을 때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어느 때 보람을 느끼셨는지 들려 주시지요.

오늘날 제가 있게 된 것은 불교에 귀의해서 부처님 가르침을 마음에 담고 생활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발전,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서 저를 내세우기 보다는 함께하는 이들을 생각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도덕적인 진실성이 리더십에서 중요하다고 했는데, 진정한 마음을 바탕으로 한 관계 형성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불교가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불자들운 개인 인격 수행, 해탈을 중심으로 해서인지는 몰라도 적극성이 조금 부족한 부분은 있습니다.

예비역불자연합회장으로 호국불교포럼을 2달에 한번씩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굉장히 호응이 좋습니다. 100명 이상씩 모여서 국가 안보와 불교를 논하고 있습니다. 한국불교의 특징인 호국불교로, 불자들부터 바른 역할을 가져보자는 마음에서 였습니다. 지금까지 굉장히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Q: 현재 모두가 한국불교의 위기라고 말합니다. 불자 감소 300만의 현실에서 다시 불교를 일으키고 발전시키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재가불자의 입장에서 말씀해 주신다면요.

미국과 유럽에서는 불교가 명상 개념으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군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도 명상 개념으로 보다 편하게 접할 수 있는 불교가 됐으면 합니다. 이와 함께 도심포교당을 적극적으로 만들고, 법회와 법문의 현대화, 대중화에 보다 나서야 합니다.

불교는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불자분들이 적극성을 가지고 법회활동, 신행활동, 또 사회참여에 나서주셔야 합니다. 종단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로 활동여건을 조성하는데 적극나서야 합니다.

불교만큼 좋은 종교는 없습니다. 자기 스스로 노력해서 깨우치는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노력이 일상 생활 속에서 생활화 될 때 분명 자신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누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위해 항상 갈고 닦는 불자, 훌륭한 국민, 훌륭한 사회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가 됐으면 합니다.

박정이 회장은 과거로 다시 돌아가도 군인의 길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전역 후 합동참모본부에서 전구사후검토조정관을 맡고 국민대 정치대학원 겸임교수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안보 강연을, 예비역불자연합회장으로 군불심 증장에 나서고 있는 그에게서 참군인, 참불자의 향취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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